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신인류 용어사전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는 '사람'을 뜻하는 라틴어 단어 호모(home=human)와 '곧추서다'라는 뜻의 에렉투스가 결합한 말로 최초로 직립 보행을 한 인간을 말한다. 마찬가지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지혜롭다, 영리하다'는 뜻의 사피엔스가 결합하여 생각하는 인간을 뜻한다. 고대의 인류는 이렇게 조금은 단순하고 획일화된 방식으로 분류되었다. 하지만 현대의 인류를 설명하려면 그 복잡함과 다양함에 먼저 두 손을 들게 된다.

 

새로운 가족 형태

삶의 방식은 언제나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변화해가지만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많은 변화를 보이는 것은 가족의 형태다. 과거보다 구성원의 수가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남편이 책임지던 생계의 짐을 아내와 나누는 맞벌이는 어느새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더불어 출산과 육아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딩크족(DINK : Double Income No Kids)은 그런 가운데 생겨난 새로운 용어다. 말 그대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를 뜻하며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에서 벗어나 각자의 자유와 자립을 우선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 배우자를 갖지만, 육아의 책임은 지지 않고 각자 자기의 생활에 집중하면서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즐기려는 딩크족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보편적인 가족의 형태는 듀크족(DEWK : Dual Employed with Kids)이다. 2000년경 미국이 경제 호황을 맞고 맞벌이를 하던 부부들이 일하면서도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만들어진 가족 형태다. 듀크족은 대체로 고학력, 고소득자로 분류되지만, 여전히 여성이 육아와 가사에 갖는 책임의 비중이 큰 데에다 직장일까지 겸하게 되어 기본 형태는 1950년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 결과를 보인다.

최근 딘트족(DINT : Double Income No Times)이란 용어가 생겨나기도 했는데 이는 맞벌이를 통해서 경제적 여유는 있지만 일하느라 즐길 시간은 없는 부부를 뜻한다. 높은 컴퓨터 활용능력과 정보수집 능력을 가진 딘트족은 정보화시대에 나타난 새로운 부부 형태로서 근래에는 이들이 신소비계층으로 주목받으며 야간 문화행사나 심야쇼핑 등의 타깃이 되고 있기도 하다.

 

소비 성향으로 나를 설명한다

로하스족(LOHAS :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은 미국의 한 마케팅연구소가 처음 사용한 말이다. 마케팅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한 만큼 로하스족을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은 그들의 소비형태다. 이들은 개인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은 물론 환경과 사회적 건강까지 염두에 두고 소비하고 생활한다. 흔히 알고 있는 웰빙(Well-Bing)에 비해 사회적 책임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 환경, 생태계 등을 고려하여 소비하는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면 건강을 위해 단순히 유기농 제품을 사서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생산과 유통, 서비스 과정에서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는지 꼼꼼하게 살피고 소비를 결정하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일에도 매우 적극적인데 장바구니, 면 기저귀와 면 생리대, 개인컵 사용을 통해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친환경 활동을 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고가의 브랜드보다 자신만의 가치에 소비의 중점을 두는 프라브족.(좌측부터 미셸 오바마, 시에나 밀러, 케이트모스)

프라브족(PRAV: Proud Realizers of Added Value)은 1970년대 오일쇼크를 겪은 사람들이 더 싸고 좋은 것에 관심을 가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들은 경제적 능력이 있어도 명품이나 유명 브랜드 제품을 무조건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실속을 찾아 소비하는 사람들이다. 또한, 저가의 물건을 선호하지만, 상품의 희소가치를 더 중요시하며 자신의 개성을 추구한다. 빈티지가 유행하는 것도 프라브족의 습성과 매우 관련이 깊은데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강한 유명 인사들의 패션에도 이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미국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는 저가 브랜드의 35달러짜리 드레스를 입고 토크쇼에 출연해 화제가 된 적이 있고 패션 아이콘으로 불리는 배우 시에나 밀러, 케이트 모스 등도 빈티지하고 저렴한 아이템을 자주 선보이고 있다.

 

경제 불황이 낳은 새로운 집단

수년째 경제난과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일명 프리터족(Freeter : Free Arbeiter)이라 불리는 이들은 90년대 초반 일본 경제 불황과 함께 생겨났다. 처음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더 높은 꿈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을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현재는 아르바이트를 생계 수단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변했다. 특히 높은 시급으로 비교적 고소득이 보장되는 일본의 프리터족은 스스로 프리터족의 삶을 선택하는 것에 비해 한국형 프리터족은 취업난 탓에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에 뛰어들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더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니트족(NEET :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다. 학생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취업을 위해 공부를 하거나 기술을 습득하는 등의 노력도 하지 않는 근로의욕이 없는 이들은 쉽게 말해 놀고먹는 15~34세의 청년층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니트족은 프리터족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니트족의 길을 선택했다기보다 구직활동의 벽에 부딪히며 일할 의지를 잃어버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청년층의 다섯 명 중 한 명이 이런 니트족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이는 OECD의 34개 회원국 중에서도 7번째나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여서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스스로를 관리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최근 화장품 매장을 방문하면 화장품을 고르고 있는 남성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그저 단순하게 로션이나 구입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만큼이나 꼼꼼하게 각종 스킨 케어 제품과 색조 화장품을 고르는 것을 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많아지면서 남성들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외모를 가꾸는 일에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데 이런 남성들을 일컬어 그루밍족(Grooming)이라고 한다. 그루밍은 여성들의 뷰티와 같은 개념으로 쓰이고 있지만, 사실은 마부(groom)가 말을 씻기고 빗질을 하는 일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들 그루밍족은 패션은 물론이고 피부관리, 화장, 치아관리, 심지어는 성형 수술까지 마다치 않는다. 그런가 하면 BTS족(Back To School)이라 불리는 직장인 집단이 늘어나는 것도 주목할만한 일이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대학이나 대학원으로 몰려 공부를 하는 이들 BTS족은 끊임없이 공부해야만 치열한 사회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학업을 계속한다. 자기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는 이들의 열정에 박수를 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한국 사회가 경쟁력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씁쓸해지기도 한다.

남자들의 외모도 경쟁력이 되는 시대, 그루밍족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글_서미순 (월간탁구 2014년 3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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