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 일본 등 탁구강국들 대부분 불참, 하위랭커들끼리 경쟁

한국탁구 올림픽 대표팀이 아시아예선 2단계에 출전하지 않았다. 대표팀은 리우올림픽 아시아예선에서 1단계 경기를 모두 마감한 이후 2단계 경기를 치르지 않은 채로 15일 오후 귀국했다.

현재 홍콩에서 열리고 있는 2016 리우올림픽 탁구경기 아시아 지역예선은 1단계와 2단계로 나눠 남녀 각 열한 장의 올림픽 개인단식 출전권을 배분하고 있다. 1단계는 아시아 전역을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등 5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토너먼트를 통해 각 권역 1위에게 올림픽 개인단식 출전권을 부여했다. 2단계는 권역 구분 없이 토너먼트를 치러 나머지 남녀 각 6장의 티켓을 배분하는 형식이다.
 

▲ 한국 올림픽대표 선수들이 2단계에 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랭킹으로 추가 선발이 확실시된다. 태릉에서 강화훈련 중인 선수들의 모습. 월간탁구DB(ⓒ안성호).

한국 대표팀은 남자 이상수(삼성생명), 정영식(KDB대우증권), 여자 서효원(렛츠런파크), 전지희(포스코에너지)가 1단계에 출전했으나, 전지희 혼자만 8강에 올랐고 나머지는 모두 첫 경기에서 패해 별다른 성과 없이 경기를 끝냈다. 전지희도 8강전에서 홍콩의 두호이켐에게 패했다. 우리나라가 속한 동아시아권역 남녀 1위는 중국의 마롱과 리샤오샤가 차지했다.

문제는 2단계, 중국의 최강자들이 1단계 1위를 차지할 것이 유력시되던 상황에서 애초부터 2단계에서 남은 티켓을 노리는 전략으로 홍콩에 도착했던 대표팀은 1단계 경기 이후 다른 나라 선수단과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친 끝에 경기에 출전하지 않기로 하고 급거 귀국한 것이다.

이철승 남자대표팀 코치(삼성생명 남자팀 감독)는 “중국이나 일본 등 강국들은 처음부터 2단계에 출전하지 않을 생각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코칭스태프 회의를 통해 우리도 굳이 2단계에서 위험부담을 안고 하위랭커들과 경기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 동아시아권역 남자 1위에 오른 마롱. 중국 역시 2단계 경기에는 불참했다. 월간탁구DB(ⓒ안성호).

실제로 이번 예선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탁구강국들은 대부분 2단계 경기에 불참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2단계에서 세계 상위권 전력을 가진 나라 선수들은 타이완 정도가 유일하다. 중국과 일본은 물론 개최국인 홍콩도 세계랭킹 상위권인 여자부는 불참했다.

상위권 국가들이 2단계 경기에 불참한 것은 이번 예선 규정의 허점에서 기인한다. 국제탁구연맹(ITTF)은 대륙별 예선 이후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한 선수들 중 세계랭킹 상위 22명을 추가선발하기로 하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지역예선에 참가했던 선수들만을 대상으로 한정했지만, 이미 1단계 출전을 통해 최소한의 자격요건을 갖춘 각 나라 상위랭커들은 굳이 2단계에서 경기하지 않아도 랭킹으로 출전권을 받을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었다.

세계랭킹 10위권 대에 있는 우리나라 선수들도 그것은 마찬가지. 2단계 출전은 오히려 랭킹 하락의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었다. 이철승 코치는 “2단계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우리보다 하위랭커들이다. 만일의 경우 패한다면 승리할 때 받을 수 있는 레이팅 포인트의 몇 배에 달하는 점수를 깎일 수도 있다. 차라리 현재 포인트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추가선발을 기다리는 편이 확실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미 단식 대표를 확정한 우리나라와 달리 아직 대표를 결정하지 않은 강국들이 많다는 것도 이유가 됐다. 중국이나 일본 등은 1단계에 본선 엔트리보다 많은 3-4명의 선수들을 출전시켜 최소한의 자격요건을 갖춘 이후 마지막까지 컨디션을 지켜보며 해당 선수들 중 대표를 선택하려는 작전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예선 2단계는 세계랭킹을 통한 출전권 확보가 어려운 나라 선수들만이 남아 경기를 벌이는 형국이 됐다. 개최국인 홍콩도 남자부는 출전했으며, 세계랭킹이 하위권에 처져 있는 북한 여자선수들이 참가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 북한 여자선수들은 기량에 비해 세계랭킹은 하위권이다. 2단계에 출전하고 있다. 북한의 수비에이스 리명순. 월간탁구DB(ⓒ안성호).

국제탁구연맹은 이번 올림픽 이전까지는 세계랭킹을 통해 상위권 선수들을 우선 선발한 이후 나머지 출전권을 예선을 통해 추가하는 방식을 택해 왔었다. 하지만 자동출전권을 확보한 경우 월드투어 등 국제연맹 이벤트를 등한시하고 올림픽 대비에만 치중하는 문제가 있었다. 선발 방식을 바꾼 것은 그 같은 단점을 보완하고 올림픽 직전까지 치열한 경쟁을 계속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까닭이었으나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한 상황이다. 아시아 예선이 조금은 파행에 가깝게 진행되고 있는 현재 국제탁구연맹의 고민도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귀국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한국탁구 올림픽대표팀은 곧 바로 태릉에서 강화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4월 20일부터 24일까지 치러지는 ITTF 월드투어 폴란드오픈을 준비한다. 폴란드오픈은 메이저시리즈다. 아시아예선에서 안정적인 전략을 택한 대표팀은 세계랭킹 상승을 위해 폴란드에서 중요한 일전을 치러야 한다. 올림픽 개인단식 출전권은 5월 발표되는 세계랭킹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본선에서의 시드배정은 8월 랭킹을 기반으로 한다. 현재 한국 남녀 올림픽대표팀은 6위까지 팀 랭킹이 처져 있다.

저작권자 © 더 핑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