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연맹 세미나, 오광헌 감독, 김미지 심판 강좌, 간담회도

한국중·고등학교탁구연맹(회장 손범규)이 3일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온양관광호텔에서 ‘한국탁구 지도자 세미나 및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세미나는 “현장 일선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지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한국탁구의 더 나은 발전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행사다. 최근 탁구계에서 자주 열리지 않았던 형태의 행사여서 개최 전부터 많은 주목을 끌었다.
 

▲ (아산=안성호 기자) 중·고탁구연맹이 지도자 세미나를 개최했다. 함께 모여 기념촬영.

대한탁구협회가 외국 우수지도자 초청 지도자강습회, 탁구발전을 위한 공청회 등을 비정기적으로 개최한 적은 있으나 최근에는 열리지 않았다. 중고연맹 부회장이기도 한 김병대 회장이 이끄는 아산시탁구협회의 공식 주관 아래 개최된 이번 세미나에는 중·고탁구연맹 임원들과 각 팀 지도자들까지 약 40여 명이 참가했다.
 

▲ (아산=안성호 기자)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손범규 회장. “다함께 노력합시다!”

뜻깊은 행사를 개최한 손범규 중·고연맹 회장은 “1박 2일은 짧은 기간이지만 가슴에 열정, 앞으로 할 일을 간직하고 돌아갈 수 있다면 성공적인 시간이 되리라 믿는다. 오늘 행사를 계기로 향후에는 선수들을 위한 기술 강습회도 추진할 계획이다. 연맹은 땀 흘려 지도하고 있는 지도자분들과 선수들의 것이다. 모든 일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동참하면 좋겠다. 다함께 노력해가자.”고 의욕적인 인사를 전했다.
 

▲ (아산=안성호 기자) 행사를 주관한 김병대 부회장(아산시탁구협회장).
▲ (아산=안성호 기자) 사회를 맡은 안국희 총무이사.

세미나는 우선 두 번의 강좌로 문을 열었다. 먼저 현 일본탁구 여자국가대표팀에서 코치와 주니어 감독을 겸임하고 있으며, 오는 10월 창단하는 보람할렐루야 남자탁구단 감독으로 국내로 복귀할 예정인 오광헌 감독이 “일본 탁구의 12년간의 도전과 변화, 발전과정”을 소개했다.

오 감독은 “일본에서의 지도 경험과 방침”을 곁들여 일본 탁구가 최근 빠른 성장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배경을 진지하게 소개했다. “일본탁구협회는 협회 차원에서 매년 네 차례 이상 전국을 돌며 지도자 강습회를 개최한다. 국가대표 코치나 감독 등 지도자와 체력훈련 전문 트레이너, 심리전문 교수, 영양사 등 필수 인원이 일선 지도자들에게 선진 탁구의 흐름이나 지도법, 체력과 영양관리 등을 전한다. 15, 6년 전부터 꾸준히 해왔고, 그것이 일본탁구의 전체적인 균형과 발전을 이루는데 큰 도움이 됐다. 우리도 생각해볼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 (아산=안성호 기자) 오광헌 감독이 일본 탁구 발전의 배경을 소개했다.

또한 오 감독은 “일본은 초등학교는 학교 이름으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다. 클럽 소속으로만 가능하다. 한국의 꿈나무가 자꾸 줄어들고 있다고 하는데 안타까운 현상이다. 클럽활성화를 좀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한 일본은 대표팀 감독이 주니어와 호프스까지 트레이닝 과정을 총괄하는 형태다. 일관적인 시스템 아래 전력이 유지되고 있다.”며 일본의 사례를 소개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유소년 투자다.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투자와 관리가 현재 점점 강해지고 있는 일본탁구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지도자들은 최근 불거진 귀화선수 문제에 관해서도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일본에서는 귀화선수를 어떻게 기용하고 있는지를 질문했다. 오광헌 감독은 “이번 올림픽에 중국 출신이 없는 나라는 일본과 타이완, 북한뿐이었다. 세계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이 시행착오를 거쳐 순혈주의로 돌아선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원칙적으로는 어릴 때부터 노력해온 선수들이 중국 출신들에 자리를 빼앗기게 되면 상실감으로 운동할 의욕을 잃게 된다.”면서 “우려”의 입장에 동의하고 있음을 표명했다.
 

 
▲ (아산=안성호 기자)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하고 있는 지도자들이다.

오 감독은 또한 “물론 일본에도 중국 출신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지금은 귀화보다는 용병 개념이 강하다. 실업팀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 대학교 팀에도 중국 출신들이 있지만 출전은 엄격하게 제한된다. 단체전에는 보유 선수가 몇 명이든 중국 출신은 1명만 나올 수 있고, 그것도 출전순서를 3번으로 고정한다. 중국선수들은 자기들끼리 경쟁한다. 어린 선수들의 꿈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전력에 활용할 수 있으려면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성적에 집착하기보다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처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 (아산=안성호 기자) 김미지 국제심판이 특유의 달변으로 까다로운 탁구룰을 설명했다.

오광헌 감독의 강좌 이후에는 김미지 국제심판이 나서서 “지도자를 위한 규정 및 용어”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미지 심판은 유창한 달변으로 까다로운 서비스룰과 새롭게 바뀌는 조언규정, 헷갈리기 쉬운 용어 등을 세밀하게 설명했다. 국제심판들의 각종 제스쳐를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우리 선수들이 ‘폴트’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정확한 룰에 대한 사전 교육을 강조했으며, 특히 오는 10월부터 국제무대에 적용될 예정인 경기 중의 조언에 대해서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세미나에 참가한 지도자들은 두 번의 강좌가 이어지는 동안 시종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했다.
 

▲ (아산=안성호 기자) 정현숙 한국여성탁구연맹 회장도 참가해 후배 지도자들과의 대화를 약속했다.

두 강좌를 진행한 세미나는 저녁 식사 이후 지도자 간담회로 이어갈 예정이다. 지도자 간담회는 앞서 진행한 강좌와는 달리 현재 한국탁구가 처해있는 각종 상황에 대한 지도자들의 입장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현숙 한국여성탁구연맹 회장도 참가해 ‘후배’ 지도자들과의 대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애초의 목적대로 ‘소통’이 이어지고 그를 바탕으로 ‘한국탁구 발전’을 위한 의미 있는 방안들의 실마리가 제시될 수 있을까.
 

 
▲ (아산=안성호 기자) 지도자들의 열의는 어떤 성과를 내놓을 수 있을까? 많은 기대가 모아진다.

국내 엘리트 탁구지도자들의 대다수는 열악한 환경과 좋지 못한 처우에서 시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은 오로지 탁구에 대한 열정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세미나에 참가한 지도자들 대부분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뜻있는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게 될 간담회가 어떤 성과를 내고 탁구발전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지 각별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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