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탁구 동메달결정전에서 유럽 강호 독일 상대

결국 졌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기기 어려울 거란 예상이 지배적인 승부였다. 승패를 떠나 얼마나 물러서지 않고 멋진 경기를 펼쳐줄 수 있느냐에 관전 포인트가 집중된 경기였다. 세계 최강자들과 맞선 우리 선수들은 잘 싸웠다.

16일 오전(한국 시간) 브라질 리우센트로 파빌리온 3경기장에서 치러진 리우올림픽 탁구 남자단체 4강전에서 한국이 중국에 0대 3으로 패했다. 스코어 상으로는 완패였지만 점수가 모든 것을 말해줄 수는 없는 경기였다.
 

▲ 마롱과의 개인전에 이어 장지커를 상대로도 인상적인 승부를 펼친 정영식. 사진 국제탁구연맹.

특히 1단식 주자로 나선 정영식(미래에셋대우·24)은 이번 올림픽 개인단식 은메달리스트 장지커와 풀-게임접전을 펼쳤다. 좌우코스를 끊임없이 공략하며 장지커를 편안히 세워두지 않았다. 세계정상에 수차례 올랐던 노련한 상대를 맞아 그 이상의 침착함을 과시하며 경기를 지켜본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정영식은 이번 올림픽에 첫 출전한 한국팀 막내다. 개인단식에서도 세계1위 마롱과 숨 막히는 접전을 펼쳤었다. 뒷심부족으로 마지막 게임에서 아쉬운 역전패를 당했지만 충분히 보다 밝은 미래를 예감할 수 있게 한 승부였다.

2단식 주자 주세혁(삼성생명·36)이 마롱의 무거운 회전을 견뎌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뒤 시작된 3복식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경기 분위기가 완전히 기운 상태였지만 게임마다 접전을 벌였다. ‘복식 스페셜리스트’로 통하는 왼손 펜 홀더 쉬신과 파괴력 넘치는 공격력을 갖춘 장지커의 조합은 그야말로 세계 최강이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이들이 우승했다. 오른손 전형끼리의 조합으로 애초부터 불리함을 안고 싸웠음에도 역시 결과 이상의 가능성을 수확한 승부가 됐다.
 

▲ 중국 선수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주세혁의 커트. 동메달결정전에서 보자! 사진 국제탁구연맹.

이제 한국 남자대표팀은 동메달결정전을 남겨두게 됐다. 3-4위전 상대는 독일이다. 디미트리 옵챠로프, 티모 볼, 스티커 바스티얀이 뛰는 독일은 결코 쉽지 않은 상대다. 유럽 선수권을 수차례 정복했던 강팀이다. 애초에는 일본과 동메달을 놓고 싸우게 될 것이란 예상이 더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독일은 일본과의 4강전에서 1대 3의 패배를 당했다. 에이스 옵챠로프가 건재하지만 유럽선수권자 출신인 티모 볼의 위력이 예전 같지 않다.

한국 승리의 기운이 무르익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첫 출전한 올림픽의 중압감을 이겨내고 연일 멋진 승부를 펼쳐오고 있는 우리 선수들의 기세라면 못 이길 것도 없다. 세계 최강자들과의 승부에서 끌어올린 자신감이 또 하나의 벅찬 상대 독일과의 경기에서 승리의 원동력이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 이상수-정영식 조도 잘 싸웠다. 3-4위전에서는 승리의 교두보가 되어줘야 한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맏형 주세혁은 “한국탁구의 미래를 책임지게 될 후배들과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 있다면 정말로 행복한 마무리가 될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오랫동안 한국탁구를 떠받쳐왔던 노장의 입장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예감 속에 홀가분하게 선수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기를 소망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주세혁 개인적인 소망을 넘어 ‘세대교체기’를 마무리하는 한국탁구 전체의 희망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잘해왔다. 한껏 끌어올린 자신감을 메달로 마무리할 일만 남았다. 리우올림픽을 향해 달려왔던 한국탁구의 여정이 ‘해피엔딩’으로 기록될 수 있을 기를 소망한다.

마지막 남은 승부, 한국남자탁구대표팀이 유럽의 강호 독일과 동메달을 놓고 겨루는 리우올림픽 탁구 남자단체 동메달결정전은 탁구경기 마지막 날인 17일 오전 열한 시(현지 시간)에 치러진다. 한국 시간으로는 17일 밤에서 18일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이다.

리우올림픽 탁구 남자단체전 4강전 결과

대한민국 0대 3 중국
정영식 2(15-13, 11-13, 11-9, 8-11, 4-11)3 장지커
주세혁 0(1-11, 4-11, 4-11)3 마롱
이상수-정영식 0(8-11, 10-12, 6-11)3 장지커-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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