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 성적 유지했지만 보다 냉철한 평가, 분석 따라야

일본의 어린 선수들에게 밀린 여자부
  여자부는 그야말로 치열한 한일대결이었습니다. 일본의 카데트 선수들에게 주니어 단체전을 내준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 한국 선수들은 개인전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선수들은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주니어 코리아오픈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한일 라이벌전 같은 양상이었습니다.

▲ (대전=안성호 기자) 여자 주니어복식 우승 이다솜(단원고)-정유미(단원고).

  일본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은 여자카데트 복식을 빼고 주니어단식, 복식 카데트 단식은 준결승전의 대부분이 한일전으로 치러졌습니다. 먼저 열린 주니어복식에서는 한국의 두 조가 일본의 두 조를 모두 이겼지만 정말이지 쉽지 않은 승부였습니다. 두 경기 모두 풀게임 접전에다 듀스에 듀스를 거듭한 끝에 힘겹게 얻어낸 승리였습니다. 단원고의 쌍두마차인 이다솜-정유미 조가 이시카와 리라-모리타 아야네 조를, 지은채(명지고)-김별님(상서고) 조가 주니어단체전 우승멤버들인 가토 미유-하마모토 유이 조를 각각 이겼습니다.

▲ (대전=안성호 기자) 여자 카데트복식 우승 윤효빈(안양여중)-강가윤(문산수억중).

  한국 선수들끼리 결승을 치른 여자복식에서는 결국 이다솜-정유미 조가 3대 1의 승리를 거두고 정상에 올랐습니다. 일본이 출전하지 않으면서 처음부터 한국의 독주가 예상됐던 여자 카데트 복식에서는 윤효빈(안양여중)-강가윤(문산수억중) 조가 호수돈여중의 구교진-심현주 조를 결승에서 이기고 우승했습니다. 스코어는 역시 3대 1이었습니다.

▲ (대전=안성호 기자) 여자 카데트단식 우승 히라노 미우(일본).

  문제는 단식이었습니다. 한일전으로 치러진 준결승전 세 경기를 모두 한국이 패했습니다. 주니어단식 4강전에서는 가토 미유에게 이시온(문산여고)이, 하마모토 유이에게 김지선(이일여고)이 각각 0대 4, 3대 4로 패하고 일본 선수들끼리의 결승전을 성사시켜주고 말았습니다. 수비수 김지선은 1대 3까지 밀리던 게임을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풀게임 접전을 펼쳤지만 아쉽게도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습니다. 일본의 두 선수는 한국으로 치면 아직 중학생 나이인데도 노련한 경기운영이 돋보였습니다. 학제에 얽매여 상위 무대에서의 경기경험을 스스로 제한하는 경향이 없지 않은 한국의 육성시스템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일찍부터 각종 성인 국제무대를 돌아다닌 히라노 미우가 우승한 여자 카데트 단식도 그렇게 볼 때 눈 여겨 볼 만했습니다. 준결승전에서 한국의 수비수 최예린(논산여중), 결승전에서는 공격수 강가윤(문산수억중)이 각각 막아서봤지만 끝내 둘 다 패했어요. 0대 3, 2대 3! 결승전에서 두 게임을 먼저 내준 강가윤이 방심한 상대에게 적극적인 공격을 퍼부으며 두 게임을 따라붙었지만 반전에는 끝내 실패했습니다. 비록 패했지만 복식 우승에 이어 단식에서도 쉽지 않은 상대와 맞서 접전을 벌인 강가윤에게도 이번 대회는 오래 기억에 남는 대회가 될 것 같습니다. '한 단계' 올라서는 계기가 되길 바라봅니다.

  2천년생으로 열세 살에 불과한 히라노는 주니어단체전에서도 주전으로 뛰었었죠. 한국 주니어 선수들과 맞선 결승전에서 2점을 뽑아내며 우승을 이끌었던 주인공입니다. 국제탁구연맹 월드투어 슈퍼시리즈였던 쿠웨이트오픈과 카타르오픈, 그리고 코리아오픈에서도 일본 국가대표로 뛰었습니다. 유망한 선수에게는 일찍부터 다양한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일본 탁구의 현재입니다.

▲ (대전=안성호 기자) 여자 주니어단식 우승 하마모토 유이(일본).

  참, 여자 주니어단식은 결국 하마모토 유이가 우승했습니다. 결승전에서 복식짝이기도 했던 가토 미유와 풀게임접전을 벌인 끝에 4대 3의 승리를 거뒀습니다. 장신의 하마모토는 카데트 연령대인 14세지만 18세 이하 세계랭킹에서도 상위권에 올라있는, 처음부터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한 명이었습니다. 중국 탁구선수 출신 엄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조금 특이한 내력을 갖고 있기도 하죠. 하나 더 특기할 것은 이 선수가 지난해 코리아 주니어오픈 여자 카데트단식 우승자였다는 겁니다. 2년 사이에 카데트와 주니어를 모두 석권한 거죠. 단체전도 2연패했으니 매년 우승컵만 두 개씩을 기본으로 가져간 셈이네요. 이번 대회 카데트단식 우승자로 주니어단체전과 함께 역시 2관왕에 오른 히라노가 내년에 또 출전한다면 기록을 놓고 경기를 지켜봐도 흥미로울 것 같네요. 한국은 주니어와 카데트 모두 복식에서 우승했지만 자신들이 힘을 기울인 종목에서는 모두 우승한 일본에 결과적으로는 밀린 형국입니다.

남자부, 애초 예상대로 전 종목 석권
  남자부는 상대적으로 한국 선수들의 성적이 좋았습니다. 작년 재작년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는데 실패했었던 주니어단식에서는 한국의 김민혁(창원남산고)과 임종훈(대전동산고)이 동반으로 결승에 오른 끝에 김민혁이 4대 3의 신승을 거두고 우승했습니다. 작년 주니어단식 우승국이었던 타이완이 랴오쳉팅을 내세워 수성을 노렸지만 준우승자 임종훈이 4강에서 결승진출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김민혁은 준결승전에서는 박정우(중원고)를 이겼습니다.

▲ (대전=안성호 기자) 남자 주니어단식 우승 김민혁(창원남산고).

  카데트단식도 거의 비슷한 양상이었습니다. 한국의 세 선수와 타이완의 한 선수가 4강을 이뤘는데 결국 결승에서는 한국 선수들끼리 대전했습니다. 황민하(내동중)가 타이완의 후앙치엔투를 4강에서 잡은 뒤, 팀 선배 조승민(대전동산중)을 이기고 올라온 김대우(대전동산중)까지 이겨서 우승했습니다. 결승전 게임스코어는 3대 2, 역시 풀게임 접전의 치열한 승부였네요. 주니어의 임종훈과 카데트의 김대우는 둘 다 대전동산의 연계체제에 속해있는 선수들이죠. 홈그라운드에서 우승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놓쳤습니다.

  황민하에게는 아마도 파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의 경험이 큰 힘이 되고 있을 것입니다. 앞에서도 적었지만 이번 대회가 우리 선수육성 시스템을 개선하는 좋은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다시 해봅니다. 출전에 특별한 제한이 없는 이런 대회에 굳이 카데트나 주니어 해당 선수들만 고집할 게 아니라 호프스의 유망주들도 출전시켜서 미리 경험을 쌓아보게 하는 것은 어땠을까요? 연맹간의 조율이 문제겠지만 보다 넓은 시각에서 큰 틀의 합의를 이뤄가는 모습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홈에서 우리가 주관하는 대회를 너무 이용하지 못하는 것도 아쉽고요. 중학생으로는 쉽지 않은 성인 무대에서의 경험을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많은 탁구인들의 생각입니다.

▲ (대전=안성호 기자) 남자 카데트단식 우승 황민하(내동중).

  남자복식도 모두 한국의 우승으로 끝났습니다. 주니어부에서는 장우진(성수고)-박찬혁(동인천고) 조가 브라질의 휴고-빅토르 조를 결승전에서 3대 0으로 이겼습니다. 작년에도 복식에서 우승을 일궈냈던 장우진과 박찬혁은 코리아 주니어오픈 주니어 남자복식에서 2연패를 달성했군요. 카데트부에서는 조승민-이장목 조(대전동산중)가 한유빈(청운중)-황민하(내동중) 조를 3대 1로 이겼습니다. 남자는 이번 대회 모든 종목을 한국이 우승했습니다. 뚜렷한 적수가 없었던 상황에서 애초의 예상이 빗나가지 않은 결과입니다.

▲(대전=안성호 기자) 남자 주니어복식 우승 박찬혁(동인천고)-장우진(성수고). 2연패!

  이로써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단체전에서 셋, 개인전에서 여섯 등 모두 아홉 개의 우승을 수확했습니다. 여자 주니어부 단체전과 단식, 카데트 단식은 일본 선수들이 가져갔습니다. 우승의 숫자를 기준으로 성적은 예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각 종목 현황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분석은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대전=안성호 기자) 남자 카데트복식 우승 조승민(대전동산중)-이장목(대전동산중).

  무더위와도 힘든 싸움을 벌였던 2013 코리아 주니어오픈 국제탁구대회는 왠지 모를 여운과 함께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월간탁구는 이번 대회의 보다 자세한 결과와 선수들의 경기모습을 담은 화보를 근간인 9월호에 게재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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