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기 이겨낸 한국 남녀팀, 싱가포르, 스웨덴 상대로 4강 도전

12일 밤(한국 시간) 브라질 리우센트로 파빌리온 3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루마니아의 여자탁구 단체 16강전, 1, 2단식을 주고받아 매치스코어 1대 1이 된 상황에서 상대팀 복식 명단을 확인한 한국팀 벤치에는 잠시 당황스런 기색이 흘렀다.

루마니아가 둘 다 오른손 전형인 몬테이로 도데안 다니엘라와 쇠츠 베르나데트를 파트너로 묶어 복식에 출전시켰기 때문이다. 루마니아의 복식조는 당초 왼손 전형 엘리자베타 사마라가 위의 둘 중 한 선수와 호흡을 맞출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다. 그런데 루마니아 벤치는 왼손과 오른손의 합을 선호하는 일반적 경향과는 다른 모험을 시도했다. 톱-랭커 엘리자베타 사마라를 복식 대신 단식에 한 번 더 출전시킬 것을 택함으로써 한국의 전략을 흔들었다.
 

▲ 한국의 전지희-양하은 복식조가 변칙을 들고 나온 루마니아의 복식조를 이겨냈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루마니아가 시도한 일종의 ‘모험’은 올림픽만의 단체전 방식을 배경으로 한다. 경기 전 모든 매치 출전 선수를 확정하고 겨루는 세계선수권과 달리 올림픽단체전은 출전선수 명단(이하 오더)을 두 번으로 나눠서 제출한다. 1, 2단식 주자를 먼저 내고, 3복식 명단은 2단식이 끝난 후 제출하도록 돼있다. 엔트리 3인 안에서 경기 상황에 따라 복식멤버를 유동적으로 구성할 수 있게 한 것이다. 4, 5단식 주자는 복식을 따라 확정되는데, 만일 상대 복식조를 미리 알 경우 다음, 다음 경기에 나올 선수도 파악할 수 있다. 상대성에 따라 확률 높은 승점을 챙기는 ‘맞춤형 오더’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복식에서의 오더 제출은 2단식이 끝난 후 5분 안에 제출해야 한다. 경기 이상으로 치열한 5분의 신경전은 올림픽 스타일 단체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재미다.

그런데 한국은 공격전형과 랠리 시스템을 구성하기 어려운 수비전형 서효원(렛츠런파크·29)의 존재로 인해 전지희(포스코에너지·24)-양하은(개한항공·22) 복식조가 고정이나 다름없다. 복식 이후의 전략을 내놓고 싸울 수밖에 없는, 일종의 ‘핸디캡’을 안고 있는 격이다.

루마니아는 실제로 한국의 핸디캡을 적절히 이용했다. 엘리자베타 사마라를 복식 대신 4단식 주자로 내세운 것은 한국의 4단식 주자가 양하은이라는 사실을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사마라는 이전까지 국제무대 상대전적 4전 4승으로 양하은에게는 ‘천적’으로 통하는 선수였다. 4단식에서 확실한 승리를 챙긴 다음, 복식과 5단식을 놓고 50%의 승률에 기대보겠다는 루마니아의 승부수였던 셈이다. 원한 대로 4단식에서 사마라가 양하은을 이겼으니 일단은 ‘통한 작전’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 유독 몸놀림이 좋았던 몬테이로 도데안이 복식 이후 단식에 나왔다면 어땠을까? 사진 국제탁구연맹.

하지만 결과적으로 루마니아의 승부수는 ‘패착’이 됐다. 2단식에서 한국 에이스 서효원을 상대로 좋은 몸놀림을 보였던 몬테이로 도데안은 운신의 폭이 좁아진 복식에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패기가 좋은 쇠츠 베르나데트는 5단식에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지만, 서효원이 저하된 컨디션 속에서도 어떻게든 승리를 지켜낼 수 있을 만큼 기술력의 차이가 분명했다.

결과론이지만 루마니아가 올해 일본오픈에서 전지희-양하은 조에게 이긴 바 있었던 엘리자베타 사마라-쇠츠 베르나데트 조를 복식에 내고, 컨디션이 좋았던 도데안을 올림픽 첫 단식 매치에 출전한 양하은과 4단식에서 겨루도록 했다면 결과는 또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과론은 결과론일 뿐이다. 어느 팀 코칭스태프라도 보다 확률 높은 데이터를 놓고 작전을 구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난적’을 물리치고 8강에 오른 한국이 3복식 이후 전략을 내놓고 싸우는 핸디캡의 극복을 위해 계속해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나가야 한다는 것만이 남아있는 팩트인 셈이다.
 

▲ 이겼다! 힘겨웠던 승부를 마무리 지은 서효원이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그리고 여자팀의 상황은 남자 대표팀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국 남자대표팀 역시 수비형 주세혁(삼성생명·36)이 단식 두 경기를 책임지고, 이상수(삼성생명·26)-정영식(미래에셋대우·24) 조가 복식과 단식 한 경기씩을 책임지는 구조다. 첫 경기였던 브라질전은 두 팀의 전력차가 커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후 시합에서는 상대 팀 오더에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될지 모른다. 한국의 고정된 복식조에 대응하는 상대국의 유동적인 복식조를 살펴보는 것은 팬들 입장에서도 올림픽 탁구경기 단체전을 흥미롭게 하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한국탁구의 단체전 다음 상대는 여자는 싱가포르, 남자는 스웨덴이다. 펑티안웨이(세계4위), 위멍위(세계13위), 저우위한(세계32위) 등 중국계 선수들이 뛰는 싱가포르나, 유럽의 전통강호 스웨덴이나 또 한 번 한국탁구를 시험에 들게 할 강팀들이다. 하지만 참으로 부담스러웠던 첫 경기를 이겨내고 8강에 오른 기세대로라면 “해볼 만하다”는 게 현재 한국의 분위기다. 선수들의 사기가 매우 높다.
 

▲ 남자대표팀은 8강전에서 유럽의 전통강호 스웨덴과 싸운다. 이번 올림픽 첫 경기를 치른 주세혁. 사진 국제탁구연맹.

강문수 대표팀 총감독은 “지금으로서는 한 경기, 한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말 그대로 최선이다. 8강에 오른 팀들은 모두 강팀이다. 토너먼트에서는 눈앞의 경기에 모든 전력을 쏟을 수밖에 없다. 하고자 하는 선수들의 의지도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고 대표단의 높은 사기를 전해왔다. 리우올림픽 한국대표단에 유행하는 말이 있다. 할 수 있다!

싱가포르와 만나는 여자단체 8강전은 우리 시간으로 13일 밤 열 시, 스웨덴을 상대하는 남자단체 8강전은 그 하루 뒤인 14일 밤 열 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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