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쿠알라룸푸르 제53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

한국은 전날 포르투갈전 승리를 이끌며 팀을 4강에 견인했던 주세혁(삼성생명) 대신 투지 넘치는 막내 장우진(KDB대우증권)을 투입했다. 장우진은 지난해 파타야 아시아선수권대회 남자단체전과 개인전에서 장지커를 두 번이나 이겼었던 한국탁구 ‘라이징 스타’다. 중국탁구에 대한 두려움이 많지 않은 겁 없는 신예를 내세워 분위기를 가져오겠다는 승부수였다.
 

 
▲ (쿠알라룸푸르=안성호 기자) 장우진(위)이 장지커를 상대로 다시 한 번 선전을 펼쳤다.

승부수는 들어맞았다. 운명처럼 다시 만난 장지커를 상대로 장우진은 또 한 번 선전했다. 비록 이기지는 못했지만 1게임을 먼저 따냈고, 4게임에선 듀스접전을 펼치는 등 집요하게 장지커를 괴롭혔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모두 제패한 장지커를 상대로 수차례 로빙을 띄우다 실점한 뒤 허탈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은 전 세계 모든 선수들을 통틀어 1%도 될까 말까다. 패했지만 쉽게 지지 않았고, 다시 만나면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겨뒀다. 장우진이 4게임을 아쉽게 내주면서 전체 승부도 마무리됐지만 한국 대표팀의 분위기는 어둡지 않았다.
 

 
▲ (쿠알라룸푸르=안성호 기자) 이상수(위)도 잘 싸웠다. 쉬신에게 먼저 게임을 따냈다.

장우진 뿐만이 아니었다. 첫 단식 주자로 나선 이상수(삼성생명)와 2단식 정영식(KDB대우증권)도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고 접전을 펼쳤다. 이상수도 첫 게임을 먼저 따냈다. 쉬신의 이면타법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해서 백 코스를 공략한 게 주효했다. 이후 세 게임을 내리 내주며 끝내 패했지만 ‘천하’의 쉬신도 경기 내내 긴장했다. 현역 최강자 마롱과 맞선 정영식 역시 0대 3 완패를 당했지만 끈질긴 추격전을 펼치며 존재감을 잃지 않았다.
 

 
▲ (쿠알라룸푸르=안성호 기자) 세계 최강 마롱의 벽을 수차례 두드린 정영식(위)이다.

사실 중국과 만난 4강전에서 한국벤치의 선택은 ‘승부’보다 ‘미래’였다. 베테랑 주세혁을 벤치에 앉힌 것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오상은, 주세혁, 유승민 ‘3인방’이 지켜왔던 남자탁구는 더딘 세대교체로 몸살을 앓았었다. 2년 전 도쿄세계선수권대회 때는 혼자 남아 중심을 지켰던 주세혁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8강에서 탈락했다. 이번 대회 역시 주세혁이 중심이었다. ‘영건’들만으로도 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했고, 마지막 중국전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상수, 정영식, 장우진 한국남자탁구대표팀의 ‘새로운’ 주전들은 잘 싸웠다. 벤치에서 힘을 북돋은 주세혁의 표정도 어느 때보다 밝았던 이유다.
 

▲ (쿠알라룸푸르=안성호 기자) 졌지만 잘 싸웠다. 다음엔 함 이겨보자!

3월 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계속된 2016 제53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체 4강전에서 한국이 중국에 0대 3으로 졌다. 이상수, 정영식, 장우진이 쉬신(세계3위), 마롱(세계1위), 장지커(세계4위)에게 차례로 패했다. 세계랭킹 상위권을 독점하고 있는 중국은 ‘절대1강’다운 경기력으로 코트를 지배했고, 한국은 잘 싸웠지만 3위로 만족했다.
 

▲ (쿠알라룸푸르=안성호 기자) 한국 벤치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밝은 미래를 확인했다.

이로써 한국탁구는 이번 대회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남자대표팀은 예선리그 전승으로 8강에 직행한 뒤 난적 포르투갈을 꺾었다. 마지막 승부에서 중국에 졌지만 4강 진출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2년 전 도쿄에서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두 대회 만에 세계탁구 4강에 복귀했다. 여자대표팀이 도쿄대회에 이어 또 다시 16강전에서 탈락하며 아쉬움을 남겼으나 막판 남자대표팀의 선전으로 분위기를 쇄신했다.
 

▲ (쿠알라룸푸르=안성호 기자) 세계4강에 복귀한 대한민국 남자탁구대표팀이다.

올림픽 단체전을 앞두고 치러진 이번 대회를 잘 마무리하면서 8월 리우올림픽의 기대도 높였다. 이번 대회에서 변함없는 활약을 펼친 주세혁을 중심으로 이상수와 정영식이 나서는 남자팀은 남은 기간 더욱 끈끈한 팀워크를 다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9위에 머문 여자팀은 이번 대회에 나서지 못했던 전지희(포스코에너지)가 가세하면 보다 강한 전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쿠알라룸푸르=안성호 기자) 세계선수권대회는 이제 남녀 결승전만을 앞두고 있다.

2016 쿠알라룸푸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은 5일 경기를 모두 마무리하면 남녀 결승전만을 남겨두게 된다. 남자부는 잠시 뒤 치러질 잉글랜드와 일본전 승자가 선착한 중국을 상대로 마지막 날인 6일 오후 8시 30분(한국 시간) 결승전을 벌인다. 일본이 먼저 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여자부는 남은 한 자리를 놓고 현재 중국과 타이완이 준결승전을 벌이고 있다. 이변이 없다면 중국이 올라갈 것이다. 여자부는 남자보다 빠른 오후 세 시 30분(한국 시간)에 먼저 결승전을 치를 예정이다.

남자단체 준결승전 결과
대한민국 0대 3 중국
이상수 1(11-8, 2-11, 7-11, 5-11)3 쉬신
정영식 0(7-11, 5-11, 8-11)3 마롱
장우진 1(11-7, 4-11, 9-11, 10-12)3 장지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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