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마라톤회의... 결산안 승인까지 투표로 결정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대세를 거스르지는 않았다.

국민생활체육전국탁구연합회(이하 연합회)가 20일 충남 온양제일호텔에서 2016년 정기대의원총회를 열고 대한탁구협회 통합추진위원회와 합의했던 합의서를 통과시켰다.

연합회는 이보다 앞선 지난 13일 금년 정기총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대의원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회의 자체가 무산된 바 있었다. 일주일 뒤로 긴급하게 일정을 잡아 개최한 이번 총회는 재적대의원 34명 중 29명의 참석으로 성원을 이뤘다.
 

▲ 전탁연이 대의원총회를 열고 통합 준비를 마쳤다. 회의 무산 일주일 만에 긴급하게 다시 소집된 정기총회.

대부분의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지만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장장 일곱 시간 반이 넘는 마라톤회의였다. 유상종 회장이 “통합추진위원장직을 내려놓고 통합 이후 실무를 관할할 부회장을 두겠다”는 신상발언을 먼저 했지만 회의는 끝날 때까지 내내 치열한 격론이 오고갔다. 오후 두 시경에 시작한 회의가 오후 아홉시 30분을 넘겨서야 폐회됐다.

회장 신상발언 이후 사실상 첫 안건이었던 [2015년 사업결과 및 결산 승인의 건]부터 승인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무처 작성 서류 부실을 근거로 현장에서 인터넷을 통한 확인절차까지 거치며 투표에 부친 끝에 승인 찬성 17표로 겨우 통과됐다.
 

 
▲ 치열한 격론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지만 안건은 대부분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후 상정된 새해 예산안 승인은 회의의 최대 고비였다. 일주일 전 본래 예정했던 회의가 무산된 이유는 회장 출연금 납부 여부로 인한 갈등이 가장 컸다. 대한탁구협회와 “통합된다 해도 금년 9월까지는 자체적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하므로 통합 여부와 관계없이 출연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쪽과 “통합 이후 상황을 보고 집행해도 늦지 않다”는 쪽이 팽팽히 맞섰었다. 안건 상정 이후 또 한 번의 대립이 우려됐으나 이에 대해서는 회의를 주재한 유상종 회장이 대의원들의 결정에 무조건 따르겠다는 전향적 자세를 보이면서 급진전됐다. 대의원들의 최종 결정은 “회장은 3월 10일, 나머지 임원들은 3월 말까지 금년 3분기까지의 회비와 출연금을 완납하라”는 것. 의장의 수락으로 예산안이 통과됐다.

통합 이후로 미뤄질 경우 큰 문제가 될 수 있었던 예결산 승인이 끝나면서 회의는 급물살을 탔다. 통합추진위원회 결과보고는 합의서 내용에 대한 불만이 몇 몇 대의원들에 의해 토로되긴 했으나 이후 통추위에 주어질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의 한계에 부담을 느낀 대의원들의 숙고로 깊은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투표에 부친 끝에 찬성 16표(기권 2표)로 통과됐으며, 곧 이어 통합동의 및 단체해산, 단체 재산 귀속의 건을 일괄 상정한 끝에 역시 투표를 통해 모두 승인했다. 결과 보고 승인 투표 결과와 같은 16명의 대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  많은 안건들이 투표로 결정괬다. 아래는 폐회를 선언하는 유상종 회장, 전국탁구연합회가 해산됐다.

주요 안건들이 모두 처리된 후 기타토의까지 마무리한 뒤 유상종 회장은 최종 폐회를 선언했다. 오랜 시간의 격론과 사실상 해산총회의 의미를 갖고 있었던 회의의 무게치고는 싱겁기까지 한 마무리였다. 1993년 창립한 뒤 20여 년간 한국의 생활체육 탁구 활성화에 많은 기여를 해왔던 ‘국민생활체육전국탁구연합회’는 이렇게 그 간판을 내렸다.

유상종 회장은 “통합이 된다고 생활체육 탁구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 앞으로도 소명을 갖고 생활탁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합의서 내용대로라면 유상종 회장은 통합탁구협회에서 생활체육 담당 수석부회장의 직위를 수행하게 될 예정이다.

이로써 대한탁구협회와 국민생활체육전국탁구연합회는 통합에 관한 사전 절차를 모두 마무리한 셈이 됐다. 대한탁구협회는 하루 전 임시총회를 열고 합의안 보고 절차를 끝낸 뒤 연합회의 움직임만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통합탁구협회 첫 대의원총회는 23일 오후 세 시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기로 이미 합의돼있는 상태였다. 대한탁구협회 임원들은 자칫 일정에 맞추지 못할 수도 있을 우려가 해소되자 안도하는 분위기다.
 

▲ 대한탁구협회는 하루 전날 임시총회를 통해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쳐두고 있는 상태였다.

협회와 연합회 양측 동수로 20명씩 40명의 대의원이 참석하게 될 첫 통합총회에서는 조양호 현 대한탁구협회장이 초대 회장으로 추대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통합 기한은 3월 27일, 탁구는 그보다 한 달 이상 빠르게 통합을 이뤄냄으로써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여곡절을 겪고 결국은 단체통합을 이뤄내게 된 한국탁구의 2016년에 대한 기대가 무르익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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