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TF 월드투어 2013 쿠웨이트 오픈 상보

▲ (안성호 기자) 남자단식 우승자 중국의 장지커(자료사진).

  어제 끝난 ITTF 월드투어 슈퍼시리즈 2013 쿠웨이트오픈은 결국 중국잔치로 끝났네요. 남녀단식 우승자 역시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장지커(세계3위)와 류원(세계2위)이 이변 없이 정상에 올랐습니다. 이번 대회 단식에서의 이변이라면 여자 4강전에서 싱가포르의 펑티안웨이(세계6위)가 현재 세계 1위인 중국의 딩닝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는 것 정도? 그 외에는 남자 장지커, 쉬신(세계1위), 마롱(세계2위), 왕하오(세계4위)가 당연한 듯 4강에 올라 또 다시 ‘그들만의 리그’를 벌인 끝에 장지커와 마롱이 1, 2위를 차지했고요. 여자부는 펑티안웨이가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우승자 류스원과 함께 나머지 4강 두 자리를 역시 중국의 딩닝과 주위링(세계18위)이 차지했습니다. 펑티안웨이도 중국계 선수이니 올 차이니즈나 다름없었죠.
 

▲ (안성호 기자) 여자단식 우승자 중국의 류스원(자료사진).

  역시 슈퍼시리즈로 바로 이어서 펼쳐지는 카타르오픈이 끝나봐야 보다 명확히 드러나겠지만 다음 달 세계랭킹도 큰 폭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랭킹 4위까지가 모두 4강에 오른 남자는 그 안에서 오르락내리락 할 것이고, 여자부는 지난달까지 10위권 후반대에 있었던 신예 주위링이 무서운 상승세를 업고 10위 이내로 들어설 것이란 정도 외에 눈에 띄는 변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첸멍, 주위링 등 또 다시 새로운 선수들이 정상권을 위협하기 시작한 중국 여자탁구의 저변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남녀복식 역시 남자부는 중국의 쉬신/얀안 조가 결승에서 자국팀 동료들인 마롱/장지커 조를 꺾고 우승했고, 여자부는 중국의 딩닝/리샤오샤 조가 일본의 이시카와 카즈미/모리조노 미사키 조를 꺾고 우승했습니다. 그나마 여자부는 단식과 복식 모두 결승에서 중국이 아닌 나라의 선수들이 우승에 도전했었다는 점에서 여운이 좀 남는군요. 그게 우리나라 선수들이 아니었다는 점이 안타깝지만 말입니다. 한국 선수들 중에서는 김민석/서현덕 조가 남자복식 3위에 올라 이번 대회 우리나라의 유일한 입상을 기록했습니다. 4강전에서 실질적인 최강 조합인 마롱/장지커 조에 패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한국 팬들에게 이번 대회는 우리 선수들이 세대교체 후 젊은 선수들 주축으로 출전한 실질적인 첫 대회였다는 점에서 남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었죠. 드러난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경기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아주 절망적이지도 않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우리 선수들은 남자단식에서 국제무대경험 부족으로 예선을 통과 못한 김경민(KGC인삼공사)과 러시아의 복병 리벤쵸프에 64강전에서 패한 이상수(삼성생명), 그리고 32강전에서 우리끼리 맞붙어 조언래(S-OIL)에 패한 정상은(삼성생명)과 역시 32강전에서 최강자 쉬신에 패한 서현덕(삼성생명) 외에 나머지 네 명의 선수들이 16강까지 살아남았는데, 그 선수들은 모두 세계 10위권 이내의 강자들에게 패하고 더 이상의 전진을 멈췄습니다. 정영식(KDB대우증권)은 쉬신에게, 김민석(KGC인삼공사)은 옵챠로프(독일)에게, 조언래는 왕하오에게, 그리고 강동수(KGC인삼공사)는 츄앙츠위엔(타이완)에게 각각 졌습니다. 하지만 세계 10위권의 선수들이 국제무대 탁구판도를 좌우하는 선수들이라면 그 바로 밑에서 추격을 벌이는 2위 그룹 맨 앞에 한국의 신진 선수들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죠. 아직 젊은 선수들이므로 좀 더 경험을 쌓고 자신감을 충전한다면 충분히 도전해볼만 하다는 다소 희망적인 결론도 가능하다는 겁니다.
 

▲ (안성호 기자) 이번 대회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강동수(KGC인삼공사).

  특히 수비형인 강동수가 64강전에서 싱가포르의 중국계 선수 잔지안(세계23위), 32강전에서는 중국의 신예 팡보(세계24위)를 이기는 등 맹활약을 펼치며 주세혁(삼성생명)의 뒤를 잇는 대형 수비수의 출현을 알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강동수가 이전까지 세계 300위권에 머물고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활약이었습니다. 다음 랭킹에서 큰 폭의 상승이 기대되는 강동수의 추후 행보를 관심 갖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자부는 남자부에 비해 성적과 관계없이 조금은 아쉬운 결과를 남겼는데요. 열두 명의 선수 중 본선 32강에는 일곱 명만이 진출했습니다. 그리고 16강까지 살아남은 선수는 석하정, 양하은(이상 대한항공), 서효원(한국마사회) 세 선수가 다였죠. 16강전에서는 양하은이 라이벌인 이시카와 카스미(일본, 세계9위)에게, 서효원은 이번 대회 우승자 류스원에게 패했습니다. 다만 석하정이 일본의 후쿠하라 아이(세계8위)를 꺾는 선전 끝에 8강에 올랐는데, 그동안 상대적인 약세를 보여왔던 후쿠하라를 이겼다는 점에서 석하정에게 이번 대회는 하나의 분기점이 될 만한 대회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8강전에서 류스원을 만나는 불운 끝에 패하긴 했지만 말입니다(류스원은 32강전에서 이긴 이은희(단양군청)까지 이번 대회 4강 이전까지 모두 한국 선수만 상대했습니다. 아주 짜증나네요...^^). 결과적으로 단식에서 한국은 남녀부 통틀어 석하정의 8강이 최고 성적이었던 셈입니다.
 

▲ (안성호 기자) 석하정(대한항공)은 후쿠하라 아이(일본)를 이기고 분기점을 마련했다. (자료사진)

 어쨌든 쿠웨이트오픈은 그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손에 쥔 건 별로 없지만 한국 선수들은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는 의지와 자신감만은 조심스럽게 가슴에 새겼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어질 다음의 도전무대는 20일부터 시작되는 카타르오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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