오상은-오준성 부자 복식조의 특별한 종합선수권대회

오상은(미래에셋대우)-오준성(부천오정초) 부자복식조의 도전은 아쉽게 첫 경기에서 멈춰섰다.

사상 최초로 아버지와 아들이 동시에 현역에서 뛰면서 복식조를 구성해 종합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진귀한 광경을 연출했던 둘은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치러진 남자 개인복식 1회전에서 대전동산중의 이기훈-정남주 조에 1대 3(10-12, 4-11, 11-8, 11-13)으로 패했다.
 

▲ (인천=안성호 기자) 경기 전 긴장한 부자복식조. 아빠 저 때는 어떻게 해?

오상은-오준성 조는 산전수전 다 겪은 아빠의 관록과 무서울 것 없는 꿈나무인 아들의 당돌한 패기, 게다가 진한 핏줄로 어우러진 호흡으로 나름의 짜임새를 갖추면서 많은 팬들의 호기심과 기대를 자아냈었다. 하지만 종합선수권이라는 큰 무대의 긴장감을 털어내고 원하는 성적을 이루기에는 아직 너무 어린 준성이(10)와 주변의 과도한 관심은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거라는 우려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 (인천=안성호 기자) 미래에셋대우의 최현진 코치가 이들 부자와 함께 했다. 잘하자 준성아!

그런데 실제 경기양상은 예상과는 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아들 준성이가 똘망똘망하게 제 몫을 해낸데 비해 오히려 아빠가 더 긴장한 듯한 모습이었던 것. 아들의 긴장도 풀어주기 위한 정신적 부담에다 오랜 꿈을 실현하는 현장에서의 감격이 자주 아빠의 눈시울을 흐렸는지도 몰랐다. 대전동산중 유망주들의 패기도 만만찮았다. 첫 게임과 마지막이 된 4게임을 모두 듀스 끝에 내주면서 결국 아쉬운 패배를 기록하고 말았다.
 

▲ (인천=안성호 기자) 준성이는 똘망똘망하게 제 몫을 다해냈다!

아쉽게 첫 경기에서 일정을 마감한 오상은은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였다. 물론 패배의 아쉬움 때문은 아니었다. 오상은은 “나이가 나이다보니 늘 마지막 경기라 생각하고 시합에 임한다. 더구나 이번 경기는 아들과 함께 하는 꿈을 이룬 시합이었고, 정말 마지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모르는 회한 같은 것이 경기 내내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상은은 “준성이에게 승리의 기쁨을 안겨주지 못해 아빠로서 미안하다. 하지만 애초부터 성적에 욕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이렇게 함께 뛸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쁘고 값진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준성이가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뒷받침하겠다는 생각뿐이다. 나 역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라켓을 놓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옆에서 아들 준성이가 예의 똘망똘망한 표정을 짓고 서있었다.
 

▲ (인천=안성호 기자) 오히려 실수가 많았던 오상은이다. 아들과의 경기에서 감정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더라고 했다.

더 높은 단계로 오르지는 못했지만 오상은-오준성 조는 탁구계에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최고령 현역 선수인 오상은(40)은 벌써 몇 년 전부터 아들과의 출전을 희망했지만 규정에 묶여 꿈을 이루지 못했었다. 하지만 올해 종합선수권을 앞두고 대한탁구협회가 초등부 4, 5, 6학년 랭킹 1위 선수의 출전을 허용하면서 꿈을 이루게 됐다. 탁구계에 다시 오상은 같은 선수가 나오지 않는 한, 그리고 대를 이어 탁구하는 아들이 함께 하지 않는 한 다시 보기 힘들 풍경이다. 종합선수권 개인단식 최다 우승기록 보유자(6회)인 오상은은 이렇게 또 하나의 각별한 기록을 남겼다.
 

▲ (인천=안성호 기자) 아빠는 인터뷰 도중 끝내 눈물을 보였다.

아들 준성이는 경기 오정초등학교 4학년 유망주다. 현재 초등부 4학년 랭킹 1위다. 지난 11월에 끝난 전국 초등학교 우수선수 초청탁구대회에서는 2위에 올랐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준성이는 이미 한국탁구 미래의 주역으로 꼽히기에 손색없는 기량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어쩌면 매 시합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있는 아빠의 ‘레전드’는 아들 준성이가 이어가게 되지 않을까. 사연 많은 제70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가 한창이다. 이틀째 경기를 마치고 본격적인 순위경쟁을 앞두고 있다.
 

▲ (인천=안성호 기자)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말이지 남다른 기록을 남긴 부자복식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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