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탁구협회의 남다른 시도! 제6회 충청·한밭 탁구대회

고등부 명문 대전동산고 에이스 이장목이 생활탁구동호인과 공방전을 벌이고, 대전시설공단 여자탁구단 에이스 지수란이 지역 후배 김대우(대전동산고)와 양보 없는 접전을 전개한다.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구분이 없다. 학제의 구분도 성별의 구분도 없다. 상황에 따라 주어지는 약간의 핸디만이 같은 테이블 앞에 선 두 선수를 나눠줄 뿐이다.

7월 16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전에 없던 방식의 탁구대회가 개최돼 눈길을 끌고 있다. 대전광역시체육회가 주최하고 대전광역시탁구협회가 주관을 맡은 제6회 충청·한밭 탁구대회가 그것이다. 작년 5회 대회까지 대전·충청지역 생활체육탁구대회의 일환으로 열려왔던 이 대회는 올해부터는 엘리트 선수들도 함께 참가하는 ‘열린 형식’의 대회로 규정을 바꿔 새롭게 출발했다.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의 통합을 기념하기 위한 까닭이다.
 

▲ (대전=안성호 기자) 새로운 대회가 열린 대전충무체육관.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최근 국내 체육계는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의 통합이 한창 진행 중이다. 국민생활체육회와 대한체육회가 통합 과정을 밟고 있고, 각 종목별 단체들도 연합회(생활체육)와 협회(전문체육)가 하나의 체계를 세워가고 있다. 탁구 역시 지난 2월 총회를 갖고 통합 대한탁구협회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아직은 과도기로 이전의 연합회와 협회 임원들이 모두 포함된 임시단체의 성격을 띠고 있으나,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완전 통합하는 9월 이전 완전체 구축을 예정하고 있다.

과도기에는 시도지부 각각의 통합도 물론 포함된다. 초등, 중·고, 대학, 실업 등 기존의 4개 연맹체 외에 전국 17개 시도지부 역시 협회와 연합회가 하나의 단체로 통합한 이후 대한탁구협회 대의원 자격을 갖춰야만 정상적인 골격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각 시도지부들도 현재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을 관할하던 두 단체들이 속속 통합총회를 갖고 새 출발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 (대전=안성호 기자) 나이도 성별도 출신도 구분없다. 실업선수출신 류혜정 동호인(위)과 대전동산고 선수 김대우.

대전시탁구협회는 그 중에서도 가장 빠른 통합을 이뤄낸 단체다. 지난 3월 총회를 열고 박일순 협회 회장을 통합 대전시탁구협회 회장으로 추대했다. 대전동산중·고와 호수돈여중·고, 대전시설관리공단 등이 있는 대전은 한국 엘리트 무대에서 매우 높은 비중의 위상을 갖고 있는 곳이다. 생활탁구 역시 전국 어느 지역 못지않게 많은 동호인 인구를 자랑하는 탁구도시다. 행정적 측면에서도 탁구도시다운 빠른 행보로 안정을 꾀하고 있다.

16일, 17일 이틀 동안 치러지는 충청·한밭 탁구대회는 그리고, 통합협회 출범 이후 첫 번째로 개최한 행사다. 대전시탁구협회는 지역 내 엘리트 선수들을 남자단식 선수부(1, 2부 통합)에 참가시켜 동호인들과 함께 뛰게 하면서 통합 기념의 취지를 살렸다. 중고등부와 일반부 선수들이 대부분 출전했다. 안 그래도 생활탁구대회에서의 ‘선수부’는 남녀 구분 없이 최고 수준의 동호인들이 집결하는 부서다. 대전 지역 유망주들이 총출동한 이번 대회는 더욱 치열한 대결이 벌어지고 있고, 평소 자주 보기 힘들었던 엘리트 선수들의 경기력에 대한 관심 때문에 남다른 ‘볼거리’와 화제들이 양산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 (대전=안성호 기자) 대전시설관리공단 선수들도 시합에 출전했다. 한오연 선수와 지수란 선수. 힘들다 힘들어!

뜻깊은 대회를 개최한 박일순 대전시탁구협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엘리트선수들과 동호인들이 같은 경기장에서 시합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대결하는 것은 극히 드문 경우”라면서 “이번 대회가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서로간의 벽을 허물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인사를 전했다.

넓은 경기장에 익숙해있던 선수들은 펜스도 없는 가까운 옆 테이블의 랠리가 신경 쓰여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남자선수출신 선배 동호인에게 규정상 핸디 점수를 접어주고 고전하는 여자선수도 눈에 띈다. 하지만 이 대회에서 중요한 것은 승패보다는 새로운 시도다. 동호인들은 선수들의 높은 기술력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서 좋고, 낯선 환경에 고전하면서도 이전까지 만나지 못했던 각별한 응원을 받고 있는 선수들의 표정도 밝다.
 

 
▲ (대전=안성호 기자) 동호인들도 유쾌한 표정으로 스윙에 임하고 있다. 잘한다 잘해!!

‘엘리트’와 ‘생활’이라는 어색한 단어로 체육활동을 구분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라는 얘기가 있다. 애매한 구분으로 보다 풍요로울 수 있는 인프라가 위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체육계의 통합은 그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까닭이다. 통합을 넘어 빠르게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대전시탁구협회의 행보는 그런 면에서 충분히 주목해볼 만하다. 아직은 많은 보완의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열매는 씨앗을 뿌려야만 얻을 수 있는 결실이다. 탁구도시 대전의 빠른 실천이 향후 어떤 수확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대회는 선수부와 함께 남자 3, 4, 5, 6부(가군, 나군), 새롬부(가군, 나군), 여자 1-2, 3, 4, 5, 6, 새롬부 등으로 구분하여 개인단식과 단체전을 치르고 있다. 장년층을 위한 라지볼경기도 열리고 있다. 전문선수들과 동호인들을 포함 총 1300여 명의 많은 선수들이 참가한 가운데 16일 개막했으며, 다음 날인 17일 저녁 모든 경기를 마감할 예정이다. 다음은 16일 오후 치러진 개회식 이모저모.
 

 
▲ (대전=안성호 기자) 오세연 대전시탁구협회 부회장의 개회선언.
▲ (대전=안성호 기자) 권선택 대전광역시장의 환영사.
▲ (대전=안성호 기자) 박일순 대전광역시탁구협회장의 대회사.
▲ (대전=안성호 기자) 박용갑 대전시 중구청장의 축사.
▲ (대전=안성호 기자) 선수선서! 오현진, 김지현 동호인(황실탁구동호회)
▲ (대전=안성호 기자) 푸짐한 경품도 참가자(물론 당첨자만!)들을 즐겁게!!
 
▲ (대전=안성호 기자) 개회식 직후 박일순 회장과 권선택 시장이 시구를 했다.
▲ (대전=안성호 기자) 남다른 시도가 어떤 열매를 맺을지 주목된다. 대전동산고 에이스 이장목 선수의 경기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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