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음식 봄나물

 

따뜻해진 날씨에 모처럼 야외 활동을 계획해도 마음과 다르게 무겁기만 한 몸 때문에 짜증이 날 때가 종종 있다. 게다가 아침이 되어도 잠자리에서 일어나기가 힘겹게만 느껴진다면 에너지를 충전시켜줄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이 좋다. 사실 봄이 되면 겨우내 추위와 맞서던 인체 내 각 기관이 영양분을 모두 소모해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건강의 조화가 깨지기 쉽다. 하지만 신진대사는 왕성해지기 때문에 보다 영양에 신경을 써야 하는 시기다. 그러나 봄에는 간 기능이 약화되어 있으므로 기름진 음식보다는 담백하고 싱싱한 채소류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운 좋게도 이맘때 산과 들엔 각종 나물이 지천이니 따뜻한 밥 한 공기에 나물 두서너 가지로 봄 밥상을 마련해보는 것이 어떨까.

 

샐러드나 겉절이로 먹는다

봄동

봄나물은 무기질과 비타민뿐만 아니라 단백질까지 듬뿍 들어있는 영양덩어리다. 떨어진 입맛을 살리고 기력을 회복시켜 주기 때문에 봄나물은 보약이라 불릴 정도다. 그중에서도 물에 삶거나 데치지 않고 아삭아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는 봄동은 얼핏 배추와 비슷하게 보이지만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고소한 맛을 ​내며 베타카로틴, 칼륨, 칼슘, 인 등이 풍부해 빈혈 예방과 동맥 경화에 도움을 준다. 특히 참기름이나 들기름 등의 식물성 기름과 함께 섭취하면 베타카로틴의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성질이 차가워서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 더욱 이로운 식품이다.

봄동처럼 주로 날로 먹는 돌나물은 평소 육류 섭취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봄나물이다. 각종 필수 영양소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피를 맑게 하는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100g당 칼로리가 11kcal밖에 되지 않아 체중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칼슘 함유량은 우유보다 2배나 높고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이소플라본도 풍부해서 갱년기 여성의 증상 완화도 큰 도움을 준다.

된장찌개에 넣어 먹곤 하는 달래도 생으로 먹기 좋은 봄나물이다. 특히 요즘 나는 달래는 매운맛이 강하고 영양이 가장 풍부한데 모양이나 효능이 마늘과 비슷해 ‘산마늘’이란 이름으로도 불린다. 또한, 비타민 C가 풍부하고 멜라닌 색소의 활동을 억제 시켜주기 때문에 피부 미용과 노화 방지에 좋다.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손발이 차가운 사람에게 좋을 뿐만 아니라 풍부한 철분으로 빈혈이 있는 사람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삶거나 데쳐서 먹는다

먹으면 근심과 걱정을 없애준다고 하여 ‘망우초’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원추리도 대표적인 봄나물이다. 독성이 있어 반드시 뜨거운 물에 데치고 찬물에 한 두 시간 담가둔 후에 먹어야 하지만 춘곤증을 예방하고 우울증과 정서불안을 완화해주는 좋은 식품이다. 또한, 봄나물 중 거의 유일하게 단맛을 내기 때문에 잃어버린 입맛을 살려주고 풍부한 단백질, 미네랄, 비타민으로 겨우내 지친 몸에 활기를 찾아준다.

두릅

두릅도 원추리처럼 독성이 있는 봄나물이다. 어린 순은 독성이 없지만, 나무껍질의 독성은 인삼이나 가시오가피보다 몇 배나 세다고 알려졌기 때문에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두릅은 약간 떫고 쓴맛이 있어 데치고 물에 담갔다가 먹으면 훨씬 맛이 좋아진다. 신장이 약해 몸이 붓고 소변을 자주 보는 사람들의 신장 기능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인슐린 분비를 활성화 시키는 물질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당뇨 개선과 예방에도 뛰어난 효능을 보인다. 또한, 원추리와 마찬가지로 몸과 마음을 안정시켜주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대표적인 봄나물 냉이는 특유의 쌉싸름한 맛 때문에 잃었던 입맛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지혈작용을 해서 자주 코피를 흘리는 사람이나 월경과다와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여성의 증상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냉이 속의 콜린이란 성분이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억제해주기 때문에 지방간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침침한 눈을 밝게 해주고 안구건조증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스마트폰과 모니터를 오랫동안 들여다보는 현대인이 자주 섭취하면 좋다. 하지만 칼슘 성분이 매우 많아 결석이 있는 사람들은 많이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봄에 뜯어 사계절 내내 즐긴다

봄나물이 제철음식인 만큼 요맘때가 아니면 제맛을 즐기기 힘들지만, 냉동이나 건조 방식을 통해 사계절 내내 싱싱한 봄맛을 느낄 수 있다. 이른 봄 들판에서 자라는 어린 쑥은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데쳐 준 다음 물기를 잘 빼서 한번 먹을 만큼씩 냉동시켜 놓으면 일 년 내내 즐길 수 있다. 쑥은 성인병을 예방하는 3대 식물 중 하나로 알려졌는데 ‘7년 된 병을 3년 묵은 쑥을 먹고 고쳤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건강에 유익한 성분이 다양하게 들어 있다. 몸을 따뜻하게 하므로 여성들에게 특히 이로운 데다가 면역, 살균 효과가 있으므로 환경오염으로 인한 질병이 걱정된다면 신경 써서 섭취해주는 것이 좋다.

취나물은 잘 말려 놓았다가 일 년 내내 먹기도 하는데 머리를 맑게 해주고 뇌의 발달을 촉진시켜주기 때문에 머리를 많이 쓰는 일을 하는 사람이 꾸준히 먹으면 좋다. 또한, 비타민 C, 아미노산, 칼륨 등이 풍부해 혈액순환을 도와 혈압 상승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운동으로 나타날 수 있는 근육통, 무릎, 손가락 관절 등의 통증을 완화해준다. 또한, 예로부터 감기 치료제로 쓰였을 정도로 감기 예방과 기침 가래 등을 가라앉히는데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

글_서미순 (월간탁구 2014년 4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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