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탁구 챔피언스리그 8강전, 두 독일 에이스의 엇갈린 희비

유럽탁구 챔피언스리그 8강전이 시작됐다. 우승후보 오렌부르크가 1차전을 승리하고 무난한 출발을 했다.

최근 다섯 시즌 동안 유럽탁구챔피언스리그(ECL)에서 강세를 보인 팀은 오렌부르크와 UMCC로 대표되는 러시아 클럽들이었다. 이전까지 유럽을 대표했던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프랑스 소속 클럽들보다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특히 오렌부르크는 2010/2011 시즌 준우승을 시작으로, 최근 다섯 시즌 동안 우승 3회에 준우승 1회를 기록했고, UMMC도 준우승 1회로 뒤를 받쳤다.

유럽 클럽 탁구에서 힘의 균형이 이렇게 기울게 된 것은 러시아 클럽들의 공격적인 영입 때문이다.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각국의 에이스들을 불러들여 팀 전력을 끌어 올린 것이다. 오렌부르크는 이번 시즌에도 벨로루시의 에이스 블라디미르 삼소노프, 유럽 최강자인 독일의 디미트리 옵챠로프를 차례로 영입했고, UMMC는 일본의 에이스 미즈타니 준을 영입했다. 미즈타니의 경우는 다음 시즌인 2016/2017 시즌부터는 오렌부르크로 이적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져 오렌부르크의 강세는 당분간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오렌부르크의 승리를 이끈 디미트리 옵챠로프. 사진 flickr.com.

오렌부르크의 독주를 막을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는 독일의 전통 강호 보루시아 뒤셀도르프가 꼽힌다. 독일의 티모 볼이 이끄는 뒤셀도르프는 지난 시즌 오렌부르크와 벌인 결승 맞대결을 승리로 이끌어 최종 우승을 차지한 팀이다. 디펜딩 챔피언 뒤셀도르프는 본선 8강 경기를 시작한 이번 2015/2016 시즌에서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진표 상으로 오렌부르크와 4강에서 결승 진출을 다툴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두 팀은 본선 8강 첫 경기부터 희비가 엇갈렸다. 오렌부르크는 자국 라이벌 UMMC를 이기고 첫 승을 거뒀지만, 뒤셀도르프는 2013/2014 시즌 우승팀인 프랑스의 퐁투아즈에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유럽탁구 챔피언스리그는 홈 앤드 어웨이 두 번의 경기를 통해 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첫 경기를 승리한 오렌부르크와 달리 뒤셀도르프는 큰 부담을 안고 2차전에 임하게 된 셈이다.

UMMC와 오렌부르크의 8강전은 접전이 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오렌부르크의 3대 1 완승으로 끝났다. 역시 옵챠로프와 삼소노프의 맹활약이 결정적이었다. 반면 UMMC는 에이스 미즈타니 준이 자국 챔피언십 참가 때문에 경기에 불참하면서 전력 공백이 있었다. 오렌부르크는 옵챠로프와 삼소노프가 출전한 1, 2, 4단식을 모두 승리했다. UMCC는 3단식에서 그리고리 블라소프가 상대 알렉세이 스뮐로프를 잡아 겨우 영패를 면한 것이 전부였다. 미즈타니 대신 출전한 노장 조란 프리모라츠와 알렉산드르 시바예프는 옵챠로프와 삼소노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UMMC는 2차전에서 미즈타니 준이 출전한다 해도 최소 3대 1 이상으로 이겨야 4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게 됐는데, 옵챠로프와 삼소노프 ‘쌍두마차’가 버티는 현재 오렌부르크 전력을 감안하면 UMMC의 4강 진출 가능성은 무척 희박해진 상황이다.

뒤셀도르프와 퐁투아즈의 8강전은 뒤셀도르프가 3단식까지 2대 1로 앞서 나가며 승리를 눈앞에 둔 듯 했지만 4, 5단식을 연거푸 내주고 2대 3 역전패를 당했다. 4단식 주자로 나선 에이스 티모 볼이 포르투갈 대표 마르코스 프레이타스에게 0-3 완패를 당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마지막 5단식에서 파트릭 프란치스카가 스웨덴 출신 영건 크리스티안 칼슨에게 역시 0-3의 완패를 당해 승리를 헌납하고 말았던 것.
 

▲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하며 에이스 역할을 하지 못한 티모 볼. 사진 flickr.com.

뒤셀도르프의 패배에는 파트릭 프란치스카의 두 번에 걸친 0-3 완패와 함께, 티모 볼이 4단식에서 승부를 끝내지 못한 게 결정적이었다. 퐁투아즈는 포르투갈의 에이스 마르코스 프레이타스가 2, 4단식에서 파트릭 프란치스카, 티모 볼을 모두 꺾는 맹활약으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뒤셀도르프는 다음 시즌부터 파트릭 프란치스카를 내보내고 스웨덴 출신 안톤 칼베르그와 계약했다고 최근 발표했는데, 갑작스런 방출 결정이 파트릭 프란치스카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뒤셀도르프의 2차전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은 이유다.

한편 8강전 나머지 두 경기는 스웨덴 에슬뢰브(Eslovs)가 프랑스의 샤르트르(Chartres)를 3대 1로 이겨 첫 승을 올렸고, 폴란드의 올림피아(Olimpia)가 독일의 자르브뤼켄(Saarbrücken)을 역시 3대 1로 이기고 첫 승을 기록했다. 4강 진출을 최종 결정짓는 8강 2차전 경기는 1월 22일(금)에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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