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에 지친 드라마 마니아를 위한 해외 드라마 추천

2014년 신년 벽두부터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어엔 생뚱맞게도 '셜록3'이란 단어가 온종일 오르락거렸다. 영국의 인기 드라마 '셜록'의 세 번째 시즌이 현지에서 전파를 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한 지상파 채널에서는 이례적으로 영국에서 드라마 '셜록'이 방송되자마자 더빙 작업을 거쳐 방송에 내보내기도 했다. 한때 해외 드라마들이 TV 채널을 책임지던 시기도 있었지만, 국내 드라마의 제작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지상파 채널에서 해외 드라마를 보는 일은 힘들어졌다. 오히려 우리 드라마들이 한류라는 이름을 타고 다른 나라의 TV 속으로 당당히 입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의학 드라마에서도, 수사 드라마에서도, 법정 드라마에서도 이야기의 뼈대는 러브 스토리가 되고 마는 한국 드라마에 싫증을 느끼는 사람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해외 드라마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미국 드라마, 다양함과 스케일이 장점

해외 드라마를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키워드는 ‘시즌(season)’이다. 1년 동안 방송될 분량을 일컫는 말로 각 나라 또는 방송국의 제작 환경과 방송 사정에 따라 시즌의 단위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미국 드라마 역시 시즌제로 제작되는데 한 시즌은 40~60분가량의 에피소드 20편 정도로 구성되는 것이 보통이다. 각 에피소드 안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또 마무리 지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그 작은 에피소드들이 결국 하나의 메인 스토리를 풀어가는 형식을 띤다. 미국 드라마는 학원물에서부터 범죄 수사극, 멜로, SF, 판타지에 이르기까지 다루는 주제가 다양하고 스케일과 디테일이 뛰어나 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여러 작가의 공동 집필과 사전 제작을 통해 한층 더 치밀하고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워킹 데드

▶ 작은 마을의 보안관 릭이 총상으로 인한 혼수상태에서 깨어나고 보니 세상은 좀비들의 것으로 변해버렸다. 드라마는 좀비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릭과 그 일행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좀비물인 만큼 잔인한 장면들이 자주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 보이는 인간들의 생존 본능과 이기적인 욕망은 많은 메시지를 주고 있다. 미국 방송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이 드라마는 현재 4번째 시즌이 방송 중이다.

 

 

 

 

 

 

빅뱅 이론

▶ 너드(nerd)라는 단어가 있다. ‘지능은 뛰어나지만, 사회성이 떨어지고 비주류 활동에 집착하며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일컫는 이 단어는 보통 ‘머리만 좋은 괴짜 찌질남’ 정도로 이해된다. 빅뱅 이론은 너드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네 명의 과학자와 그 이웃에 사는 미녀 웨이트리스가 주인공이다. 괴짜들답게 평범한 일상에서도 엉뚱함을 발휘하는 남자들, 그리고 그 속에서 오히려 자신이 비정상인 것 같은 혼돈을 느끼는 평범한 여자가 만들어가는 코믹 시트콤이다.

 

영국 드라마, 특유의 분위기와 흡입력 있는 전개

영국 드라마는 한 시즌이 보통 6~8개 정도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이 때문에 중간에 스토리가 늘어지지 않고 시청자 입장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올 초 방송된 ‘셜록’의 경우는 시즌마다 불과 3편만이 제작되고 있지만 한 에피소드의 러닝 타임이 1시간 30분으로 웬만한 드라마 두 편에 해당한다.

영국 드라마를 처음 접한 사람은 영국 드라마가 미국 드라마에 비해 조금은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미국 드라마는 대사나 화면을 통해 세세한 설명을 덧붙이는 일이 많지만, 영국 드라마는 그 모든 과정을 종종 생략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식의 스토리에 익숙한 우리에게 영국식 유머나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는 낯선 느낌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덕분에 말초신경이 아닌 뇌세포를 자극하는 드라마를 만났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셜록

▶ 자신을 고기능 소시오패스라고 부르는 셜록 홈즈는 단 한 번 사람을 훑어보는 것만으로 그의 환경이나 직업, 성향까지 파악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파악한 것을 상대방의 눈앞에서 줄줄 읊어대는 무뢰한이기도 하다. 이런 재수 없는 남자 앞에 하우스메이트로 나타난 존 왓슨은 그런 셜록의 재능에 순수하게 감탄하는 유일한 인물이자 조력자가 되어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드라마 셜록은 19세기에 쓰인 원작 ‘셜록 홈즈’를 21세기형 이야기로 재탄생시킨 작품으로 원작 소설의 광팬들까지 흡수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닥터후

▶ 주인공 닥터는 타임로더족인 외계인으로 시공간을 이동하는 타임머신 타디스를 타고 여행을 다닌다. 타디스는 겉에서 보기엔 평범한 공중전화 부스 같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우주선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는 1963년에 첫 방송 된 후 지금까지 방영되고 있는 SF 드라마다. 물론 현재 방영되는 것은 2005년부터 만들어진 새 버전이지만 기네스북은 이 드라마를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방송되는 드라마로 공인하고 있을 정도다.

 

일본 드라마, 다양한 상황과 캐릭터가 주는 교훈

일본 문화는 ‘one source multi use’라는 말을 빼놓고 설명하기가 힘들다. 한 가지 소스를 가지고 여러 가지 분야에 다양하게 사용한다는 말인데 만화, 애니메이션, 소설 등의 팬층이 두텁다 보니 이를 원작으로 영화, 드라마, 게임, 캐릭터 상품 등의 콘텐츠 제작이 이루어진다는 의미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그 때문에 일본 드라마는 만화나 소설 등을 원작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소재가 다소 유치해도 이미 원작의 인기가 검증된 만큼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루는 것에 큰 부담이 없다. 그러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의 경우에는 연기나 연출이 과장되곤 하므로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다소 불편함을 가져올 수 있다. 게다가 극 중 인물 간의 대화라기보다는 시청자에게 훈시하는 듯한 대사가 많아 ‘한국 드라마=연애, 일본 드라마=교훈’이라는 식의 평가를 받기도 한다.

 

갈릴레오

▶ ‘모든 사건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신념을 지닌 뛰어난 물리학자 유카와는 학문 외에는 전혀 무관심한 덕분에 ‘괴짜 갈릴레오’라고 불린다. 그런 그에게 경찰들이 찾아와 초현실적인 사건에 대한 조언을 구하지만, 그는 사실 수사보다는 사건을 일으키는 현상을 해명하고 증명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영화화된 ‘용의자 X의 헌신’은 이 드라마의 극장판으로 과학적 견해와 추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가는 재미를 주는 드라마다.

 

 

한자와 나오키

▶ 은행원이 되겠다는 꿈을 이룬 한자와 나오키는 근무 중인 은행 지점의 이윤을 끌어올리며 실력 좋은 부하로서, 자상한 상사로서 인정을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사람이 추진한 계약에 문제가 생기면서 오히려 나오키가 꼬투리를 잡혀 좌천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는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은 비리투성이의 상사들과 대립하며 은행이란 조직의 부조리와 싸우게 된다. 지난해 일본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던 이 드라마는 은행판 ‘하얀거탑’이라 불리며 시청률 40%를 넘기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글_서미순 (월간탁구 2014년 2월호 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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