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탁구 미리보기 ① | 단체전 키워드는 ‘복식조’ 그리고 ‘수비전형’

남녀 단체전과 남녀 개인단식 등 모두 네 종목이 치러지는 리우올림픽 탁구경기에는 총 열두 개의 메달이 걸려있다. 각 종목별로 금은동메달이 하나씩이다. 남녀 개인단식은 64강 토너먼트, 남녀 단체전은 16강 토너먼트로 메달을 가린다. 단체전과 단식 모두 한 경기만 패해도 탈락하는 살얼음판 승부다. 단, 단식은 세계랭킹 순으로 시드를 받은 열여섯 명을 본선격인 32강에 직행시키고, 나머지 선수들이 32강 진출자 열여섯 명을 가리는 토너먼트를 먼저 진행한다. 남자 정영식(미래에셋대우, 7월 현재 올림픽랭킹 8위), 이상수(삼성생명, 11위), 여자 전지희(포스코에너지, 7위), 서효원(렛츠런파크, 11위) 등 16강 시드가 확실시되는 우리나라 단식 대표들은 모두 32강전부터 경기를 시작한다.
 

▲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대한민국 탁구대표팀. (태릉=안성호 기자)

가시밭길 | 남녀대표팀 단체전 시드
  한국 남녀대표팀은 7월 올림픽 팀랭킹에서 남자 3위, 여자 6위에 올랐다. 올림픽 전까지 국제대회가 없으므로 이 순위는 그대로 올림픽 시드다. 남자는 중국과 독일이 우리보다 높은 1, 2번 시드다. 4강전 상대가 중국이냐 독일이냐가 추첨으로 결정된다. 팀랭킹 4위로 같은 4강 시드인 일본과는 동메달결정전이 아니고서는 만날 일이 없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독일 쪽 대진에 선다면 보다 밝은 색깔의 메달을 꿈꿀 수 있다. 물론 8강전과 16강전에서 만날 복병들을 꺾는다는 전제 아래서다. 8강 상대 추첨그룹인 홍콩, 포르투갈, 프랑스, 스웨덴, 16강전에서 만날 수도 있는 타이완이나 영국 등 난적들에 대한 경계도 소홀히 해선 안 될 일이다.
  6번 시드가 확실해진 여자대표팀은 남자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험난한 대진을 뚫어야 한다. 여자 1~4번 시드는 중국, 일본, 독일, 싱가포르다. 우리와 같은 추첨그룹에는 홍콩(5위)과 타이완(7위), 네덜란드(8위)가 속했다. 역시 추첨에 따라 4강 시드 중 한 나라와 8강전에서 대적해야 한다. 16강전에서는 이번 올림픽 최고의 다크호스로 꼽히는 9번 시드 북한이나 세계대회 패배로 심리적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10번 시드 루마니아를 상대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대표팀은 과연 눈앞의 가시밭길을 어떻게 헤쳐 나가게 될까? 올림픽 단체전은 경기방식과 오더제출 등에서 객관적인 전력을 뒤집을 수도 있는 변수를 내포하고 있어 주목된다.

경기방식 | 5분의 신경전 변수!
  올림픽 탁구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단체전 방식이 ‘3인 5단식’의 세계선수권대회와는 다르다는 것을 우선 알아둬야 한다. ‘올림픽 스타일’로 따로 만들어진 ‘3인 4단식 1복식’ 시스템이 적용된다. 올림픽 스타일 단체전은 세 명으로 제한돼 있는 엔트리 안에서 마지막 매치까지 갈 경우 각 선수가 모두 두 경기씩을 치르도록 정교하게 짜여 있다. 한 선수는 단식만 두 경기를, 나머지 두 선수는 각각 단식과 복식 한 경기씩인데, 1, 2단식에서 만났던 선수가 세 번째 매치인 복식 이후 4, 5단식에서 다시 만날 수 없다. 경기 전 두 상대국이 각각 ABC와 XYZ로 구분된 순번에 따라 출전순서(이하 오더)를 제출하고 싸우기 때문이다(표 참고).
  두 번으로 나눠서 하는 오더제출도 올림픽 스타일 단체전만의 특징이다. 각국은 엔트리 세 명 중 1단식과 2단식에 나갈 선수만을 먼저 정하고, 1, 2단식이 끝난 후 단식을 뛴 두 선수 중에서 누가 남은 한 명과 3복식 경기에 나설지를 정해 한 번 더 오더를 제출한다. 각국은 복식과 이후 시합 상대를 고려하여 신중한 작전을 펼쳐야 한다. 복식 멤버에 따라 4, 5단식의 매치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복식오더는 2단식 직후 5분 안에 제출해야 한다. 경기보다도 치열할지 모르는 5분의 신경전! 올림픽 단체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재미다.

복식조 | 핸디캡을 오히려 강점으로
 
그런데 남자 주세혁과 여자 서효원 등 수비전형 에이스들이 뛰는 우리 대표팀의 경우는 복식조가 이미 정해져 있다. 커트주전인 수비전형은 아무래도 파트너와의 랠리 시스템을 구성하기가 쉽지 않다. 작년 10월 멤버 구성을 일찌감치 완료한 대표팀이 그 직후부터 남자 정영식-이상수 조와 여자 양하은-전지희 조를 각종 국제대회마다 고정적으로 출전시키며 호흡을 다져온 이유다. 따라서 한국 대표팀의 단체전 출전순서는 1, 2단식을 보면 이후 3복식과 4, 5단식에서 어떤 순서로 누가 나오게 되는지를 바로 알 수 있는 상황이다. 3복식 이후의 작전 수립에서 일종의 핸디캡을 안고 싸우는 격이다.
  하지만 복식은 파트너간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한 종목이다. 상황에 따라 급조한 복식조가 오랜 단련을 거친 팀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단체전 내에서의 복식은 엔트리 3인 안에서 구성해야 한다. 전술적으로 상대 복식조에 맞춰 팀을 구성하는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이미 노출돼 있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손발을 맞춰온 복식조는 오히려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의 ‘믿는 도끼’다. 실제로 한국의 복식조는 올림픽 전초전 삼아 치러진 ITTF 월드투어 슈퍼시리즈 코리아오픈 남녀복식에서 숱한 강호들을 연파하고 중국의 최강자들과 마지막 승부를 벌이며 위력을 과시했다. 대표팀은 남녀 모두 복식을 확실한 승점으로 상정한 뒤 네 번의 단식에서 2점을 따낸다는 전략으로 단체전을 준비하고 있다.
 

▲ 복식조는 한국대표팀의 '믿는 도끼'다. 전지희-양하은 복식조의 경기모습. 월간탁구DB(ⓒ안성호).

수비전형 | 또 하나의 ‘키워드’
  이번 올림픽 단체전에서 한국 대표팀 ‘키워드’로 ‘복식조’와 함께 ‘수비전형’을 꼽게 되는 이유도 그거다. 남녀팀 맏형과 맏언니이자 둘 다 수비수인 주세혁과 서효원은 매 경기 두 번의 단식을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1, 2단식이 벌어지는 전반전과, 3복식 이후 4, 5단식이 열리는 후반전에서 한국대표팀은 이들의 ‘커트’에 일희일비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자주 맞닥뜨릴 ‘에이스 대결’을 승리로 이끈다면 3복식 승부처에서 강한 한국 대표팀의 경기는 의외로 쉽게 풀릴 지도 모른다.
  ‘복식오더’에서 자유로운 한국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경기 시작 전 이들을 첫 주자로 놓을지, 두 번째 주자로 내보낼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다. 주세혁과 서효원은 둘 다 일반적인 수비형에 비해 공격적인 플레이를 구사한다. 끈질긴 커트에 이은 화려한 공격전환이 트레이드마크다. 하지만 수비는 수비다. 수비형은 상대에 따라 경기력의 차이가 극명한 경우가 많다. ‘오더’에서 전형상의 상대성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노련한 수비수 주세혁과 서효원은 현재 어떤 경우를 만나더라도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 수비전형은 한국 대표팀 단체전의 '키워드'다. 에이스 주세혁의 경기모습. 월간탁구DB(ⓒ안성호).

  올림픽에서 만날 나라는 사실 어느 한 팀 쉬운 상대가 없다. 모두가 각 대륙을 대표하거나 최근 팀 전력을 나열한 랭킹을 따라 본선에 올라온 강팀들이다. 하지만 한국 역시 그 중 하나다. 제한된 3인의 엔트리로 싸우는 올림픽은 다른 대회에 비해 변수도 많다. 심리적 부담감도 어떤 대회보다도 크다. 한국 대표팀은 그 같은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왔으며, 남녀 모두 4강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로 뛰고 있다. 올림픽까지는 이제 20여 일이 남아있다.
 

▲ 올림픽까지는 이제 20여일이 남아있다. 태릉선수촌에서 맹훈 중인 대표팀. 월간탁구DB(ⓒ안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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