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부터 홍콩에서 아시아 지역예선 개최

하계올림픽 탁구경기는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지금까지 총 7회가 개최됐다. 홈그라운드에서 열린 서울올림픽에서 한국탁구는 금메달 2개(남자단식 유남규, 여자복식 현정화-양영자), 은메달 1개(남자단식 김기택), 동메달 1개(남자복식 유남규-안재형)를 따내며 효자종목으로서의 인상을 강하게 심었는데, 이후 다시 금메달을 획득하기까지는 16년의 세월이 걸렸다(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유승민). 올 8월 리우올림픽은 유승민의 금메달 이후 12년째가 되는 무대다.
 

▲ 아테네올림픽에서 16년 만의 금메달을 따냈었던 유승민. 그의 아래로 왕하오! 왕리친!! 월간탁구DB.

올림픽 탁구는 그동안 개최종목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1988년 서울부터 2004년 아테네까지는 남녀단식과 남녀복식이 치러지다가 2008년 베이징부터는 4개 종목 숫자는 유지됐지만 복식 대신 남녀단체전이 정식종목이 됐다. 서울에서의 여자 금메달을 포함, 2004년 아테네 여자 은메달(이은실-석은미), 1996년 애틀랜타 남자 동메달(유남규-이철승) 등 개인복식에서만 금 1, 은 1, 동 7개의 메달을 따내며 강세를 보였던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운 변경이라는 얘기가 많았었다. 하지만 한국은 이후 단체전에서도 은메달 하나(2012년 런던 남자), 동메달 두 개(2008년 베이징 남녀)를 따내며 올림픽 탁구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지켜왔다.

물론 올림픽 무대에서도 탁구 최강국은 중국이다. 그나마 초기 중국의 성적이 신통치 않았던 남자단식에서도 첫 대회인 서울 올림픽 노메달과, 두 번째 대회인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동메달(마웬거) 이후에는 한 대회도 빠지지 않고 결승에 진출했고, 그 중 왕하오가 유승민에게 금메달을 내준 2004년을 뺀 나머지 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가져갔다. 현 중국남자대표팀 감독 류궈량(1996년 애틀랜타), 여자대표팀 감독 공링후이(2000년 시드니), 은퇴한 마린(2008년 베이징)과 현역 선수인 장지커(2012년 런던)가 중국의 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들이다.
 

▲ 유럽 유일의 올림픽 탁구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얀-오베 발트너. 월간탁구DB(ⓒ안성호).

유럽 선수들 중에서는 얼마 전 은퇴한 스웨덴의 얀-오베 발트너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결승에서 프랑스의 장-필립 가티엥을 3대 0(21-10, 21-18, 25-23)으로 이기고 금메달을 획득했던 적이 있다. 당시 대회에서는 우리나라의 김택수(현 KDB대우증권 감독)도 4강에 올랐지만 우승자 발트너에게 0대 3(9-21, 18-21, 19-21)으로 패해 마웬거와 함께 동메달리스트가 됐다(92년 올림픽에서는 3-4위 결정전이 없었다). 발트너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도 결승에 올랐지만 공링후이에게 접전 끝에 2대 3(16-21, 19-21, 21-17, 21-14, 13-21)으로 석패하고 은메달에 머물렀다.

이후 유럽은 2012년 런던에서 독일의 디미트리 옵챠로프가 12년 만에 동메달을 따내기까지 단 한 명도 단식 입상권에 들지 못했다. 옵챠로프가 동메달을 따낼 수 있었던 것도 올림픽 출전 선수 쿼터제의 영향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다. 올림픽 단식은 이전까지 각 NOC당 3명씩이 출전할 수 있었지만 2008년 베이징대회 때 남녀단식 금은동메달을 모조리 휩쓰는 등 중국의 독식이 심해지자 2012년부터 국가별 두 명으로 엔트리 제한을 강화했다. 그로 인해 시상대 한 칸은 반드시 비(非)중국 국적 선수 한 명이 설 수 있는 구조로 바뀌게 된 것이다.
 

▲ 시상대는 반드시 비(非)중국 선수 한 명 이상이 설 수 있는 구조다. 은메달 왕하오와 금메달 장지커. 그리고 12년 만에 탄생한 유럽의 메달리스트 옵챠로프. 월간탁구DB(ⓒ안성호).

여자단식의 경우 중국은 아직까지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 원년 금메달리스트 첸징은 나중 타이완으로 소속 NOC를 바꿨지만 1988년에는 중국대표였다. 바르셀로나(1992)와 애틀랜타(1996)에서는 덩야핑이 2연패했고, 왕난(2000년 시드니) 이후 장이닝이 다시 2연패(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에 성공했다. 가장 최근 대회였던 2012년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는 리샤오샤다. 결승전에서 세계챔피언 딩닝을 4대 1(11-8, 14-12, 8-11, 11-6, 11-4)로 꺾었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 주기를 감안할 때 2연속 우승은 부단한 자기 관리가 요구되는 기록임에 틀림없다. ‘탁구마녀’의 계보를 이은 덩야핑과 장이닝의 위용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남자단식에서는 아직까지 2회 연속 금메달을 따낸 선수가 없다. 은퇴한 왕하오가 세 대회 연속 결승에 오르는 꾸준함을 과시했지만 세 번 모두 패하고 ‘비운의 주인공’이 된 게 오히려 돋보이는 성적이다. 현재 남자단식에서 올림픽 개인단식 2연패에 가장 근접해 있는 선수는 직전 대회인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장지커다. 그가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낸다면 올림픽 남자단식 사상 첫 2연속 금메달의 역사를 쓰게 된다.
 

▲ 여자부 런던금메달리스트 리샤오샤 또한 2연속 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중이다. 월간탁구DB(ⓒ안성호).

하지만 장지커의 2회 연속 우승 도전에 대해서 현재까지는 비관적 전망이 더 많다. 올림픽 본 무대에서 아시아와 유럽의 강자들을 이겨내야 하는데 잦은 부상에 시달려온 장지커의 경기력이 전만 못하다. 결승에 오른다 해도 이변이 없는 한 마지막 승부에서는 누구보다도 올림픽 개인단식 금메달이 절실한 마롱과의 맞대결이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 마롱은 장지커에게 매우 큰 난관이다. 국제무대 상대전적만 봐도 5승 10패로 열세다. 마롱에게 힘의 균형추가 많이 기울어있다. 게다가 장지커는 올림픽 본무대 이전 자국 내 강력한 경쟁자들과의 대결을 먼저 이겨내야 도전을 시작이라도 해볼 수 있다. 마롱뿐 아니라 쉬신, 판젠동도 칼을 갈고 있다. 올림픽으로 가는 관문은 그리고, 13일부터 홍콩에서 열리는 아시아 지역예선이다.
 

▲ 장지커가 과연 이 ‘험난한 도전’을 이겨낼 수 있을까? 월간탁구DB(ⓒ안성호).

중국의 최강자들 역시 13일부터 홍콩에서 열리는 아시아예선에서 단식 출전권 두 장을 놓고 싸운다. 예선에서 출전권을 확보하려면 첫 단계 아시아를 5개 권역으로 나눠 진행하는 권역별라운드 1위에 오르거나, 권역 없이 싸우는 2라운드에서 6위 안에 들어야 한다. 객관적 전력상 1라운드 1위는 중국 선수가 유력하다. 1라운드 1위가 나오지 않는 2라운드에는 각국 당 최대 2명이 출전할 수 있는데, 1라운드 1위가 있는 국가는 1명만 내보낼 수 있다. 한 마디로 중국의 올림픽 단식 출전선수는 1라운드에서 결판나는 셈이다. 2라운드 출전 선수는 해당 NOC에서 결정할 수 있지만 1라운드에서 먼저 출전권을 확보하는 1위가 되지 못한다면 최소한 2위를 지켜야 2라운드 출전에 대한 명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장지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카리스마가 전만 못한 장지커가 과연 이 험난한 과정을 견뎌낼 수 있을까?

만약 장지커가 올림픽 개인단식에 출전한다면, 중국 대표팀에서 장지커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메이저대회에서의 경험과 성적이 8월 리우올림픽 본무대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아시아예선은 13일부터 17일까지 치러지며, 우리나라에서는 남자 이상수(삼성생명) 정영식(KDB대우증권), 여자 서효원(렛츠런파크), 전지희(포스코에너지)가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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