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회 전국남녀종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일반부 결승전

▲ (수원=안성호 기자) 포스코에너지가 대한항공에 패하고 우승이 좌절됐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그들은 '아름다운 패자'였다.

지난 22일 늦은 시간까지 수원실내체육관을 환하게 밝혔던 제62회 전국남녀종별탁구선수권 여자일반부 결승전은 근래 보기 드문 명승부였다. 대한항공이 2년차 신예 지은채와 수비수 김단비의 눈부신 활약 속에 패배 직전까지 몰렸던 승부를 뒤집고 ‘탁구드라마’를 완성했다. 반면 2연패를 꿈꿨던 작년 우승팀 포스코에너지는 통한의 역전패로 대한항공 드라마의 ‘상대역’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포스코에너지가 단순한 조연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명승부가 진정한 ‘명승부’를 남게 된 데에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포스코에너지 선수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지만 경기 내용 면에선 오히려 포스코에너지의 미래를 기대케 할 희망적인 요소가 많았다. 결승전 승부에선 패자였지만 ‘탁구’에선 결코 패자가 아닌 이유다.
 

 
▲ (수원=안성호 기자) 이때까진 좋았는데... 노장 수비수 윤선애가 대한항공의 새로운 에이스로 주목받는 이은혜를 노련미로 완파하고 키스 세리머니를 보여줬다.

경기 초반 오더에서 드러난 전략 싸움은 포스코에너지의 승리였다. 자신만만하게 나선 대한항공의 1, 2장을 연달아 완파했다. 베테랑 수비수 윤선애가 대한항공의 새로운 에이스로 주목받는 이은혜를 3대 0으로 꺾었다. 2단식에선 반대로 포스코에너지의 에이스 유은총이 ‘불혹의 깎신’ 김경아를 3대 1로 돌려세웠다. 완벽한 '신구 조화'가 팀의 끈끈함을 더했다. 

특히 유은총은 올림픽대표 전지희의 불참으로 짊어져야 했던 팀의 에이스 역할을 책임감있게 완수해냈다. 단체전뿐 아니라 앞선 개인단식에서도 팀의 주전들 중 유일하게 4강에 올라 우승까지 차지한 바 있다. 유은총은 지난해 말 ‘턱걸이’로 어렵게 국가대표상비1군에 오르는 등 최근 대회마다 고전하는 인상을 남겼다. 입단 초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기세가 떨어져 가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는 중이었다. 그러나 올해 첫 대회였던 종별선수권에서 유은총은 우수한 개인성적은 물론 팀에 헌신하는 남다른 모습까지 보이며 포스코에너지의 에이스이자 리더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 (수원=안성호 기자) 유은총이 에이스로서 책임을 다했다. 베테랑 김경아를 3대 1로 꺾었다.

하지만 포스코에너지는 대한항공의 왼손 공격수 지은채의 놀라운 선전에 막판 동점을 허용했다. 2대 0에서 2대 2. 승기마저 모두 내주고 '말번' 이다솜에게 팀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2014년 입단부터 포스코에너지의 대표주전으로 나서 꾸준히 승수를 쌓아온 이다솜이지만 최근에는 상비군선발전에서 입은 부상으로 재활기간을 가져야 했다. 이번 결승전의 5단식 끝장승부는 막 부상에서 복귀한 젊은 선수에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다솜은 1, 2게임을 먼저 가져오고도 김단비에게 2대 3의 역전패를 당하고 분루를 흘려야 했다.
 

▲ (수원=안성호 기자) 결승전에선 부진했지만 최정민은 대표주전으로 활약하며 팀의 결승 진출까지 큰 힘을 보탰다. 

그러나 이다솜 역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승부가 완전히 넘어간 5게임 6-10 매치스코어 상황에서 이다솜은 9-10까지 추격하는 끈기를 보였다. 결국 한 점을 더 얻지 못하고 9-11로 패배, 우승을 넘겨주고 말았지만 포스코에너지 동료들은 눈물을 흘리는 이다솜을 진심으로 위로했다. 이다솜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자신의 한계 이상의 승부를 펼쳐줬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기 때문이었다.

뜨거웠던 여자일반부 결승전의 승자는 분명 포스코에너지가 아닌 대한항공이다. 그러나 패배와 상관없이 포스코에너지는 고른 전력을 구축한 강팀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베테랑 윤선애와 중견 유은총, 신예 이다솜까지 주전들이 고르게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다. 팀의 결승 진출을 도운 최정민과 돌아올 ‘올림픽대표’ 전지희도 건재하다. 탁구는 계속된다. ‘어제’ 흘렸던 통한의 눈물이 포스코에너지의 ‘내일’에 좋은 밑거름일 될 것이라 믿기에 탁구팬들은 이 ‘아름다운 패자들'에게도 우승팀 못지 않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 (수원=안성호 기자) 부상 복귀 후 선전했지만 고비를 넘지 못한 이다솜. 그러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모습에 많은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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