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협회에 창단신청서 접수, 본격 창단절차 시작

마침내 또 한 팀의 남자실업탁구단이 창단된다. ‘보람 할렐루야 탁구단’이 28일, (사)대한탁구협회에 창단신청서를 접수했다. 협회 이사회 승인 절차가 남아있으나 특별한 결격사유가 있지 않는 한 곧 대외적인 창단 발표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람 할렐루야 탁구단의 모기업은 국내 상조업계 최고의 관혼상제 그룹으로 유명한 보람그룹이다. 많은 사회공헌 활동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최철홍 보람그룹 회장이 구단주다. 기독교 기업으로서 ‘할렐루야’가 구단 명칭을 수식하는 것도 이채롭다.
 

▲ 플레잉코치를 겸임하게 되는 이정우는 최근 인삼공사 소속으로 뛰었었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월간탁구DB(ⓒ안성호).

보람 할렐루야 남자실업탁구단의 창단이 더 큰 주목을 받는 것은 2014년 3월 해체된 농심의 주력 멤버들을 중심으로 선수단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당시 기업 간 계약논리의 희생양이 되면서 선수생활 중단의 위기에 처했었지만 굳건한 의지로 버텨냈다. 뿔뿔이 흩어져서도 끈질기게 훈련을 이어갔다. 더러는 다른 팀과 계약을 하기도 했고, 더러는 더부살이 신세를 감수하기도 하면서 자주 만나 새 팀에서 다시 뭉칠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실제로 보람 할렐루야 탁구단의 창단은 선수들이 핵심 역할을 하면서 물꼬를 텄다. 국가대표 출신 왼손 펜 홀더 이정우를 중심으로 직접 창단기업을 찾아 나섰고, 논의가 시작되면서는 1년 넘게 탁구를 통한 여러 봉사활동을 수행하면서 결실을 맺기 위해 노력했다. 모기업을 설득하고 마침내 창단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탁구를 위한 선수들의 진정성이었던 셈이다.
 

▲ 농심 시절 유망주였던 이승혁, 이제는 중견선수로서 중요한 역할이 주어질 것이다. 월간탁구DB(ⓒ안성호).

보람의 선수 구성은 농심 시절 주장이었던 이정우(33)와 오른손 장신 셰이크핸더 이승혁(25)이 일단 중심이다. 여기에 오는 10월 상무를 제대하게 되는 최원진(28)과 내년 창원남산고를 졸업하는 한유빈이 합류를 확정했다. 새내기 한유빈 외에 모두 (전)농심 선수들이다. 이정우는 플레잉코치로서 지도자 역할도 겸하게 된다. 아픈 상처를 딛고 새 출발하는 선수들이 또 다르게 성취해갈 ‘열매’들이 기대된다.

이정우 플레잉코치는 “우리들의 노력으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어서 정말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어느 때보다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보답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지금은 정말이지 회사의 기대대로 잘하고 싶은 생각뿐이다. 이전 팀에 있을 때는 어려서 잘 몰랐지만 해체될 때의 공허감이나 참담한 심정만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새로운 팀이 그런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뛰고, 후배들도 잘 키워서 오래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명문팀으로 만들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 일본에서 눈부신 성과를 이뤄냈던 오광헌 감독이 보람의 선수들과 함께 한다. 월간탁구DB(ⓒ안성호).

그리고 보람 할렐루야 탁구단에는 또 한 명 주목할 사람이 있다. 바로 오광헌 초대 감독이다. 현재 일본 주니어대표팀 감독이자 여자국가대표팀 코치인 오광헌 감독은 일본 여자탁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입지전적 인물이다. 1995년 일본으로 건너간 이후 슈쿠도쿠대학 코치와 감독을 역임하며 소속팀을 일본 최강으로 키워냈고, 탁월한 지도력을 인정받아 2009년부터는 일본 국가대표 코치로 활약했다. 2013년부터는 주니어대표팀 감독까지 겸임하면서 유망주 육성에 기여했다. 일본여자탁구가 현재 중국을 위협하는 ‘세계2강’으로 올라선 데에는 그의 역할이 매우 컸다. 지난 4월에는 일본 미즈노스포츠진흥공단과 일본올림픽위원회, 일본체육회 공동주관으로 일본 체육발전에 공헌한 지도자에게 주는 미즈노 스포츠멘토 지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차별이 따르는 척박한 환경을 딛고 눈부신 성과를 이뤄낸 그가 국내 복귀무대로 남자실업탁구, 바로 ‘보람 할렐루야’를 선택한 것이다.
 

▲ 현재 신협상무 주전으로 뛰고 있는 최원진. 제대 후 합류한다. 월간탁구DB(ⓒ안성호).

오광헌 감독은 “일본 대표팀 임기가 아직 남아있다. 그런데 회사가 금년 말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을 꺾고 싶다는 목표를 인정해주셨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오라는 신뢰를 보내준 것이다. 세계대회 이후 본격적으로 합류하게 되겠지만, 그 사이에도 해야 하는 역할에는 소홀하지 않을 생각이다. 믿음을 주시는 만큼 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현실적으로 아직 약한 전력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창단팀에게 주어지는 두 장의 지명권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구단이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만큼 장기적인 시각으로 차분하게 준비해서 적어도 3년에서 5년 안에는 우승을 다투는 강팀으로 키워내고 싶다. 국가대표도, 올림픽 선수도 배출하는 팀이 될 것이다.”라고 강한 포부를 밝혔다. 탁구강국 일본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키웠던 오광헌 감독이 새 출발의 의지로 가득한 선수들과 함께 이뤄갈 과정 역시 남다른 기대를 모은다.

마침내 공식적인 창단 절차를 밟기 시작한 ‘보람 할렐루야 탁구단’은 천안에 있는 그룹 연수원 내에 오는 7월 15일경 완공하는 체육관에서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숙식이 모두 해결되는 탁구단 전용 체육관이다. 또한 오는 10월 3일 경기도 성남체육관에서 보람그룹 사내 탁구대회를 개최하면서 탁구단의 공식 창단식도 함께 열 예정이라고 한다. 선수들은 아직 각자 택했던 훈련장에서 나뉘어져 훈련하고 있다. 마침내 한 테이블에서 랠리를 시작할 때 어느 현장에서보다 경쾌한 임팩트가 체육관을 울리게 될 것이다.
 

▲ 내년 창원남산고를 졸업하는 유망주 한유빈도 창단팀 합류를 확정했다. 월간탁구DB(ⓒ안성호).

보람 할렐루야 탁구단의 창단이 확실해지면서 근 2년 새 연이은 팀해체로 시름하던 남자실업탁구계도 새로운 '부흥'을 꿈꿀 수 있게 됐다. 기존의 삼성생명, KGC인삼공사, 미래에셋대우에다 지난 4월 출범한 한국수자원공사, 그리고 보람 할렐루야 탁구단이 가세하면서 기업부만 다섯 팀으로 늘어난다. 시군청팀과 신협상무 등도 힘을 합쳐 세미프로리그를 개최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고 있다. 진로의 폭이 넓어지면서 청소년 유망주들도 힘을 낼 것이다. 올림픽이 열리는 2016년, 한국 남자탁구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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