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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탄식! 사직체육관을 물들였던 각양각색 TOP 10제21회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결산
한인수 기자  |  woltak@wolta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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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7.20  16: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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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안성호 기자) 파트너 이상수와 함께 감동 세리머니를 펼치는 박영숙.

1. 혼복 ‘금’ 박영숙의 애틋했던 ‘사부곡’

지난 파리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리스트 박영숙(KRA한국마사회)은 파트너 이상수(삼성새명)와의 멋진 호흡으로 이번 대회 혼합복식에서 끝내 정상에 섰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박영숙은 품속의 아버지 사진을 꺼내 입을 맞춘 뒤 하늘로 치켜들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향한 애틋한 ‘사부곡’ 세리머니였다. “생전에 경기장을 오고 싶어 하셨는데 부담 때문에 자주 못 오시게 했던 것이 한”이라는 박영숙은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아버지께 바쳤다. 경기를 지켜본 모든 이들을 울린 박영숙은 이번 대회 비중국권 선수들을 대상으로 뽑은 ‘MVP'에도 선정돼 기쁨을 더했다.

   
▲ (부산=안성호 기자) 중국벤치의 강력한 위압감!

2. 관중 응원에 대처하는 중국의 자세

응원은 선수를 위축시키기도 하고 날개를 달아주기도 한다. 적진에서의 단체전 때 선수들이 느끼는 중압감이라면 말할 나위도 없다. 세계 최강 중국은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원정 부담을 이겨낸다. 한국과 접전을 펼쳤던 남자단체 준결승전. 한국 관중의 성원이 이어지자 랠리가 끝날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서는 중국벤치. 관중 함성이 잦아들 때까지 절대 앉지 않고 계속 박수를 친다. 응원 소리가 잠잠해진 후에도 오랫동안 마치 기계처럼 끊임없는 박수다. 세계적인 스타 출신 류궈량 감독이 여유 있는 표정으로 두 손을 모을 때마다 코트 안 중국 선수들은 이내 최강의 자부심을 찾는다. 한국벤치 역시 같은 방법으로 맞대응해봤지만 중국의 끈기를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먼저 자리에 앉았다. 경기에서의 승리도 결국 중국 몫이었다.

   
▲ (부산=안성호 기자) 마침내 뤼시웬이 챔피언이 됐다.

3. 뤼시웬, 승리의 ‘V' 대신 챔피언의 ’1‘로!

세계정상급 기량을 보유하고도 이렇다 할 타이틀을 따내지 못했던 뤼시웬은 독특한 버릇이 하나 있었다. 스윙 때마다 반동의 힘을 제공하는 프리핸드의 손가락을 두 개 펴는 것이 그것이었다. 두 손가락은 승리의 ‘V' 대신 늘 2등으로 향했다. 숱하게 올랐던 결승전에서 1등이 되는데 실패했다. 그랬던 뤼시웬이 버릇을 고치고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손가락을 하나로 줄여서 하늘을 찔렀다. 결과는? 우승이었다. 마침내 무관(無冠)을 넘어 챔피언이 됐다.

   
▲ (부산=안성호 기자) 탁구신동 신유빈 양과 이상수 선수.

4. 탁구신동의 매서운 솜씨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는 탁구꿈나무들이 사직체육관에서 특별한 추억을 쌓았다. 부산 영도초등학교 1학년 이호윤과 경기도 군포 화산초등학교 3학년 신유빈이 남자대표팀의 꽃미남 정영식(KDB대우증권), 이번 대회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 이상수(삼성생명)와 함께 수많은 관중 앞에서 시범경기를 펼친 것. 6일 오후 진행된 이 특별한 이벤트는 각국 대표선수들의 치열한 승부에 빠져 있던 관중에게 한국탁구의 밝은 미래를 확인시켜 줌으로써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탁구신동’으로 유명한 신유빈은 매서운 공격솜씨를 선보이며 가벼운 마음으로 무대에 나온 이상수를 당황시키기도 했다.

   
▲ (부산=안성호 기자) 정영식을 격려하는 오상은과 유승민.

5. 세대교체 응원하는 현역 대표 선배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국가대표선수들 외에도 관중의 시선을 잡아끈 또 다른 의미에서의 ‘대표선수들’이 있었다. 바로 오상은(KDB대우증권, 37)과 유승민(삼성생명/옥센하우젠 임대, 32)이다. 개막 첫날부터 매일 체육관을 방문해 후배들을 독려한 두 사람은 당장의 성적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현재의 주전들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기다려줄 줄 아는 지혜를 당부했다. 아직도 현역에서 뛰고 있는 선배들의 진심 어린 응원을 받은 남자대표팀 선수들은 선전 끝에 단체전 3위에 오르며 기대에 부응했다.

   
▲ (부산=안성호 기자) 헉! 안 들린다! 안 들려!!

6. 유남규 감독, 아직도 한창? 난감했던 우승 세리머니!

박영숙-이상수 조가 혼합복식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벤치에 있던 유남규 감독은 벌떡 일어나서 선수들을 기다렸다. 선수들과 함께 우승 기쁨을 나누고 싶었다. 선수들이 걸어서 오자 급기야는 빨리 오라는 은밀한 손짓까지 보냈다. 유 감독의 눈치를 알아차린 선수들이 벤치를 향해 달려왔다. 그 순간 사고가 났다. 유 감독은 양 손에 한 선수씩을 안아서 동시에 번쩍! 들어 올리지 못했다. 결국 어정쩡하게 마무리된 우승 세리머니 후 유 감독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난 두 선수 다 한 번에 들 수 있을 줄 알았다. 아직도 한창인 줄 알았다!”

   
▲ (부산=안성호 기자) 올가 킴의 투지 넘치는 경기모습.

7. 고려인 3세 올가 킴의 태연한 자신감

우즈베키스탄의 한국계 선수 올가 킴이 한국을 상대로 이변을 일으켰다. 할아버지-할머니가 우즈벡으로 이주한 뒤 아버지와 카자흐스탄 태생 엄마 사이에서 난 올가 킴은 서현덕(삼성생명)-석하정(대한항공) 조를 만난 혼합복식 32강전에서 맹활약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고려인 3세로 한국에서의 전지훈련 경험도 있는 것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인터뷰 때 한국 문화 마니아라고 자신을 소개한 올가 킴은 대회 목표를 묻는 질문에 태연히 “우승”이라고 답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단식에서 다시 만난 석하정에게 패했지만 아직 어린 올가 킴(19세)의 기술력과 자신감은 탁구변방 우즈벡을 변화시킬 수도 있겠다는 호평을 받았다.

   
▲ (부산=안성호 기자) 양하은에게 승리한 인도의 다스 앤키타.

8. 제3세계 국가들의 선전

태국, 인도, 우즈베키스탄, 이란 등등 제3세계 선수들이 한국, 일본, 홍콩 등등 탁구강국 선수들을 괴롭혔다. 특히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의 혼복조에게 서현덕-석하정 조가 역전패하고, 여자단식에서도 차세대 에이스로 꼽히던 양하은(대한항공)이 무명에 가까운 인도 선수 다스 앤키타(세계268위)에게 무너지는 등 탁구변방들의 반란에 톡톡한 희생양이 됐다. 남자단식 32강전에서 상위랭커지만 알라미얀 노사드(세계47위)에게 패하는 김동현(세계164위)의 모습도 상대 국가가 이란이라는 점에서 한국팬들에게는 낯선 모습으로 비쳐졌다. 최강 중국은 물론 일본, 홍콩, 싱가포르, 타이완 등등 라이벌 국가들과도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한 수 아래로 여겨왔던 나라들의 도전도 신중하게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 (부산=안성호 기자) 경기가 열린 부산 사직실내체육관.

9. 경기장을 수놓은 K-POP! 점차 늘어난 관중!

K-POP이 관중과 선수들을 춤추게 했다. 주최측은 싸이, 소녀시대, 아이유 등등 전 세계를 휩쓴 한국 가수들의 히트곡을 다양하게 준비해 경기 사이사이에 내보냈다. 특히 한국의 주요 경기를 앞두고는 ‘오! 필승 코리아’를 비롯한 다양한 응원가로 힘을 북돋는 센스도 발휘했다. 오랜 관전에 지친 관중은 물론 다수의 외국 선수들까지 따라서 흥얼거리는 것이 자주 눈에 띄면서 K-POP의 인기를 실감케 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평일이던 초반에는 좀 썰렁했지만 종반을 향할수록 들어차기 시작한 관중석도 점차 열기를 뿜었다. 마지막 날인 7일은 마침 일요일이어서 관중석 1층이 빼곡하게 들어차 성공적 마무리를 도왔다. 주최측은 결승전 직전 동호인과 국가대표선수들의 ‘우정대결’ 이벤트를 마련하며 성원에 보답했다.

   
▲ (부산=안성호 기자) 남자복식에서 우승한 얀안-저우위 조의 경기모습.

10. 혼복 빼고 모두 우승! 무섭고도 부러운 ‘탁구장성’

이번 대회도 결국은 중국 잔치가 됐다. 한국이 혼합복식 우승으로 들떠있는 사이 중국은 남녀단체전과 남녀단식, 남녀복식을 모두 휩쓸었다. 여자단식은 4강을 모두 싹쓸이했고, 남자단식도 4강 중 일본의 마츠다이라 켄타가 오른 3위 하나를 빼고 세 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각국 당 두 조씩만 출전한 남녀복식도 결승에서는 결국 중국 조들끼리의 대결이 됐다. 출전한 두 조 모두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 여자 4강에 올랐던 박영숙-양하은 조 역시 참 높고도 두터운 ‘탁구장성’ 앞에서 주저앉았다. 이상수-박영숙 조의 혼합복식이 없었다면 다시 한 번 중국의 전 종목 석권으로 남을 뻔 했던 제21회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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