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탁구연맹(ITTF) 3월 세계랭킹 발표

올림픽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탁구가 남녀 모두 4강 시드 아래로 밀려났다.

국제탁구연맹(ITTF)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치러진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끝나자마자 세계선수권 성적을 합산한 3월 세계랭킹을 발표했다.

7일 오후 ITTF 공식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이번 랭킹에서 한국 올림픽 대표들의 순위는 전달에 비해 큰 폭의 변화가 없었다. 남자부에서 정영식(KDB대우증권)이 한 계단 하락한 14위, 주세혁(삼성생명)이 한 계단 상승한 15위, 이상수(삼성생명)는 한 계단 상승한 18위에 자리했다. 여자부는 서효원(렛츠런파크)이 한 계단 오른 12위를 기록했고, 세계대회에서 부진했던 양하은(대한항공)은 세 계단을 떨어져 14위에 랭크됐다. 세계대회에 나서지 못했던 전지희(포스코에너지)는 15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상위권을 여전히 중국과 일본, 독일 등의 탁구강국 선수들이 점하고 있는 가운데 랭킹만 보면 한국이 4강권에 위치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 2016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4강에 올랐던 남자대표팀. 하지만 올림픽 랭킹은 한 계단 하락했다. 월간탁구DB(ⓒ안성호).

문제는 별도로 집계하는 올림픽 팀 랭킹이다. ITTF는 세계랭킹과 더불어 올림픽 시드배정을 감안한 올림픽 팀 랭킹을 매월 따로 발표하는데, 3월 랭킹에서 한국탁구가 남녀 모두 홍콩에 추월당해 5위에 랭크된 것.

각 대회별 진출단계에 따라 주어지는 보너스 점수까지 합산하는 선수별 랭킹과 달리 팀 랭킹은 실제 경기의 승패에 따른 가감점수(레이팅포인트)만을 기준으로 한다. 각국의 전략에 따라 참가하는 대회가 서로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각각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보너스 점수는 적어도 단체전에서는 허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따른 방침이다. 실제로 올림픽 대표 선발 경쟁이 치열했던 지난해 한국 선수들은 강호들이 많이 나오지 않은 월드투어 챌린지시리즈에 다수 출전해 보너스점수를 더하는 방식으로 랭킹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팀 랭킹과 선수별 랭킹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ITTF는 그 같은 방침을 바탕으로 한 나라에서 가장 높은 레이팅포인트를 기록한 세 명의 주전을 추린 다음 다른 나라와 5단식 단체전으로 가상실전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그 승패에 따라 팀 랭킹을 정해왔다. 올림픽은 5단식이 아닌 4단식 1복식으로 치러지지만 팀 랭킹을 정하는 방식은 다르지 않다. 또한 올림픽 팀 랭킹은 아직 세계선수권 출전 자격을 얻지 못한 중국계 귀화선수들까지도 모두 포함하므로 현재 각 국가별 전력을 가장 정확히 나타낸 순위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계 선수들이 일부 빠진 일반 팀 랭킹과는 또 다르며, 이 랭킹이 곧 리우올림픽 단체전 시드라고 보면 된다.
 

▲ 여자는 이미 2월부터 홍콩에 추월당한 상태였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사기도 많이 떨어졌다. 남은 기간 신중한 랭킹관리가 필요하다. 월간탁구DB(ⓒ안성호).

선수별 세계랭킹과 동시에 발표된 3월 올림픽 랭킹에서 한국의 순위는 남자가 중국, 독일, 일본, 홍콩에 이어 5위, 여자도 중국, 일본, 독일, 홍콩에 이어 5위다. 2월 랭킹에서 이미 홍콩에 추월당했던 여자는 이번 세계선수권의 부진으로 차이가 좀 더 벌어졌고, 남자는 4강에 오르는 선전을 펼치고도 오히려 순위가 하락했다. 이는 팀 별 성적과 별개로 올림픽 대표선수들의 레이팅포인트 관리에 허점이 있었음을 말해주는 결과다. 한국이 3대 2로 승리했지만 이상수와 정영식이 모두 당시 랭킹 100위권 밖에 있었던 이오네스쿠 오비디우에게 패했던 예선 루마니아전이 한 예다(이오네스쿠 오비디우는 3월 랭킹에서 무려 35계단이나 뛰어오른 73위에 랭크됐다).

남자팀의 5위는 이번 세계대회에서 한국이 모두 승리했던 홍콩, 포르투갈과 물고 물리는 관계에서 나온 결과라 약간의 아쉬움도 생긴다. 세 나라는 256점의 같은 팀 포인트를 기록하고 가상실전에서도 1승 1패 동률을 이룬 상태에서 가상 득실에 따라 순위가 정해졌다. 실전과는 다른 결과지만 산술적으로 나타낸 수치가 올림픽 시드 배정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홍콩이 4번, 한국이 5번을 받게 된다. 단체전 4강 시드를 확보하여 올림픽에서 보다 부담 없는 메달경쟁을 벌일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대표팀으로서는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꾸준히 4강권을 유지해왔던 대표팀이 2, 3월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것은 남은 기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싱가포르와 북한, 네덜란드 등의 추격을 받고 있는 여자팀은 특히 신중한 대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시드배정은 8월 랭킹을 기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마 남지 않았다.
 

▲ 3월 랭킹에서도 남녀 1위는 마롱과 류스원이다. 팀 랭킹도 당연히 중국이 1위. 월간탁구DB(ⓒ안성호).

한편 팀 랭킹과 함께 발표된 올림픽 개인전 시딩랭킹에서 한국 선수들은 남자 정영식과 주세혁이 각각 10위와 11위, 여자 서효원과 전지희는 각각 7위와 9위에 랭크됐다. 보다 밝은 색 메달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남은 기간 역시 더 많은 포인트 확보가 필요하다. 말레이시아에서 막 귀국한 대표선수들은 쉴 틈도 없이 지역예선을 준비해야 한다. 올림픽 아시아 지역예선은 오는 4월 13일부터 17일까지 홍콩에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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