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뿔이다 - 어느 헤겔주의자의 우리 철학 뒤집어 읽기

 

탁구전문지 [월간탁구]에 <TT-Sophy | 탁구와 철학>을 연재하고 있는 전대호 씨의 저서 [철학은 뿔이다]가 출간됐다.

저자 전대호 씨는 국내에 그리 흔치 않은 과학 및 철학 분야 전문번역가로 활동해온 인물이다.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철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쾰른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으며, 신춘문예로 등단해서 [가끔 중세를 꿈꾼다]와 [성찰] 두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하다. [위대한 설계], [수학의 언어], [아인슈타인의 베일], [푸앵카레의 추측], [나, 스티븐 호킹의 역사], [인터스텔라의 과학] 등 다수의 책들을 번역했다.

특히 전대호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탁구를 비롯한 각종 스포츠에 철학적 논리를 덧붙여 재미있게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는 칼럼을 기고하면서 [월간탁구] 독자들로부터도 호응을 얻어왔다. 탁구와는 별다른 인연 없이, 오로지 발행인과 고교시절, 대학시절 같이 시 공부를 했었다는 이유로 ‘억지춘향’처럼 시작한 칼럼이지만, 역동적인 스포츠 현상을 재치 있는 문체와 철학자 특유의 시선으로 풀어내면서 연재 5개월 만에 많은 ‘덕후’들을 양산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달 발간한 저서 [철학은 뿔이다]는 번역 활동에 주로 힘써왔던 그가 그동안 안으로만 삭히며 ‘칼’을 갈아왔던 자기 목소리를 발현한 첫 저서라는 점에서도 의미 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탁구칼럼이 일종의 ‘기폭제’ 역할을 했으니, 그의 칼럼을 눈여겨 읽어온 독자라면 나름의 소장가치도 있는 셈이다. 그는 “가능한 한 오랫동안 탁구독자들과 만날 생각”이다.

첫 저서임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우리 시대 저명한 학자들의 실명을 직접 들어가며 과감한 비판을 가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헤겔철학을 화두 삼아 김상봉, 이진경, 김상환, 이어령 등 현재 우리 지식계를 대표하는 이들을 논쟁의 장으로 끌어들인다. 우리 지식계를 이끌어온 철학에서 가짜 근대화의 논리를 읽어내며, 이제 외부인 놀이를 벗어나 제자리에서 자기 목소리로 대화할 것을 촉구한다.

 

저자의 진짜 목소리는 <인어공주의 치명적 거래>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책의 마지막 장에 담겨있다. 그는 우리의 근대화는 ‘세계화’나 ‘출세’ 같은 것들이었다고 비판한다. 이는 마치 다리를 얻기 위해 목소리를 내준 인어공주처럼 ‘출세’를 위해 ‘자기표현’을 잃어간 우리의 초상과 다름없다. 변신과 출세를 강요하는 이런 가짜 근대화에 맞설 가장 강력한 해독제로 헤겔을 꼽는 이유다. 저자는 “헤겔의 근대화는 자기표현을 나 자신의 본질이자 운명으로 삼는 것이며, 그리하여 제자리에서 자기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대호 씨의 첫 저서 [철학은 뿔이다]는 전국의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북인더갭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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