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셰이크핸드 지도자로 차별화! 못 다 이룬 꿈 제자들과 함께!!”

  현재 여수 흥국체육관에서는 2013 한국실업탁구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한국 탁구를 대표하는 실업의 스타들이 모두 나와 열전을 벌이고 있는 중입니다. 전국 각지를 돌며 열리는 대회들은, 특히 지방에서 열리는 경우 참가 인사들의 일정상황에 따라 개회식을 대회 중간에 여는 경우가 많죠. 이번 대회 역시 시작은 지난 28일부터였지만 어제, 그러니까 이틀이 지난 30일 오후에 개회식이 열렸습니다.

▲ (여수=안성호 기자) 신학용 실업연맹 회장이 은퇴기념패를 전하고 기념촬영.

  뜬금없이 개회식 얘기를 하는 것은 어제 치러진 행사에서 나름대로 작지 않은 의미가 있는 일이 하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KDB대우증권 탁구단 최현진 코치의 은퇴식이 열렸다는 게 그겁니다. 최현진 코치는 지난해 11월까지 선수로 뛰었는데, 한국실업탁구연맹에서 은퇴식 시기를 조율하다가 이번 대회 개회식에 맞춰 자리를 마련해준 겁니다.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예전처럼 그냥 넘어가지 않고 기억할 수 있는 의식을 치러준 것은 다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합니다.

▲ (여수=안성호 기자) 민영창 KDB대우증권 단장도 별도의 감사패를 전했다.

  최현진 코치는 탁구명문 서울 대광중/고를 졸업한 뒤 실업무대에서 오래 활약했던 선수 출신입니다. 함께 학생무대를 제패했던 주세혁(삼성생명), 김상수(서울시청)와 동기동창이죠. 국가대표로도 자주 뛰었습니다. 2005년 한국의 제주에서 치러졌던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서는 세계적인 강호들이 모두 나왔음에도 개인단식 3위에 올랐었죠. 전국종합선수권, 종별선수권, 실업연맹전 등등 각종 대회 단식에서 모두 우승한 경험을 갖고 있는 챔피언입니다. 특히 실업 입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소속팀 동아증권이 해체되면서 무적(無籍)상태로 뛰기도 했고 전국체전 등에 서울시체육회 간판을 달고 나간 적도 있습니다. 이후 상무와 농심 등을 거쳐서 대우에 자리 잡은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실업 14년 동안 파란만장한 선수생활을 보낸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쉽게 안정을 찾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늘 톱-클래스의 기량을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성과를 내온 것만으로도 많은 찬사를 받을만하지 않을까요?

▲ (여수=안성호 기자) 대우의 후배이자 제자들이 한 명씩 한 명씩 장미꽃을 전했다. 무릎 꿇어 존경을 표한 정영식.

  은퇴식은 간결하게 치러졌습니다. 사회자가 선수경력을 요약 소개하고 신학용 한국실업탁구연맹 회장과 대우증권탁구단의 민영창 단장이 은퇴기념패와 감사패를 전달하는 게 다였죠. 하지만 하이라이트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현재는 제자 신분인 대우증권 선수들이 한 명씩 한 명씩 줄지어 단상에 오르면서 최현진 코치에게 장미꽃을 건넸습니다. 최현진 코치는 선수생활 막바지 코치를 겸하며 플레잉코치로 뛰었었죠. 대우 선수들 입장에서는 단순히 선배에게 표하는 의례 이상이었습니다. 현 소속팀은 다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선수생활을 함께 한 주세혁은 더 큰 꽃다발을 준비해 친구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최현진 코치보다 나이는 더 많지만 아직 선수로 뛰고 있는 오상은은 화환을 따로 준비해 목에 걸어주고 이 남다른  ‘후배 선생님’을 따뜻하게 끌어안았습니다.

▲ (여수=안성호 기자) 주세혁(삼성생명)은 초.중.고 선수생활을 모두 함께 한 절친한 친구다.

  최현진 코치는 은퇴식 직후의 인터뷰에서 “은퇴하고 1년이 거의 다 된 시점에 은퇴식을 치러서 별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후배들의 꽃을 받으면서 어쩔 수 없이 울컥하는 기분을 느꼈다. 지나온 선수생활이 생각나더라. 지금은 시원섭섭한 기분이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뚜렷하게 한 것도 없는데 이런 자리를 마련해줘서 영광”이라는 겸손한 멘트도 잊지 않았죠. 사실 최현진 코치는 선수시절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기술적으로는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체격과 파워 등 피지컬적인 면이 뒷받침된다면 한국탁구의 역사를 바꿀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던 최고의 기교파 선수였습니다. 은퇴소감 속의 시원섭섭함에는 아마도 ‘화려했던 기술에 대한 성취’와 미처 다 ‘이루지 못한 꿈’들이 배어있었을 겁니다.

▲ (여수=안성호 기자) 선배 제자? 오상은은 특별히 화환을 목에 걸어주었다!

  “지도자로서 선수시절 못 다 이룬 꿈을 제자들을 통해 이루고 싶다. 특히 선수들 대부분이 셰이크핸드인데 비해 아직 지도자 저변은 그렇지 못하다. 셰이크핸드 출신 지도자로서 역량을 발휘하고 싶다.”

   인터뷰 끝에 최현진 코치가 덧붙인 지도자로서의 야심찬 각오입니다. 본격적인 셰이크핸드 세대를 열어간 선수출신으로서 자부심이 느껴지는 발언이죠? 그의 말대로 현재 한국 탁구선수들은 대부분 셰이크핸드 그립을 잡고 있는데 반해 지도자들은 펜 홀더 출신이 지배적입니다. KDB대우증권 탁구단 코치로 본격적인 출발을 하고 있는 최현진 코치가 기술적으로 어떤 차별화를 이뤄낼지 관심이 가네요. 사실 지도자로서의 최현진도 이미 인정을 받고 있죠. 지난 파리세계대회와 부산 아시아대회에서는 국가대표팀 남자코치로도 뛰었습니다. 형님 같은 온화함 속에서도 특유의 카리스마로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얼마 전에 끝난 대통령기 전국대회에서 대우증권은 강적들을 모두 꺾고 남자일반부 단체 우승을 차지했었죠. 김택수 총감독과 함께 최현진 코치가 이뤄나갈 대우의 성취들을 기록해가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탁구인생의 새 막을 연 최현진 코치! 화이팅입니다!!

▲ (여수=안성호 기자) 완벽한 기교파 선수로 유명했던 최현진이다.

  한국탁구는 최근 라켓을 내려놓는 많은 선수들이 별다른 예식 없이 은퇴하는 경우가 없지 않았습니다. 우리 선수들을 우리가 먼저 챙겨야 다른 이들도 알아준다는 자성의 소리가 나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였을까요? 한국실업탁구연맹은 올해 초 이사회를 통해 연맹 산하 소속팀에서 10년 이상 뛴 선수라면 누구라도 은퇴 시점에 기억에 남을만한 행사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확정했다고 합니다. 이번에 마련된 최현진의 선수은퇴식은 그 첫 번째 실천이었던 거죠. 앞에서도 적었지만 참 다행스럽고 바람직한 움직임인 셈입니다. 그리고 지금... 갓 입단한 선수에서부터 10여년을 훌쩍 넘긴 선수들까지 각 팀에서 한국 실업탁구를 떠받치고 있는 주인공들은 여수 흥국체육관에서 굵은 땀을 쏟아내며 뛰고 있습니다. 이들 모두가 자신의 인생에서 떳떳한 주인공이 되기를 기원해봅니다.

▲ (여수=안성호 기자) 지도자로서 새로운 꿈을 펼친다. 지난 파리 세계대회에서의 최현진 코치.

  전남 여수 흥국체육관에서 계속되고 있는 2013 한국실업탁구대회는 31일 현재 개인단식 16강 경기가 열리고 있는 중입니다. 오후에는 기업부 남녀단체 준결승전과 시군청부 남자단체 결승전 경기가 열립니다. 경기 결과를 들고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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