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승후보들 모조리 연파, 미래 밝혔다.

  장우진(성수고)이 2013년 세계주니어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자단식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 달 1일부터 8일까지 모로코 라바트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장우진은 8일 오후 대회 마지막 종목으로 치러진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중국의 저우카이를 4대 1(6,-8,7,14,4)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 장우진이 6년 만에 한국에 주니어선수권 금메달을 선사했다! 자료사진 ⓒ안성호

  단체전에서의 아쉬움을 털어내고도 남을 눈부신 선전이었다. 스웨덴의 유망주 칼베르그 안톤을 4대 2로 누른 64강 본선 첫 경기부터 줄줄이 강호들을 연파했다. 32강전 웬 웨이치에(타이완, 4대 0), 16강전 량징쿤(중국, 4대 3), 8강전 무라마츠 유토(일본, 4대 1), 4강전 공링슈안(중국, 4대 2)! 특히 장우진은 이번 대회 전 종목 석권을 노리던 중국의 강력한 우승후보들을 모조리 꺾으며 대회 마지막 날 영웅으로 떠올랐다. 일본 에이스 무라마츠 유토를 누른 것도 유망주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라이벌 일본에 대한 기선제압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장우진은 단식에 앞서 치러진 개인복식에서도 선전을 펼쳤다. 박찬혁(동인천고)과 짝을 이룬 장우진은 8강전에서 일본의 모리조노 마스타카-삼베 코헤이 조를 4대 2로, 4강전에서 중국의 량징쿤-저우카이 조를 4대 0으로 눌렀다. 결승전에서는 역시 중국의 공링슈안-저우치하오 조에 아깝게 2대 4(10,-9,-13,-7,11,-7)로 패했지만 단식에서의 활약을 예감케 한 선전이었다.
 

▲ 남자복식에서도 은메달을 따내며 선전을 펼친 장우진-박찬혁 조. 자료사진 ⓒ안성호

  강원도 속초 출신의 장우진은 일찍부터 촉망받던 기대주였다. 오른손 셰이크핸더로 나이를 뛰어넘는 노련한 경기운영 능력과 파워를 겸비, 한국 탁구 미래를 책임질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2009년 코리아주니어오픈 카데트(15세 이하) 단식 정상에 올랐고, 중학교 졸업 후 1년간 독일 분데스리가 옥센하우젠 클럽으로 탁구유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2010년에는 아시아주니어탁구선수권대회 우승도 차지했었다. 세계대회에는 작년에도 출전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장우진은 출전할 수 있는 마지막 세계주니어탁구선수권대회에서 끝내 단식 선수권자가 되면서 이름값을 해냈다.

  장우진의 단식 우승은 한국탁구로서는 6년만의 기쁨이었다. 한국은 현재 삼성생명에서 뛰고 있는 정상은이 2007년 대회에서 단식 정상에 오른 이후 이번 대회 전까지 우승 맛을 보지 못했었다.

  세계주니어탁구선수권대회는 전 세계 탁구강국의 미래를 짊어진 18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이 각국을 대표하여 출전, 남녀단체전과 개인단/복식, 혼합복식 등 모두 일곱 개 종목의 우승을 놓고 겨루는 주니어들의 국가대항전이다. 개인전과 단체전을 번갈아 개최하며 2년 주기을 유지하는 시니어들의 세계선수권대회와 달리 연말을 전후해 모둔 종목의 경기가 매년 개최된다.

  우리나라는 첫 대회였던 2003년 칠레대회에서 현 S-OIL 소속 조언래가 남자단식 준우승에 오르는 등 좋은 출발을 했고, 2005년 대회에서 강동훈(현 KGC인삼공사)-심새롬(현 대한항공) 조가 혼합복식에서, 2007년 대회에서 정상은이 남자단식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꾸준한 흐름을 유지했었다.

  그러나 이후 한국의 주니어들은 이 대회에서 뚜렷한 성적을 남기지 못한 채 하향곡선을 그려왔었던 것이 사실이다. 2010년 대회에서 동메달 세 개에 머무른 이후 2011년에는 사상 처음 노메달에 그쳤고, 지난해 인도 하이데라바드 대회에서도 남자단체전 3위가 성적의 전부였다. 동 대회가 세계탁구 미래의 판도를 짐작해볼 수 있는 무대라는 점에서 우리 청소년들의 부진은 적지 않은 우려를 자아냈던 것이 사실이다.

  장우진을 중심으로 한국 남자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펼친 선전이 더욱 돋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세계 탁구를 휩쓸고 있는 중국의 강호들을 모조리 제압했다는 점만으로도 많은 박수를 받을만 했다. 부진이 깊어지고 있던 시점에서 일궈낸 '대반전'인 셈이다.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한국탁구의 미래들이 어떤 활약을 펼쳐갈지 기대가 모아진다.
 

▲ 한국탁구의 미래가 기대된다. 여자복식 4강에 오른 이다솜-정유미 조. 자료사진 ⓒ안성호

  한편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남녀단체전에서는 모두 5위를 기록했다. 여자단식과 혼합복식에서는 입상권에 들지 못했고, 여자복식에서 단원고의 쌍두마차 정유미-이다솜 조가 4강에 올랐다. 남자단식 외의 나머지 여섯 개 종목은 모두 중국이 우승했다. 그러나 중국은 마지막 날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남자단식에서 장우진에 우승을 내주며 잔치 분위기를 넘겨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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