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다가오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상투적인 장면들이 몇몇 있다. 지하실을 가득 채운 수백 장의 연탄, 찬물에 김장거리인 배추와 무를 씻으며 시린 손을 호호 불던 엄마, 교실 한가운데 놓인 난롯가에 삼삼오오 모여 온기를 나누던 친구들. 그러나 2013년의 겨울을 맞이하는 우리와는 매우 동떨어진 장면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가스보일러의 전원을 켜고 끄는 것만으로 하루에도 두세 번씩 연탄불을 갈아야 했던 번거로움에서 벗어났고, 김치 정도는 애써 수백, 수십 포기씩 담가 저장해놓고 먹지 않아도 언제든 사 먹고 담가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어디에서든 라디에이터와 온풍기가 충분하게 따뜻함을 유지해주고 있으니 이제 우리의 겨울맞이는 그저 겨울옷 정리 정도로 충분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추위로부터 온기를 사수하라  

 

그래도 겨울은 여전히 춥다. 찬바람이 매서운 기세로 옷깃을 할퀴고 갈 때면 지구 온난화로 예전만 한 추위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뉴스 진행자의 멘트도 내가 사는 지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머나먼 화성의 이야기쯤 되는 것만 같다. 풍족해진 생활 덕분에 겨울을 대비한 ‘저장’이라는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지만, 여전히 우리는 좀 더 따뜻하게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를 해야만 한다.

조그만 문틈을 통해서 들어오는 찬바람은 황소바람이란 이름이 붙을 정도로 그 위력이 대단하다. 특히 요즘은 예전과는 달리 커다란 창을 가진 집들이 많아 실내로 찬 공기가 쉽게 유입된다. 그래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문틈이나 창틈으로 들어오는 찬 바람을 막는 일이다. 이럴 때 문풍지나 두꺼운 커튼이 큰 도움이 된다. 최근엔 창문에 공기충전 비닐랩을 붙이는 것이 차가운 공기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환영받고 있다. 실제로 문풍지와 공기충전 비닐랩만으로 실내 온도를 2~3도 정도 높일 수 있다니 에너지도 아끼고 집안도 따뜻하게 지키는 방법으로 추천할만하다. 그뿐만 아니라 방이나 거실에 두툼한 카펫을 상시 깔아놓는 것도 바닥의 온기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좋은 방법이다.

자동차 1000만 시대가 되면서 겨울이 다가오면 자동차의 상태를 체크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할 중요한 일이 되었다. 특히 동파 방지를 위한 부동액 보충과 겨울에 성능이 떨어지는 배터리의 상태를 확인하는 일은 가장 기본적인 일이다. 또한, 갑작스러운 폭설에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는 스노우 타이어나 체인을 준비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가까운 사람들과 색다른 시간을 가져본다

찬바람이 불면 연말연시가 멀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송년회, 신년회, 크리스마스까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들까지 핑계 삼아 만나게 되는 기간인 것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동창회를 가도, 회사 송년회를 가도, 동호회를 가도 모여 있는 사람들만 다를 뿐 모임이 흘러가는 양상은 언제나 비슷비슷하다. 먼저 식사를 곁들인 술자리, 다음엔 자리를 옮겨 맥주와 가벼운 안주, 그리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노는 전형적인 코스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바꿔 보면 좀 더 색다르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애장품을 들고 나온 적이 있다. 비싼 물건이 아니어도, 새것이 아니어도 누군가에겐 기념될 만한 것들을 들고 나와 추첨을 통해 각자 애장품을 나누어 가졌다. 연말 모임을 계획하고 있다면 참가자들에게 선물을 하나씩 들고 나오도록 주문해보자. 올해 감명 깊게 읽었던 책 한 권도 좋고, 얼마 전에 담가 놓은 유자차 한 병도 좋고, 서랍 깊숙이 잠자고 있던 장갑 한 켤레도 좋다. 선물을 서로 나누며 더 깊은 우정과 추억을 나누는 색다른 시간이 될 것이다.

비슷비슷한 모임이 지겹다면 문화 공연을 함께 관람하는 것으로 연말 모임을 대신하는 것도 좋다.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와 노래가 있는 뮤지컬 공연이나 신나는 음악에 몸과 마음을 맡길 수 있는 콘서트 현장에서 일 년 내내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나눔에 도전해보자

 

겨울은 누구에게나 추운 계절이지만 외롭고 가난한 이웃들에겐 더욱더 혹독한 시기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풍기는 대형 트리가 거리를 밝힐수록, 신년을 맞는 사람들의 기대 섞인 환호성이 커질수록 더욱더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매우 보람있는 일이다. 크고 거창한 일이 아니더라도 주위를 둘러보면 작은 노력과 관심으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많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하는 도시락배달 봉사,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 봉사, 유기견 봉사활동, 연탄 나눔 봉사, 김장 나누기 봉사 등 다양한 종류의 봉사를 통해 이 추운 겨울날을 더욱 훈훈하게 보낼 수 있다. 요즘은 여러 지역 단체들이 가까운 이웃들을 먼저 살피는 봉사에 힘을 쏟고 있으므로 자신이 속한 지역의 봉사단체와 연을 맺는다면 시간이 되는 날, 두세 시간 정도를 내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보탤 수 있다.

 

현대의 월동준비 모습은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 비단 월동준비뿐만 아니라 달라진 생활 방식 속에서 많은 것들이 변해버렸다. 하지만 겨울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과거나 현재나 똑같지 않을까. 좀 더 훈훈하고 넉넉한 겨울을 나길 바라는 마음 말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사람들과 나누는 온기가 모두를 훨씬 따뜻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글_서미순 (월간탁구 2013년 12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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