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파견 국가대표선발전 마무리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파견 국가대표 선발전이 모두 끝났습니다. 이전 포스트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이번 선발전은 토너먼트 1위 선수가 선발을 확정지으면서 다음 라운드에 빠지면 나머지 선수들이 다시 토너먼트를 치르는 방식으로 전개됐습니다. 오상은(KDB대우증권, 세계17위)과 주세혁(삼성생명, 세계13위)이 세계랭킹에 따른 자동출전권을 갖고 있는 남자부는 5명을, 김경아와 당예서(이상 대한항공)가 자동출전권을 반납한 여자부는 7명의 선수들을 뽑았죠. 남자부는 어제 모든 경기를 끝냈고, 6, 7라운드만 남겨둔 상황에서 오늘 경기를 시작한 여자부 경기도 지금 막 7라운드 결승전이 끝나면서 모든 경기가 마무리됐습니다.

▲ 삼성생명의 신예 조유진이 6라운드를 1위로 통과했다. (태릉=안성호 기자)

  여자부 6라운드 결승전에서는 삼성생명의 신예 조유진이 대한항공의 노장 김정현에게 4대 1(7,9,-8,4,4) 승리를 거두고 1위에 오르며 선발을 확정지었습니다. 한 명의 대표선수도 배출하지 못할 뻔 했던 소속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조유진은 생애 첫 태극마크라는 최고의 기쁨도 함께 누렸습니다. 조유진은 힘 있는 탁구를 구사하는 양 핸드 공격수입니다. 1992년생 20대 초반으로 먼저 진출한 양하은(대한항공), 유은총(포스코에너지)과 비슷한 또래입니다. 어쩌면 이번 선발전은 이 '젊은 피 삼총사'를 중심으로 세대교체의 마침표를 찍은 대회였다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선수들이 경합한 최종 7라운드에서는 KRA한국마사회의 서효원이 역시 김정현을 결승에서 4대1(8,10,-7,9,8)로 이기고 턱걸이로 마지막 티켓을 획득했습니다. 김정현은 이전까지 6라운드를 거치는 동안 서효원에게만 4승을 거두고 있었는데 결정적인 마지막 한 경기를 짐으로써 안타까운 탈락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박진감은 넘치지만 한 선수에게 4승 1패를 하고도 그 선수에 밀려 탈락할 수도 있는 선발전 방식은 아무래도 보다 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김정현은 오늘 치러진 두 번의 라운드 모두 결승에 오르고도 끝내 대표가 되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네요. 김정현 선수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 '포스트 김경아' 서효원(KRA한국마사회)이 턱걸이로 대표에 선발됐다. (태릉=안성호 기자)

  그동안은 ‘얼짱’으로 더 유명했던 서효원의 승리가 가지는 의미도 작지 않습니다. 국제무대에서 수비전형의 효용성에 많이 기대왔던 한국 여자탁구로서는 수비수 없이 세계대회를 치를 뻔 했던 부담에서 벗어났고, 서효원 개인적으로도 ‘포스트 김경아’의 위치를 확고히 한 셈이니까요. 이번 세계대회가 개인전이라고는 하지만 매우 높은 배점의 랭킹포인트가 걸려있어 출전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다음 행보에 미치는 영향이 천지차이죠. 이어질 다른 대회들에서의 단체전을 감안한다면 역시 수비전형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서효원의 대표팀 합류는 여러모로 다행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 경기에서 몸 풀린 서효원 선수, 정말 펄펄 날아다니며 신기의 커트와 역습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더군요. 공격수 못지않은 맞드라이브도 일품이었어요. 세계대회에서는 좀 더 일찍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전의 포스트에 링크된 기사를 읽어보셨다면 짐작하시겠지만 남자부의 경우 이번 선발전은 어딘지 개운치 않은 결말을 맞고 있는 상황입니다. 두 노장 선수의 자리를 감안해 5라운드로 막을 내리긴 했지만 여전히 명확하게 일곱 명의 대표 명단을 확정하기를 주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까지 하네요. 선수들의 의사를 좀 더 기다려보고 두 자리를 새로 뽑든지 그대로 가든지 결정하겠다는데, 빨리 확정짓고 훈련에 들어가도 모자랄 텐데 조금은 답답한 형국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그런 중대 사항을 ‘선수들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은 어느 쪽을 막론하고 ‘책임전가’의 소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또 안타깝고요.

  유력한 주전멤버 후보였던 김민석(KGC인삼공사)이 발가락 티눈 제거수술(이 또한 시기조절의 아쉬움이 남는 일이죠) 때문에 시합을 뛰지 못했고, 이정우(농심) 역시 컨디션 저하로 경기 도중 기권을 하면서, 이번 선발전을 통해 남자부는 애초 예상과는 조금 다른 대표팀이 구성된 것이 사실입니다. 선발된 선수들은 상비1군 멤버들과 함께 당장 오늘부터 맹훈련에 들어갈 예정인데, 새로 구성된 대표팀이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빨리 떨쳐내고 가열한 도전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이번 선발전을 통해 일단 결정된 대표팀 선수명단을 기록해두겠습니다.

 

2013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파견 국가대표 선수명단

▶ 남자
오상은(KDB대우증권, 자동출전), 주세혁(삼성생명, 자동출전), 정영식(KDB대우증권, 1라운드 1위), 서현덕(삼성생명, 2라운드 1위), 이상수(삼성생명, 3라운드 1위), 조언래(S-OIL, 4라운드 1위), 김경민(KGC인삼공사, 5라운드 1위)

▶ 여자
석하정(대한항공, 1라운드 1위), 박영숙(KRA한국마사회, 2라운드 1위), 양하은(대한항공, 3라운드 1위), 유은총(포스코에너지, 4라운드 1위), 박성혜(대한항공, 5라운드 1위), 조유진(삼성생명, 6라운드 1위), 서효원(KRA한국마사회, 7라운드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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