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아시아예선 준비, 여자는 서효원, 전지희 그대로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 개인단식에는 정영식(KDB대우증권)과 이상수(삼성생명)가 나간다. 주세혁(삼성생명)이 아니다. 대한탁구협회는 오는 4월 열리는 올림픽 아시아지역예선에 남자 정영식과 이상수, 여자 서효원(렛츠런파크)과 전지희(포스코에너지) 등 남녀 각 2명의 선수만으로 엔트리를 마감했다.
 

▲ 주세혁이 올림픽 단식을 양보하는 결단을 내렸다. 단체전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월간탁구DB(ⓒ안성호).

64강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올림픽 개인단식은 지역예선 출전선수에게만 참가자격이 주어진다. 대륙별 예선으로 40명(아시아 11명)을 뽑고, 주최국 1명과 ITTF 초청 1명을 더한 다음, 나머지 22명은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추가 선발하는데, 이때 기준이 되는 랭킹도 지역예선에 나왔다가 탈락한 선수들의 순위만을 대상으로 한다. 지역예선에 나가지 않았다는 것은 곧 올림픽 개인단식 출전을 포기한다는 뜻과 같다. 단체전 멤버는 지역예선과 상관없이 각 NOC가 추가선수를 정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리우올림픽 단식 대표는 이번 예선에 참가를 통보한 남녀 각 두 명의 선수로 확정된 셈이다. 대한탁구협회는 애초 지난해 10월 기준 세계랭킹 상위 3명으로 올림픽 팀을 확정하고, 그 중 순위가 더 높은 두 명을 단식에 출전시키기로 했었다. 그에 따라 남자 주세혁과 정영식, 여자 서효원과 전지희가 남녀단식 대표, 이상수와 양하은은 단체전만 나가기로 한 상태에서 훈련을 진행해왔다. 그런데 지역예선을 앞두고 급하게 엔트리를 변경한 것이다.
 

▲ ‘국제용’ 이상수가 단식 대표로 확정됐다. 선배의 간절함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각오. 월간탁구DB(ⓒ안성호).

남자단식 출전선수가 달라진 것은 먼저 자격을 획득했던 주세혁의 뜻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 6일 끝난 쿠알라룸푸르 세계선수권대회를 전후하여 “단식보다는 단체전에 올인하고 싶다”는 의중을 코칭스태프에 전달했다고 한다. 남자대표팀 이철승 코치는 “주세혁이 단식보다는 메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단체전에서 체력부담을 덜고 최선의 컨디션으로 임하고 싶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올해 우리 나이로 37세인 베테랑 수비수 주세혁은 이번 올림픽이 개인적으로 세 번째 올림픽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했었다. 단체전 대신 개인복식이 열렸던 2004년에는 단식 16강전에서 중국의 왕리친에게 1대 4(7-11, 8-11, 11-9, 6-11, 6-11)로 졌고, 오상은과 짝을 이뤘던 개인복식은 홍콩의 고라이착-리칭 조에 져서 역시 16강에서 탈락했다. 2012년 올림픽 개인단식에서는 북한의 김혁봉에게 32강전에서 2대 4(5-11, 11-6, 11-8, 7-11, 8-11, 13-15)의 허무한 패배를 당해 일찍 탈락했었다. 개인전 기억이 좋지 않다.
 

▲ 런던올림픽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땄었던 주세혁이다. 다시 한 번 단체전 메달을! 월간탁구DB(ⓒ안성호).

반면 오상은, 유승민과 함께 ‘베테랑 3인방’의 일원으로 출전한 런던올림픽 단체전에서는 중국과 결승대결을 벌이고 은메달을 획득하는 기쁨을 안았었다. 이 같은 기억들을 토대로 주세혁은 과감한 ‘선택과 집중’을 택한 셈이다. 특히 주세혁은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올림픽은 엄청난 긴장감을 동반한다. 올림픽에 처음 출전하는 상수나 영식이는 나보다도 몇 배는 더할 것이다. 먼저 하는 개인전에서 짧더라도 올림픽의 긴장감을 느껴볼 수 있다면 이후 치러지는 단체전에서는 훨씬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주 말해왔었다. 경험이 부족한 후배들의 기를 살려 단체전 메달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그렇다고 한국 남자탁구가 올림픽 개인단식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선배의 통 큰 양보로 단식 출전기회를 잡게 된 이상수는 국가대표로 나선 대회에서 절대 빈손으로 돌아오는 법이 없는 '국제용' 선수다. 이상수는 세계대회가 한창이던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부터 “세계대회 훈련과정 중에 세혁이 형과 선생님들로부터 올림픽 단식에 나갈 준비를 하라는 얘기를 이미 듣고 있었다.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됐으니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밝혔었다. 정영식 역시 “경험은 없지만 겁나지 않는다. 자신 있게 싸우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는 중이다.
 

▲ 이상수와 함께 단식에 출전하는 정영식. 선배의 몫을 더해 뛰겠다. 월간탁구DB(ⓒ안성호).

결국 대한탁구협회는 선수들의 의지가 반영된 대표단의 전략을 존중하는 결단을 내렸다. 2월 15일 일차 마감 때까지는 기존 명단을 냈지만, 세계대회 직후인 3월 11일 경기력향상위원회를 열어 엔트리 변경을 최종 확정했다. 현재 국제탁구연맹(ITTF)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는 내용은 3월 15일 최종 마감한 명단이다. 더 이상의 변경은 허용되지 않는다.

한편 홍콩에서 열리는 아시아지역예선에는 각 나라별로 최대 남녀 각 네 명까지 출전할 수 있지만 한국은 남녀 두 명씩만을 출전시킨다. 박창익 대한탁구협회 경기이사는 이에 대해서 “어차피 2라운드에는 최대 두 명만 나갈 수 있다. 이미 대표를 확정한 상황에서 전력을 분산시킬 필요 없이 정예선수들에게 집중하기 위한 까닭”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 여자부는 변함없이 기존 대표가 출전한다. 에이스 서효원이다. 월간탁구DB(ⓒ안성호).

4월 13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아시아예선에는 열한 장의 올림픽 티켓이 배정돼 있는데, 두 단계로 나눠 경기가 치러진다. 아시아를 5개 권역으로 구분, 각 권역별로 1차 풀리그전을 벌인 다음 권역별 1위에게 단식 출전권 한 장씩을 우선 배정한다. 이후 권역 구분 없이 치르는 2라운드에서 남은 6장의 티켓 주인을 가리는데, 이때는 각 NOC별 최대 출전 인원이 2명으로 제한된다. 1라운드 1위가 있는 국가는 한 명만 나올 수 있다. 우리나라가 속한 동아시아는 중국, 한국, 일본, 홍콩, 타이완, 북한(여자) 등 세계 최강국들이 몰려있는 권역이다. 대표팀은 현실적으로 1라운드 1위가 쉽지 않다는 판단 하에 2라운드에 집중하겠다는 계산이다.

만일 예선에서의 결과가 좋지 않다 하더라도 세계랭킹 상위권에 있는 우리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가능성은 100%에 가깝다. 지역예선에 나왔던 선수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랭킹선발에서는 이미 티켓을 획득한 상위권 선수들이 모두 배제되기 때문에 안정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다. 지역예선이 올림픽의 실질적인 시작인만큼 랭킹에 의한 선발까지 가기 전에 티켓을 확보하여 자신감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 세계대회에 나가지 못했던 전지희는 올림픽에서 꿈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월간탁구DB(ⓒ안성호).

주세혁은 올해 초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메달 색깔과 상관없이 올림픽 단체전에서 후배들과 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면 행복하게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었다. 오랫동안 한국 남자탁구를 이끌어온 최고참 선수의 ‘간절함’이 느껴지는 발언이었다. ‘자신이 없어도’ 후배들이 한국탁구를 잘 지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그 간절한 목표를 위해 주세혁은 결코 쉽지 않았을 '대인배다운' 결단을 내렸다. 이상수가 정영식과 함께 그 뜻을 이어받았다. 개인의 욕심보다 팀의 대의를 선택한 한국탁구가 8월 리우올림픽 여정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지켜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아시아예선에 나가는 한국 대표선수들은 현재 카타르 도하에서 개막한 ITTF 월드투어 슈퍼시리즈 2016 카타르오픈에 출전해 올림픽을 향한 본격 예열을 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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