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3위 여자 9위, 성과와 과제 동시 안고 귀국길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6일까지 8일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말라와티 샤알람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2016 제53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은 결국 남녀 모두 중국이 우승하면서 막을 내렸다.

‘어승차(어차피 우승은 차이나)’였다. 남녀 모두 일본이 중국의 견고한 ‘탁구장성’에 도전했으나 처음부터 이변을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결승전이었다. 세계 최강의 중국 탁구스타들은 일본의 도전자들을 손쉽게 요리하며 남녀 모두 3대 0의 완승으로 끝냈다.
 

▲ (쿠알라룸푸르=안성호 기자) 중국 남자팀이 우승했다. 무려 8회 연속 우승이다.

남자는 쉬신, 마롱, 장지커가 미즈타니 준, 요시무라 마하루, 오시마 유야를 차례로 눌렀고, 여자는 류스원, 리샤오샤, 딩닝이 후쿠하라 아이, 이시카와 카스미, 이토 미마를 연파했다. 결승 이전까지도 이번 대회 모든 경기에서 단 한 매치도 내주지 않았던 중국 남녀팀은 마지막 경기까지도 상대를 ‘0’에 묶으면서 그야말로 완벽한 ‘퍼펙트 우승’에 성공했다. 예선부터 결승까지 세계의 탁구강국들이 도전했으나 스코어는 남자도 여자도 ‘24대 0’이다.

일본은 여자부 결승전 2단식에서 이시카와 카스미가 리샤오샤와 풀-게임접전을 펼치는 등 나름대로 선전했으나 ‘중국 다음 최고’를 굳힌 데 만족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탁구계에서 중국은 ‘외계’나 다름없다. 이번 대회에서도 스피드와 파워를 모두 갖춘 중국탁구에 어느 나라는 스피드에서 밀렸고, 어느 나라는 파워에서 밀렸다. 물론 둘 다 밀린 나라들도 부지기수다. 안타깝게도 외계인들과 지구인들의 기량 차는 더 벌어졌다.
 

▲ (쿠알라룸푸르=안성호 기자) 여자부 역시 우승은 중국이다. 3연패로 스무 번째 우승을 자축했다.

이번 결승전은 몇 가지 의미 있는 기록들이 함께 했다. 자국에서 열렸던 도쿄 대회에서 여자 2위, 남자 3위를 했던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남자팀도 결승에 진출하면서 무려 45년 만에 남녀가 동반 2위에 오르는 역사를 썼다. 여자팀은 2회 연속 준우승, 남자팀은 한 단계 더 도약했다. 결승 진출 유력후보였던 독일 남자팀이 에이스 옵챠로프의 부상 등 악재 속에 예선 탈락하면서 준결승전 상대로 비교적 약체인 잉글랜드를 만난 행운도 있었지만, 기량 측면으로도 일본 남자의 준우승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찾을 수 없는 분위기다. 남녀 모두 일본이 현재 세계 2위다.
 

 
▲ (쿠알라룸푸르=안성호 기자) 남녀 모두 일본이 현재 세계2위다. 미래도 밝다. 결승전에서도 매서운 기량을 선보인 차세대 에이스 오시마 유야(위)와 이토 미마.

중국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남녀팀이 동시에 스무 번째 단체전 금메달을 기록했다. 1961년 26회 대회 때 첫 우승했던 중국 남자는 이후 숱하게 정상에 오르면서 반세기만에 20회째 우승을 달성했다. 특히 2001년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만 벌써 8연속 우승이다. 중국 남자의 ‘8연패’는 당연히 세계선수권대회 남자부 최다 연속 우승기록이다. 여자부에서는 이미 33회부터 40회까지, 42회부터 49회까지 두 차례 ‘8연패’ 기록이 있다. 그것도 물론 중국탁구의 역사다.

연속 우승기록을 이어오다가 ‘9연패’를 앞뒀던 2010년 50회 대회에서 싱가포르에 일격을 허용했던 중국 여자는 바로 다음인 2012년 대회부터 다시 우승을 시작해 이번 대회에서 ‘3연패’를 이뤘다. 1965년 대회 때 첫 우승했던 중국 여자는 남자보다 빠른 속도로 스무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여자단체전은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자보다 7회나 늦게 도입됐다. 이번 대회 회차는 53회였지만 여자단체전만 따지면 46회다. 그 중에 거의 절반에 달하는 우승을 중국이 가져간 셈이다. 남자도 여자도 절정을 이루고 있는 중국탁구가 향후 얼마나 더 많은 우승 기록을 보탤지는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관심사다.
 

 
▲ (쿠알라룸푸르=안성호 기자) 중국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우승을 할까? 남녀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한 쉬신(위)과 리샤오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남자가 3위에 오르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한국남자팀은 예선리그 전승으로 8강에 직행한 뒤 난적 포르투갈을 꺾고 4강에 진출했다. 마지막 승부에서 중국에 졌지만 동메달을 따내며 새로운 도약의 토대를 다졌다. 여전히 베테랑 주세혁의 활약이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이상수, 정영식, 장우진 등 젊은 선수들의 주전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동메달 이상의 값진 성과였다. 2년 전 도쿄에서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두 대회 만에 세계탁구 4강에 복귀했다. 올림픽 단체전을 앞두고 치러진 이번 대회를 잘 마무리하면서 8월 리우올림픽의 기대도 높였다.
 

▲ (쿠알라룸푸르=안성호 기자) 한국 남자팀이 두 대회 만에 세계 4강에 복귀했다. 이제는 올림픽이다.

반면 여자대표팀은 또 다시 16강전에서 탈락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서효원, 양하은, 박영숙이 주전으로 활약했으나 응집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예선 2위로 본선에 올라 루마니아에 패했었던 2년 전 도쿄 대회의 전철을 밟았다. 홍콩에 예선 수위 자리를 내주고 16강전에서 유럽 토종선수들로 구성된 독일에게 완패했다. 16강전에서는 전의를 상실한 모습으로 자멸하며 실망감을 주기까지 했다. 8월 올림픽에는 ‘귀화에이스’ 전지희가 가세하지만, 기량 이전에 ‘정신력 강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는 여론이 일고 있을 정도다.
 

▲ (쿠알라룸푸르=안성호 기자) 탁구는 계속된다. 국제탁구연맹(ITTF)기가 내년 개인전으로 세계선수권대회를 이어갈 독일 뒤셀도르프로 전달됐다.

8일간 이어진 세계선수권대회는 끝났지만 탁구는 계속된다. 한국 남녀대표팀은 서로 다른 희망과 우려를 각각 떠안았지만 8월의 올림픽까지 똑같은 시간이 주어진다. 한국의 탁구팬들은 반전 없는 ‘어승차’를, 이웃나라 일본의 추격전을 하릴없이 지켜만 봐야 하는 것일까? 이번 대회의 성과와 과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올림픽의 메달 색깔이, 또한 그 이후의 행보가 결정될 것이다. 한국탁구 국가대표팀은 8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2016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결승전 결과

▶ 남자부
중국 3대 0 일본
쉬신 3(11-6, 11-8, 11-8)0 미즈타니 준
마롱 3(11-3, 11-8, 11-6)0 요시무라 마하루
장지커 3(9-11, 11-8, 11-6, 11-7)1 오시마 유야

▶ 여자부
중국 3대 0 일본
류스원 3(11-5, 11-6, 11-8)0 후쿠하라 아이
리샤오샤 3(6-11, 7-11, 11-9, 11-3, 11-5)2 이시카와 카스미
딩닝 3(8-11, 11-7, 11-8, 11-1)1 이토 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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