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속편 영화의 다양한 제작 방식

최근 쏟아지고 있는 영화들을 살펴보면 한동안 영화관을 멀리했던 사람들의 이목까지 집중시키는 낯익은 제목들이 눈에 들어온다. <매드 맥스>, <터미네이터>, <쥬라기 월드> 등 수십 년 전에 영화관에서 손에 땀을 쥐고 관람했던 영화들의 속편이 일제히 개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처럼 큰마음을 먹고 영화관을 찾아가면 알쏭달쏭한 줄거리의 전개에 지금 보고 있는 영화가 내가 알고 있는 그 영화의 속편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속편인 듯 속편 아닌 속편 같은 영화들,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
 

시퀄 영화인 <대부2>와 <터미네이터2>는 작품성이나 흥행성에서 가장 성공한 속편 영화로 손꼽힌다.

시퀄(sequel)과 프리퀄(prequel)
우리에게 익숙한 속편 영화는 보통 원작이 끝난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들이다. 등장인물과 설정은 동일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편의 이야기가 이어지거나 새로운 에피소드를 다루는데 이런 영화를 ‘시퀄’이라고 한다. 절대 반지를 들고 원정을 떠나는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두 개의 탑-왕의 귀환)>, 기억을 잃은 첩보 요원의 이야기를 그린 <본 시리즈(본 아이덴티티-본 슈프리머시-본 얼티메이텀)>, 조앤 롤링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해리포터(마법사의 돌-비밀의 방-아즈카반의 죄수-불의 잔-불사조 기사단-혼혈왕자-죽음의 성물1-죽음의 성물2)> 등이 이에 속한다. 최근 개봉되어 흥행 가두를 달리고 있는 <쥬라기 월드> 역시 <쥬라기 공원>이 폐장된 22년 후를 다루고 있는 대표적인 시퀄 영화다. 그러나 최고의 시퀄 영화로 손꼽히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대부2>와 <터미네이터2>이다. 두 편 모두 원작을 뛰어넘는 예술성과 흥행성을 자랑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대부2>의 경우는 원작 영화와 함께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유일한 속편 영화이며 <터미네이터2>는 ‘속편은 원작의 흥행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편견을 깨면서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고 1991년 개봉 당시 국내 영화흥행 사상 최고의 기록을 수립하기까지 했다. 
 

따로 보면 <반지의 제왕>시리즈와 <호빗> 시리즈는 시퀄 시리즈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호빗> 시리즈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프리퀄에 해당한다.

한편 시퀄과는 달리 전편 영화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과거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를 프리퀄이라고 한다. 프리퀄은 보통 원작에서 일어난 사건의 원인을 설명하는 기능을 하는데 3편으로 구성된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이전 이야기를 다룬 <호빗> 시리즈, <엑스맨>에서 대립하는 두 그룹의 수장인 찰스와 매그니토의 젊은 시절을 그린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 <혹성탈출>에서 인간이 유인원들의 지배를 받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낸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등이 이에 속한다. 

프리퀄은 영화뿐 아니라 만화, 소설,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용되는 장치이며 우리나라에 프리퀄의 개념을 처음으로 소개한 것으로는 영화 <스타워즈>를 꼽는다. <스타워즈>는 총 9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4, 5, 6편에 해당하는 <새로운 희망-제국의 역습-제다이의 귀환>이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에 걸쳐 우선적으로 만들어졌다. 다스 베이더가 우리에게도 익숙한 “I’am your father”라는 대사를 읊는 장면은 전체 에피소드 중 5편에 해당하는데 이후 만들어진 영화들은 1, 2, 3편(<보이지 않는 위험-클론의 습격-시스의 복수>)으로 다스 베이더의 어린 시절부터 악당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또한, 올해 개봉을 앞둔 <스타워즈-깨어난 포스>는 에피소드 7편에 해당되는 영화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이어 감독과 주인공이 다시 교체되면서 또 한번의 리부트를 예고하고 있다. 

리부트(reboot), 리메이크(remake), 스핀오프(spin-off)
컴퓨터를 껐다가 다시 시작하는 걸 리부트했다고 하는 것처럼 리부트 영화는 이미 존재하는 시리즈를 무시하고 콘셉트와 캐릭터만 가져와서 새롭게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리부트는 최근 할리우드에서 슈퍼 히어로 영화들이 대거 제작되면서 만들어진 개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중에서도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배트맨 비긴스>와 <다크 나이트>가 리부트라는 용어를 정착시킨 영화로 꼽힌다. 팀 버튼 감독이 만든 <배트맨> 시리즈를 이어받아 제작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배트맨>은 원작 이후의 이야기나 새로운 에피소드를 그려낸 것이 아니라 배트맨과 조커를 그대로 가지고 와서 캐릭터와 줄거리를 재정비해내는데 성공했다. 원작이 이미 인지도와 팬을 보유하고 있어 위험부담이 적을 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성격 또한 확실하기 때문에 전편과 속편의 감독과 배우가 같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오히려 감독이나 배우에 따라 새로운 버전의 영화를 보는 느낌을 주는 것이 바로 리부트 영화들이다. <스파이더맨>의 경우 1, 2, 3편이 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하고 토비 맥과이어가 출연해 만들어졌지만 이후 만들어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 2편의 감독은 마크 웹, 주인공은 앤드류 가필드로 바뀌면서 스파이더맨이 탄생하는 과정부터 다시 그려졌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기대한 것만큼 흥행에서 성공하지 못했다고 여긴 제작사에 의해 곧 새로운 스파이더맨 영화가 리부트 될 예정이다. 

원작보다 나은 리메이크는 없다는 편견에도 불구하고 리메이크는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최근 한국 영화들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등장한 리부트에 비해 리메이크는 우리에게도 꽤 익숙한 개념이다. 성공한 원작의 의도나 전체적 줄거리는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리부트와 비슷해 보이지만 원작을 제작할 당시 기술 부족으로 아쉬웠던 표현 방식을 보충하거나 영화가 제작되는 시대, 문화권 등을 반영하여 새롭게 표현된다. 따라서 리메이크는 원작이 작품성이나 대중성에서 인정을 받은 작품들이 대부분인데 <러브 어페어(1939, 1957, 1995>, <오션즈 일레븐(1960, 2001)>,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1968, 1999년)> 등이 유명하다. 최근에는 <올드보이(올드보이)>, <장화, 홍련(안나와 알렉스:두 자매의 이야기)>, <시월애(레이크 하우스)> 등 국내 영화들의 판권이 할리우드에 팔리면서 리메이크되는 사례도 많아졌는데 같은 스토리지만 제작되는 곳의 문화나 상황이 다른 만큼 설정이 조금씩 다르게 각색되어 만들어졌다. 재미있는 것은 가장 많이 리메이크된 영화로 기네스북에 오른 영화가 <신데렐라>이며 국내에서는 <춘향전>이 가장 많이 리메이크 된 영화라는 사실이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 매일매일 깜짝 놀랄 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고전의 힘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절대적인 것 같다.  

경제 분야에서 먼저 사용되기 시작한 스핀오프는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의 일부를 분리해 자회사로 독립시키는 것을 뜻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영화는 물론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보통 원작의 조연을 주인공으로 만들거나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을 옮겨 진행하는 후속편을 말하는데 영화로는 <엑스맨> 시리즈의 중요 인물 중 하나인 울버린의 탄생 배경을 다룬 <엑스맨 탄생 : 울버린>, <배트맨2>에 등장한 조연인 캣우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캣우먼>, <춘향전>의 조연인 방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방자전> 등이 있다. 스핀오프는 사실 영화보다는 미국 드라마로 자주 제작되는데 라스베이거스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원작 드라마 <CSI>의 스핀오프 <CSI : 뉴욕>, <CSI : 마이애미>, <CSI : 사이버> 등이 유명하다. 또한 내년 말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해리포터>의 스핀오프 영화 <신비한 동물 사전>은 원작인 <해리포터>의 주요 인물들이 출현하지 않고 마법 동물들을 설명하고 있는 호그와트 학교의 교재를 소재로 시나리오를 작업하고 있다고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이제 영화계에서도 통용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영화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하길 원한다. 미리 영화의 줄거리와 결론을 알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면서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많이 즐기기 위한 준비를 하려는 것이다. 그동안 영화관에서 시간대나 좌석 유무에 맞춰 영화를 보는 일에 익숙했다면 한 번쯤 미리 볼 영화를 선택하고 그 영화에 대한 정보들을 만나보자. 그동안 영화를 보면서 발견하지 못한 색다른 재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월간탁구 2015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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