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대회 도중 밝힌 ‘굳은 각오’ 동료선수들 응원 화답

“농심해체 후 2년 만에 시합을 했다.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이런 저런 얘기가 들리지 않도록 파이팅도 더 열심히 하고 더 이기고 싶었다. 오랜만에 땀을 흘리며 긴장감도 느끼는 시합을 해봤다. 몸은 만신창이지만 내일 남은 게임에 또 한 번 최선을 다해본다.”
 

▲ 최선 다한 한지민! 오랜만의 경기에서 건재를 과시했다. (금산=안성호 기자)

지난주에 치러진 2016 춘계 회장기 실업탁구대회 도중 제천시청 소속 한지민이 자신의 SNS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남자단식 1, 2회전과 복식 모든 경기가 치러진 날 밤이었다. 이 날 한지민은 32강전 첫 경기에서 3대 1 승리를 거뒀고, 16강전에서는 1대 3의 아쉬운 패배를 당했지만, 자신의 표현대로 “최선을 다한” 경기를 펼쳤다. 2년의 공백이 무색하게 파이팅이 넘쳤고, 1구 1구 소중히 반구했다. 단식 입상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값진 승리도 따냈고, 팀 동료 라선일과 함께 한 복식에서는 4강에 진출해 3위에 오르는 결실을 맺었다.

글의 반응은 뜨거웠다. 많은 이들이 찾아와 ‘좋아요’를 누른 것은 물론 수많은 댓글도 달렸는데, 거의 대부분이 각 팀에서 운동하고 있는 동료 선수들이었다. 선수들은 오랜만의 경기에서 펼친 한지민의 선전에 감탄했고, 복식에서의 입상을 축하했으며, 향후의 순탄한 선수생활을 기원하고 응원했다.
 

▲ 팀 동료 라선일과 함께 한 복식에서는 3위에 입상했다. (금산=안성호 기자)

한 선수가 SNS에 올린 짧은 글에 그처럼 많은 관심이 모였던 데는 작성자인 한지민이 바로 2년 전 해체된 농심의 핵심선수였다는 것이 중요 이유 중 하나였다. 청소년 시절부터 기대주로 각광받았던 한지민은 실업 소속팀 농심이 갑작스럽게 해체되면서 시련을 겪었다. 지난 2년간 새 팀 창단을 기다리며 대우증권을 비롯한 각 팀에서 더부살이를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제천시청에서 임시 둥지를 틀었는데, 창단이 요원한 상황으로 흐르자 결국 연말 정식 입단해 선수생활을 이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대회는 그 이후 첫 출전한 무대였다.

뜻밖의 해체와 그로 인한 상실감, 기다림을 동반한 떠돌이 생활, 새로운 팀에서의 낯선 시작…!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 올려진 글은 짧았지만 힘든 시간을 견뎌온 한 선수의 ‘상념’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었다. ‘동병상련’까지는 아니더라도, 같은 운동을 하면서 누구보다 절절히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선수들이 한결같이 응원의 마음을 전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 2년간의 공백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몸은 만신창이였지만! (금산=안성호 기자)

요즘 남자실업탁구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하다. 유력 두 팀이 2년 새 연이어 해체됐고, 암울한 미래 때문에 선수들 사기도 곤두박질했다. 지난달 K-water 탁구단이 창단하면서 활력소를 불어넣고 있지만, 먼저 해체된 (전)농심 소속 선수들은 뿔뿔이 흩어져 다시 모이지 못하고 있다. 한지민처럼 시군청에 입단한 경우도 있고, 상무에서 숨을 고르는 선수도 있으며, 일반 실업팀에 갔다가 다시 나온 경우도 있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라켓을 놓지 않고 있지만, 안정적이지 못한 생활과 훈련은 가진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는데 한계를 만들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건재와 굳은 다짐을 표출했으니 동료들 응원이 함께 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한지민은 스스로 의도했든 안했든, 웹상의 단순한 소통을 넘어, ‘포기하지 않는 의지’로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선수들의 의욕도 함께 북돋았다. 만만찮은 환경으로 치닫고 있지만, 적어도 ‘선수들’이 있는 한 탁구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일이기도 했다. 다음 날 한지민은 다짐대로 “다시 한 번” 최선을 다한 경기를 펼친 뒤, 자신을 찾아와준 이들의 응원에 하나하나 밝은 모습으로 화답하는 성의도 보여줬다.
 

▲ 단 1구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는 의지! (금산=안성호 기자)

그런데 선수들의 의지가 빛을 보는 것일까? 최근 남자탁구계에 또 한 팀의 창단 추진소식이 들리고 있다. 한 유력 기업이 해체된 농심 소속이었던 선수를 중심으로 팀을 꾸리려 한다는 얘기다. 창단을 추진 중인 관계자가 “다 모이면 좋겠지만 각 팀에 입단한 선수들은 해당 팀 양해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구체적 정황을 밝힌 만큼 희망적인 시선으로 결과를 기다려볼 일이다. 아직은 소문의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새 팀의 창단이 공식화된다면 남자탁구계는 오랜만에 ‘르네상스’를 꿈꿀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주인공은 테이블 앞에 서있는 선수들일 것이다. 실업대회장을 물들였던 선수들의 파이팅이 더 자주 더 크게 울려퍼지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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