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동아시아 호프스 탁구선수권대회

  역시 한국 탁구는 수비형에 기대야 하는 걸까요?

  25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제22회 동아시아호프스 탁구선수권대회 개인전에서 천안용곡의 수비수 이승미가 여자단식 준우승에 올랐습니다. 예선 J그룹 1위로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한 이승미는 8강 진출전에서 쿠와바라 호노미(일본), 8강전에서 미나가와 유카(일본), 4강전에서 리카이카리사(홍콩)을 차례로 꺾은 뒤 결승전에 올랐습니다. 우승까지 기대되던 이승미는 그러나 결승전에서는 차이유친(타이완)에게 2대 3의 석패를 당하고 아깝게 준우승에 그쳤습니다.

  이승미는 본래 특급 수비 유망주로 유명한 선수죠. 날카로운 커트와 국면을 전환시키는 역습능력이 이미 또래의 호프스들을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국내무대에서도 같은 학교의 홍순수, 정은송 등과 함께 이미 4학년 무렵부터 용곡의 '무적질주'를 이끌어왔습니다. 수비형의 특성상 국내대회 개인전에서는 홍순수에 밀려 2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낯선 구질이 충분히 무기가 될 수 있는 국제대회에서 자신의 진가를 더 많이 발휘한 셈이죠. 결승전은 게임스코어 2대 2에서 마지막 게임에 촉진룰까지 적용된 대접전이었습니다. 마지막 포인트는 안타깝게도 상대에게 행운이 따른 네트볼로 결정되고 말았죠. 8대 11! 우승도 가능했던 승부였기에 아쉬움이 적지 않았습니다.

▲ (수원=안성호 기자) 이승미가 개인단식에서 아깝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실제로 타국에서 온 선수들은 대부분 이승미 특유의 여유 있는 수비플레이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결승 이전에도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일본의 에이스 미나가와 유카와 만난 8강전에서 이승미는 두 게임을 먼저 내주고 위기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이승미는 수비수 특유의 끈기를 발휘하며 끝내 경기를 뒤집는 저력까지 보여줬습니다. 내심 우승을 기대하며 왔을 일본은 그 경기로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에서도 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했죠. 고비를 넘은 이승미는 이어진 4강전을 쉽게 이겨냈습니다. 하지만 결승전을 앞두고 너무 긴장을 많이 한 걸까요? 어쩌면 한국 선수 중에서는 홀로 남아 경기장의 모든 성원을 이겨내기가 아직 어린 마음에 버거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록 결승전에서 다시 찾아온 고비를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그쳤지만 이번 대회가 이승미에게는 더없이 좋은 경험이 되었을 것입니다.

▲ (수원=안성호 기자) 백수진도 선전하며 개인단식 3위를 차지했다.

  이승미와 함께 백수진(논산중앙)도 선전했습니다. 역시 수비수인 백수진은 F조 1위로 결선에 올라 한국팀 동료 최해은(인천가좌), 일본의 나가사키 미유를 이기고 4강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백수진도 4강전에서 이번 대회 우승자 차이유친에게 풀게임 접전 끝에 아깝게 역전패했습니다. 우리의 희망이 된 두 명의 수비수가 모두 타이완의 한 선수에게 패한 셈이네요. 4강전에서 패했지만 백수진은 조금은 약해보였던 근성을 확연하게 보완하면서 이번 대회를 통해 한 단계 향상된 실력을 과시했다는 평가입니다. 차후에 펼쳐질 각종 대회에서 백수진의 활약에도 많은 관심이 모아질듯 합니다.

▲ (수원=안성호 기자) 전체적인 부진 속에서 남자는 두 명만 8강에 진입했다. 김완철의 경기모습.

  이승미와 백수진의 선전에 가려졌지만 우리 호프스 선수들의 개인전 활약은 사실 부진했습니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등에 업고 다른 나라의 두 배에 이르는 남녀 각 15명이 출전했지만 남자도 여자도 단 두 명씩만 8강에 올랐습니다. 단체전에서 부진했던 남자부는 개인전에서도 반전의 돌파구를 찾지 못했고 김완철(서울장충)과 김동연(대전봉산) 두 선수만 남았습니다. 그 두 선수 역시 8강전에서 각각 일본의 장지흐, 중국의 장티안에게 패하고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습니다. 한국 남자팀은 단체전에서도 4위에 그쳤었죠. 하필 우리 안방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입상권에 들지 못하는 좋지 못한 성적을 내고 말았습니다. 아직 갈 길 먼 초등부 호프스 선수들이므로 지나치게 성적에 집착할 필요는 없겠지만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관계 임원들 모두 이번 대회 결과를 놓고 다시 한 번 심기일전해서 출발선에 서야 할 것 같습니다. 빠른 시일내에 한 자리에 모여서 공청회라도 한 번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기네요.

   단체전을 우승하고 개인전에서도 2, 3위를 차지하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여자부 역시 공격수들이 모두 탈락하고 두 명의 수비수만 기대에 부응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분석과 대응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참, 여자부의 이승미와 함께 남자부 개인단식은 중국의 양잉하오가 차지했네요. 중국은 이 대회에 국가대표라기보다는 각 성 대표들이 돌아가면서 출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승입니다. 남자단체전에서 조금 부진했지만 탁구 세계 최강국의 진면목을 보여준 셈이라고 해두겠습니다.

▲ (수원=안성호 기자) 김동연도 남자단식 8강에 올랐다.

  24일, 25일 이틀동안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치러졌던 제22회 동아시아 호프스 탁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여자단체전 우승과 함께 여자단식 준우승, 3위를 기록하면서 모든 경기일정을 마감했습니다. 본지는 이번 대회의 더 많은 화보와 소식을 근간인 9월호에 게재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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