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4시간 20분 대접전 끝 작년 우승팀 대한항공 꺾어

▲ (대구=안성호 기자) 미래에셋대우가 대한항공을 꺾고 감격의 우승을 달성했다.

여자실업탁구 단체전에서 또 한 번의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지난 4월 종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두 경기를 먼저 내주고 내리 세 경기를 가져가는 대역전 우승으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여자실업은, 20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2016 실업탁구챔피언전에서도 장장 네 시간 20분에 달하는 초접전으로 손에 땀을 쥐는 피날레를 연출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의 승자는 종별대회 우승팀 대한항공이 아니었다. 바로 미래에셋대우였다. 대한항공과 마지막 길목에서 맞부딪친 미래에셋대우는 매치스코어 2대 2에 5단식 게임스코어 0대 2의 위기상황을 극복해내며 최후의 승자가 됐다.
 

▲ (대구=안성호 기자) 송마음이 1단식을 선취했다. 단식 우승자 이은혜를 이겼다.

먼저 승기를 잡은 팀은 대우였다. 송마음과 문현정이 1, 2단식을 선취하며 앞서나갔다. 작년 대회 단식 챔피언이었던 송마음이 이번 대회 단식 우승자 이은혜를 풀게임접전 끝에 이겼다. 단식 8강전에서 이은혜에게 당했던 패배를 설욕하며 단식 입상에 실패한 아쉬움도 털어냈다. 이어진 2단식에서는 노장 문현정이 대한항공의 ‘신병기’ 지은채를 꺾었다. 지은채는 종별대회 때 대한항공의 ‘드라마’를 이끈 ‘히어로’였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관록의 노장 문현정은 흔들림 없이 중심을 지켰다.
 

▲ (대구=안성호 기자) 노장 문현정이 신예 지은채를 2단식에서 꺾었다.

하지만 대한항공도 그냥 물러서지는 않았다. 1, 2단식 패배를 자초한 이은혜와 지은채가 힘을 합쳐 대우의 송마음-이슬 조를 3복식에서 꺾었다. 3복식 역시 풀-게임접전이었다. 첫 게임과 마지막 게임을 듀스접전으로 전개하는 피 말리는 승부를 펼쳤다. 결국 항공의 복식조가 승리하고 반전의 발판이 만들어졌다.

대한항공은 4단식에서도 승리했다. 수비수 김단비가 이번 대회 단식 4강의 주인공 황지나를 꺾었다. 종별대회 결승전에서도 4단식 승리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던 김단비가 이기자 대한항공 벤치에 다시 활기가 돌았다. 또 다시 대역전드라마가 쓰이는 듯했다.
 

▲ (대구=안성호 기자) 수비수 김단비가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으나 전체 결과를 바꿀 수는 없었다.

마지막 주자는 미래에셋대우의 이시온과 대한항공의 김경아였다. 여자실업의 영건들 중 가장 촉망받는 기대주와 오랫동안 한국탁구를 대표했던 최강의 수비수가 만났다. 경기 전 예상은 맏언니 김경아의 우세로 점쳐졌고, 실제 경기도 초반 두 번째 게임까지는 예상대로 흘렀다. 김경아가 1, 2게임을 모두 잡고 우승을 결정짓는 양상으로 흘렀다.

그러나 또 다시 반전이 일어났다. 체력을 앞세운 이시온이 3게임부터 ‘닥공’ 모드로 돌입했다. 어떤 코스에서도 강렬한 드라이브를 퍼부었다. 이시온의 파상공세에 베테랑 김경아도 당황했다. 노련미를 앞세워 상대의 코스선택을 사전 봉쇄하던 김경아는 힘이 빠지면서 이시온의 좌우 대각 공격을 미처 따라가지 못했다. 3, 4게임을 단 4점과 1점을 따내는데 그쳤다. 마지막 5게임도 같은 양상이 지속됐다. 이시온이 빠르게 매치포인트에 도달했다. 김경아는 최후의 힘을 짜내며 추격했으나 초반 너무 많이 벌어진 점수 차이를 극복하기에는 힘이 달렸다. 10대 7 상황에서 촉진룰까지 걸렸던 5게임의 승자는 결국 이시온이었다.
 

 
▲ (대구=안성호 기자) 최후의 승자 이시온. 대선배 김경아를 꺾고 환호했다.

대선배를 꺾은 겁 없는 신예 이시온은 승리가 결정되는 순간 환호하며 벤치에 있던 육선희 코치를 끌어안았다. 드라마는 다시 만들어졌으나 해피엔딩의 주인공은 미래에셋대우였다. 남자단체 결승전에서 역시 풀-매치접전 끝에 아깝게 우승을 내줬던 남자팀의 아쉬움까지 털어내는 명승부를 펼쳤다. 미래에셋대우로 간판을 바꿔 단 후 달성한 첫 번째 우승이라는 의미도 더했다.

우승이 결정된 직후 육선희 코치는 “초반 1, 2단식에서 어려운 경기를 이겨준 송마음과 문현정이 앞길을 잘 열어줬다. 이시온은 사실 불리할 것으로 생각했다. 부담 없이 공격적으로 풀어가라고 지시했는데 그게 잘 먹힌 것 같다.”고 승인을 분석하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승에 도전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 (대구=안성호 기자) 우승 직후 이시온은 벤치에 있던 육선희 코치에게 달려갔다.

미래에셋대우의 여자단체전 우승과 함께 5일간 열전을 이어왔던 2016 실업탁구챔피언전도 막을 내렸다. 먼저 치러진 남자단체 결승전에서는 삼성생명이 미래에셋대우를 이기고 2연패를 달성했다. 전날 먼저 치른 개인전에서는 남자단식 조언래(한국수자원공사), 여자단식 이은혜(대한항공), 남자복식 김민석-임종훈(KGC인삼공사), 여자복식 정유미-최효주(삼성생명)가 각각 우승했다. 이번 대회는 치러진 여섯 개 종목 우승자(팀)가 각각 다른 팀에서 나오는 흔하지 않은 결과가 만들어졌다. 한국실업탁구는 지금 춘추전국시대다.
 

▲ (대구=안성호 기자) 선전했지만 체력부족을 끝내 극복할 수 없었던 김경아다.
▲ (대구=안성호 기자) 우승을 자축하는 대우 선수들. 셀카! 셀카!!

여자단체전 결과

미래에셋대우 3대 2 대한항공
송마음 3(10-12, 11-9, 13-11, 9-11, 11-7)2 이은혜
문현정 3(6-11, 11-4, 11-6, 11-7)1 지은채
송마음-이슬 2(13-11, 6-11, 11-9, 8-11, 10-12)3 이은혜-지은채
황지나 1(9-11, 11-8, 9-11, 10-12)3 김단비
이시온 3(7-11, 8-11, 11-4, 11-1, 11-8)2 김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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