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에디슨 VS 니콜라 테슬라

 

영화 프레스티지(2006)는 할리우드 최고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런이 메가폰을 잡고 만든 영화다. 휴 잭맨과 크리스천 베일이 각각 앤지어와 보든 역을 맡아 연기한 이 영화는 1900년대 말, 영국에서 두 명의 천재적인 마술사가 무대 위의 사건으로 철천지원수가 되어 죽임을 맞는 순간까지 경쟁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상대 마술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염탐을 일삼고, 때로는 목숨을 거는 위험까지 무릅쓰는 과정이 무척이나 흥미로웠지만, 그보다 더 시선을 끌었던 것은 극 중 앤지어가 쫓아다녔던 인물, 테슬라였다. 마술이란 이름의 눈속임을 보다 완벽하게 해내고 싶었던 앤지어는 과학의 힘을 빌리기 위해 테슬라를 찾아다니며 기발한 발명품을 요구한다.

에디슨과 테슬라

영화 속에서 테슬라는 에디슨 전기회사 사람들을 피해 깊은 산 속에서 과학 실험을 하는 신비로운 사람처럼 묘사되는데 영화 속 앤지어와 보든 이상으로 평생을 경쟁심으로 살아온 실존 인물이 바로 에디슨과 테슬라였다.

 

발명하는 사업가 에디슨

토머스 에디슨(1847.2.11~1931.10.18), 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에 달걀을 품어 부화를 시키려고 했다는 일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석 달 만에 학교를 그만두고 홈스쿨링을 했던 일, 그럼에도 최고의 발명가로 우뚝 선 에디슨의 이야기를 접하며 스펙터클한 모험담을 들을 때만큼이나 두근거림을 느끼기도 했다.

실험을 하고 있는 에디슨.

전 세계에 1,500건이 넘는 특허권을 가지고 있던 에디슨이었지만 사실 그의 발명은 획기적이고 유일무이한 물건을 만들어냈다기보다는 기존에 있던 물건들을 새로운 발상을 통해 개선하고 보완하는 방식이었다. 실제로 특허의 상당수가 다른 사람의 특허품을 개선한 것들인데 에디슨의 발명품이라고 알려진 전구만 봐도 그 이전이나 비슷한 시기에 헨리 우드워드, 매튜 에반스, 모제스 파머, 하인리히 괴벨, 조지프 스완 등의 많은 사람이 전구를 고안해냈고 에디슨은 전구의 성능을 개선하고 용도를 확장해 보다 오랫동안 전구가 빛을 발하게 하는 데 성공한 인물인 것이다.

그의 첫 특허품인 전기투표기록기에 관해서도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그가 발명한 기계는 찬반 스위치가 달린 기계로 투표결과의 집계를 빠르게 보여줄 수 있는 기계였지만 정치인들의 무관심으로 상업적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에디슨은 이 일로 ‘팔 수 없다면 발명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갖게 된다. 그래서였을까? 에디슨은 과학자라기보다 발명을 할 줄 아는 사업가로 불리는 일이 많다.

 

발명하는 이상주의자 테슬라

세르비아계지만 크로아티아에서 태어난 니콜라 테슬라(1856.7 ~1943.1.7)는 에디슨과 비교하면 일반 대중에게는 매우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적어도 공학도들 사이에서만큼은 천재로 불린다. 그와 동시대 과학자들마저 그를 ‘미래에서 온 과학자’라고 불렀다 하니 그의 천재성은 감히 짐작도 하기 힘들 정도다. 게다가 언어적 능력이 뛰어나 5, 6개 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했고 시와 음악, 문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전류가 흐르는 테슬라 코일 아래서 독서중인 테슬라

어릴 때부터 발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그라츠 공과대학에 들어가 과학을 공부했다. 비록 경제적인 이유로 학업을 끝마치지는 못했지만 그곳에서 처음 만났던 그람 다이너모라는 직류 기계 장치를 계기로 교류로 작동하는 장치를 구상하기 시작한다. 이후 교류 모터의 작동 원리를 발견하게 되면서 그것이 그때까지 쓰이던 직류 시스템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확신과 연구 성과를 가지고 건너간 미국에서 에디슨을 만나 그의 연구소에서 일하게 된다. 그러나 직류 시스템을 고집했던 에디슨과 교류 시스템을 주장하는 테슬라가 함께 연구를 계속하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시작부터 끝이 보였던 두 사람의 관계는 얼마 가지 않아 결별로 이어지고 만다.

 

직류와 교류

에디슨과 테슬라를 갈라놓은 결정적 이유는 앞서 말한 직류 시스템과 교류 시스템에 관한 문제였다. 당시 제공되던 전기는 직류 시스템을 이용한 것으로 비싼 가격 때문에 부유층에게만 제공되고 있었다. 하지만 테슬라가 주장하는 교류 시스템은 저렴한 가격에 전기를 제공할 수 있는, 당시로는 획기적인 시스템이었다. 게다가 에디슨 전기회사는 직류 시스템으로 전기를 판매하는 일에 많은 투자를 해놓은 상태였고 에디슨은 절대로 그 투자금에 대한 손해를 떠안을 수 없었다.

결국, 에디슨과 결별한 테슬라는 교류 관련 특허권을 가지고 웨스팅하우스 전기회사와 계약을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에디슨은 교류 시스템으로 생산한 전기를 판매하기 몇 개월 전부터 위험성을 알린다는 명목으로 교류 전기로 코끼리를 죽이는 공개 실험을 하고, 사형용 전기의자를 만드는 등 테슬라의 교류 시스템의 확산을 막기 위한 여론몰이를 했다. 그러나 결국 이 전류 전쟁은 테슬라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테슬라의 교류 시스템이 월등히 뛰어나다는 결과가 곳곳에서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테슬라의 교류를 이용한 수력발전소가 나이아가라 폭포 근처에 들어서면서 이 전쟁은 막을 내리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는 새로운 파트너인 웨스팅하우스가 교류 전송 방식을 특허로 등록해서 큰 돈을 벌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자신보다 인류의 이익이 더 중요하다며 거부해 버렸다.

 

노력파 천재와 타고난 천재

1915년, 노벨상위원회가 전기보급으로 인류에게 기여한 에디슨과 테슬라에게 공동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여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그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지 못했다. 그로 인해 테슬라가 에디슨과 공동 수상을 거부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고 에디슨이 테슬라가 상금을 받지 못하도록 계략을 꾸몄다는 주장도 펼쳐졌다. 분명한 것은 에디슨은 테슬라의 천재성을 질투했고 테슬라는 에디슨의 집요한 방해 공작에 치를 떨었다던 사실이다.

“발명은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던 에디슨은 어쩌면 테슬라라는 인물에 비하면 매우 평범한 두뇌의 소유자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부족함을 노력으로 극복한 위대한 인물임은 틀림없다. 그런 에디슨 앞에 나타난 테슬라라는 이름의 천재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불편한 존재였을 것이다. 천재다운 자만심 때문이었을까? 테슬라는 에디슨에 대해 “풀숲에서 바늘 하나를 찾아야 한다면 아마도 지푸라기 하나씩 들어내면서 바늘을 찾는 막노동을 감수하고도 남을 사람이다. 약간만 머리를 쓰면 99%의 노력을 줄일 수 있을 텐데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런 에디슨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는 발언도 아끼지 않았다. ”에디슨은 이론적인 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고, 사전에 그 어떤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지 않았음에도 성실함과 근면함과 혼자 힘으로 위대한 업적을 이룬 인물이다“라고 말이다.

 

글_서미순 (월간탁구 2014년 4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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