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풍요로운 세상에서 현명하게 살기

21세기의 우리는 과거에 비해 무척이나 풍족한 물질적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 때로는 그 풍족함이 넘치다 못해 지나치다고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과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過猶不及)’는 공자의 말처럼 그 넘치는 풍족함이 이제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먹거리가 넘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2월의 식량 가격지수가 179.1포인트라며 전 달에 비해 1%(1.8포인트)가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곡물, 육류, 설탕 등의 가격으로 인해 식량 가격지수가 2010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식량 가격 하락이 곧 더 많은 사람이 풍족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의 식량을 사들일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넘치는 식량으로부터 멀어져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이들의 식량 자급 능력 부족의 원인으로 점점 대량화되어가는 식량 생산방식을 꼽고 있다. 자신들의 농토에서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땅을 차지해버린 선진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그들이 원하는 경작물을 대량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식량 자급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구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1/3은 축산 동물의 먹이로 사용된다. 그러나 더 많은 소, 돼지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인간은 굶어도 축산 동물은 굶길 수가 없다. 쇠고기 1㎏을 위해서 9㎏의 곡물을, 돼지고기 1㎏을 위해서는 6㎏ 이상의 곡물을 먹이로 소모해야만 하지만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드물다. 식사를 한 후, 음식이 남아 버려져도 마찬가지다. 음식을 남겨도 자신은 남긴 음식에 대해서도 돈을 지급했으므로 다른 이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버려지는 식량이 많아질수록 식량값은 조금씩 오르게 된다. 버려지는 식량들 역시 소비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데다가 소비량이 많아지면 가격 상승은 당연한 순서인 것이다. 그리고 상승한 식량 가격은 이를 사들이기 힘든 저소득층 사람들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의 과소비적 식습관은 간접적으로 전 세계 기아 발생을 돕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TV에서는 연일 맛집을 소개하고 더욱 비싸고 맛있는 음식재료를 이용한 새로운 요리법을 선보인다. 웬만한 것들은 다 먹어본 사람들에게 새로운 맛집, 처음 보는 요리, 비싼 음식재료는 신선한 자극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식욕만을 자극하는 푸드포르노와 같은 매스컴에서 눈을 떼고 우리가 먹는 ‘음식’이 갖는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세제, 얼마나 쓰세요?

몇 해 전부터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는 각종 세제 속의 계면활성제 성분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계속되어 왔다. 계면활성제는 종류도 많고 식품, 화장품, 약, 세제 등 그 사용 범위도 매우 넓은 화학물질로서 성분이 다른 두 개의 물질을 혼합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물과 기름 성분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물질로 잘 섞이게끔 도와주는 것이다. 그러나 계면활성제는 피부를 건조하게 하여 아토피를 유발하거나 피부보호막을 파괴하여 가려움과 피부염을 발생시킨다. 특히 목욕이나 세탁 후 계면활성제 성분이 피부, 모발, 섬유 등에 남아있을 경우에는 문제를 일으키기 쉽다. 또한, 계면활성제는 자연 상태에서는 완전히 분해되지 않아 수질 오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를 피하기 위해 아예 세제 사용을 포기하거나 피해가 적은 천연계면활성제가 들어가 있는 세제를 찾아 쓰는 사람들도 늘고 있지만 소듐라우릴설페이트,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 소듐자일렌설포네이트, 코카미도프로필베타인 등 다양한 이름으로 표기되는 계면활성제를 피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최근 새롭게 등장한 노푸(nopoo)족처럼 샴푸 없이 머리를 감는다거나 가루, 식초, 베이킹소다 등으로 만든 천연 세제만을 사용하기에는 수고로움이 너무 크다. 

 

계면활성제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가장 편리한 방법은 세제 사용 후 충분히 물로 헹구어 계면활성제 성분을 깨끗이 없애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세제를 과다하게 사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라면을 가장 맛있게 끓이는 비법은 봉지에 적힌 방법대로 끓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알맞은 세제 사용량을 확인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세탁기를 돌릴 때 권장하는 양보다 많은 양의 세제를 넣을 경우, 빨래가 더 깨끗해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물에 세제가 용해되지 못해 세탁물이나 세탁기 안에 그대로 쌓이게 된다. 설거지를 하거나 머리를 감거나 양치질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과다한 세제 사용은 물 사용량을 늘리는 것은 물론 세척 후에도 세제 성분이 남아 있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많은 양의 세제를 사용하는 것이 더욱 더 깨끗해지는 데에 도움을 준다는 생각은 말 그대로 착각일 뿐이다.


정보, 얼마나 필요한가?

인류의 미래를 걱정했던 두 명의 작가, 조지 오웰과 올더스 헉슬리는 상반된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조지 오웰은 미래에는 정보를 차단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진실이 감춰질 것을 우려했지만, 올더스 헉슬리는 오히려 대중에게 너무 많은 정보가 주어져 진실이 무의미한 소식들에 파묻히게 될 것을 두려워했다. 

 

사람들은 이 두 사람 중에서도 헉슬리의 예언이 현실과 좀 더 가깝다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가 TV,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통해 제공받는 뉴스와 정보는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그중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정보는 어떤 것인가에 대한 성찰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내가 관심 있고, 알고 싶고, 꼭 알아야 할 정보를 찾아본다기보다, 미디어와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정보들을 무작위로 접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보의 바다’라는 낙관적인 용어를 뒤로하고 ‘정보 쓰레기’라는 부정적인 용어가 등장했다. 우리에게 제공되는 정보들이 우리의 시간을 갉아먹고 에너지를 소진시킬 뿐만 아니라 보다 가치 있는 일에 관심을 두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너무 많은 정보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에도 장애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운동화 한 켤레를 사기 위해 여러 개의 인터넷 쇼핑몰을 방문하고, 제품의 차이를 찾아보고, 다른 사람들의 사용기까지 살펴보게 된다. 그러고도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예 인터넷에 사들이고 싶은 물건의 종류들을 나열해놓고 어떤 제품이 더 괜찮아 보이는지 댓글로 선택해달라는 글을 쓸 정도다. 

무심결에 인터넷에 접속하고, 자극적인 제목에 이끌려 뉴스를 클릭하고, 무의미한 단어들의 나열에 자신을 버려두는 동안 우리가 정작 알아야 할 중요한 일들은 그 뒤로 파묻혀 버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넘쳐나는 정보 쓰레기를 걷어내고 내게 꼭 필요한 정보를 단호하게 선택할 수 있는 현명한 태도가 필요하다. 

<월간탁구 2015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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