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위한 재창조

하나뿐인 지구. 이젠 누구에게나 너무나 익숙한 카피다. 한정된 환경의 지구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수는 꾸준히 늘고 있고, 사람들의 생존과 탐욕을 위한 산업화 역시 계속해서 현재진행형이다. 문제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쓰레기의 발생량도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한번쯤 생각해보자. 지금 버리려는 이 물건, 정말 쓰레기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리사이클링 vs 업사이클링

최근에는 버려지는 물건들을 재활용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그러나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재활용, 즉 리사이클링(re-cycling)은 재활용되는 물건을 원래의 소재로 다시 전환하는 것이다. 폐지를 모아 재생지나 휴지의 재료로 쓰거나, 빈 깡통을 고철이란 소재로 다시 환원시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위해 재활용품을 소재별로 분리수거하는 일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재활용은 그것이 말 그대로 원래의 소재로 다시 환원시킬 수 있는 물건들에 한한다는 단점이 있다. 발생하는 쓰레기의 종류는 엄청나게 많은 데 비해 그중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품목은 한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에 따라 최근에는 ‘업사이클링(up-cycling, 새활용)’이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사이클링이란 버려지는 물건들에 창의력과 디자인을 더해 완전히 새롭고도 높은 가치를 가진 물건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타이어의 경우, 그 소재만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타이어 자체를 가방이나, 신발, 가구 등의 새로운 물건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프라이탁, 업사이클링의 선두주자

프라이탁 가방과 취리히의 매장

업사이클링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스위스의 업사이클링 브랜드인 프라이탁(FREITAG, www.freitag.ch)이다. 1993년도에 프라이탁 형제에 의해 만들어진 이 회사는 자전거를 많이 사용하는 취리히에서 가방 속의 물건이 비에 젖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하던 중에 고속도로를 달리는 트럭의 방수 덮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메신저 백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낡아 버려지는 트럭의 방수 덮개를 이용해 만든 그들의 첫 메신저 백을 본 사람들에게 수많은 제작요청을 받게 되었고 결국에는 지금의 회사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알록달록한 방수덮개의 패턴들이 만들어내는 화려한 색감에 완벽 방수 기능까지 갖춘 프라이탁의 제품은 철저하게 리사이클이란 아이덴티티 안에서 만들어진다. 먼저 트럭 회사들의 도움으로 얻은 방수천을 해체하여 모아둔 빗물로 세척하고 원하는 패턴대로 잘라 낡은 자전거 타이어로 마감하고 폐차되는 자동차의 안전띠로 가방끈을 만들어 완성한다.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가방들은 유일무이한 패턴을 가진 가방으로서 희소성까지 갖추게 되면서 인기를 끌게 되었다. 프라이탁 가방이 판매되는 취리히의 매장도 17개의 컨테이너를 쌓아올려 만든 것으로 유명한데 그 매장 안의 상품 진열대와 의자들도 업사이클링을 깊이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인간과 지구를 보호함으로써 선한 이윤을 얻는다’라는 프라이탁의 기업 철학은 1년간 30만 개의 가방을 만들면서 방수덮개 20톤, 자전거 타이어 7만 5천 개, 안전띠 2만 5천 개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대세가 된 업사이클링 기업들

업사이클링은 환경을 위하는 마인드와 아이디어가 결합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는 기대보다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인도솔(www.indosole.com)은 타이어를 이용해 신발을 만드는 회사다. 인도네시아 최고의 교통수단인 모터사이클의 폐타이어를 수거하고 세척하여 신발의 밑창으로 활용한다. 그저 신발로 변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발리의 장인들이 수작업을 통해 화려한 색깔과 디자인을 입힌 기능성 신발로 변신시키는 것이다. 타이어의 변신을 꾀하는 또 다른 회사 사이클러스(www.cyclus.com.co)는 가방을 만드는 곳이다. 타이어로 만드는 가방이라니, 상상도 가지 않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든다. 여성용 핸드백에서부터 백 팩, 휴대폰 파우치까지, 도대체 타이어로 만들지 못하는 물건이 있기는 할지 눈을 의심할 정도다. 이뿐만 아니다. 버려지는 스케이트보드의 낡은 판자로 일렉트릭 기타를 만드는 회사, 베트남 전쟁 당시 국경이 인접해있던 라오스에 던져진 폭탄의 알루미늄으로 액세서리를 만드는 회사, 오래된 티셔츠로 러그와 카펫을 만드는 회사, 버려지는 현수막으로 에코 백을 만드는 회사, 그리고 수명이 다한 항공기로 가구를 만드는 회사까지 업사이클링의 영역은 끝이 없다. 하지만 이런 회사들의 공통적인 마인드는 ‘환경’과 ‘인간’이다. 하나뿐인 지구, 그리고 그 속의 인간들이 해야 하는 최소한의 지구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항공기 폐자제로 만든 가구
인도솔의 타이어 신발

 

우리가 할 수 있는 업사이클링

어떤 이들에게는 업사이클링이 매우 생소한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그동안 업사이클링과 꽤 가깝게 살아왔다. 와인 코르크를 모아 냄비 받침을 만든다든가, CD 케이스에 사진을 넣어 액자를 만든다든가, 이가 빠진 커피잔에 작은 선인장을 심는다든가, 빈 페트병에 모래나 물을 채워 넣어 아령을 만든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업사이클링은 어렵지 않다. 그러니 한번 도전해보자. 쓰레기통에 물건을 던지기 전에 내 아이디어가 이것을 어떻게 변신 시킬 수 있을지 상상해보자. 당신의 아이디어가 온갖 쓰레기로 뒤덮여 가고 있는 지구를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사이클러스의 타이어 가방과 기타로 변신한 스케이트 보드

 

글_서미순 (월간탁구 2012년 7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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