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해장을 돕는 음식

12월은 해가 바뀌는 것을 핑계 삼아 한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잦아지는 시기다. 문제는 그 만남이라는 것이 언제나 술자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몇 해 전부터 기업체의 송년회는 뮤지컬이나 콘서트 관람 등의 문화 체험으로 대신하는 일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송년회의 주인공은 ‘술’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제는 회사 팀원들과, 오늘은 고등학교 동창들과, 내일은 거래처 직원들과 마셔야 하는 술! 그래도 나만의 특급 해장 음식만 있다면 충분한 위로가 되지 않겠는가.

 

얼큰한 국물 음식으로 화끈하게!!!

해장용으로 우리나라 사람에게 가장 사랑받는 것은 역시 각종 국물 음식이다. 밤새도록 술집들이 영업하는 것처럼 해장국을 파는 음식점 역시 24시간 영업하는 곳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다. 폭폭한 감자와 돼지 등뼈가 푸짐하게 담겨 있는 얼큰한 뼈 해장국, 살집 두툼한 북어와 납작하게 썬 무를 투명할 때까지 끓인 북엇국, 부드러운 달걀 하나를 톡 터트려 넣은 시원한 콩나물국밥, 들깻가루와 고추 기름을 곁들여 먹으면 더욱 맛있는 선지해장국, 과감하게 숭덩숭덩 자른 전통 순대가 가득 담긴 순댓국 등 종류도 많으므로 개인의 식성에 맞춰 골라 먹기도 좋다.

하지만 이런 전통적인 해장국이 아니더라도 뜨끈한 국물이라면 무조건 해장 메뉴로 환영받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인스턴트 라면은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자주 먹게 되는 음식이다. 잦은 술자리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라면은 절대 떨어져서는 안 되는 생활필수품으로 꼽힐 정도다. 전화 한 통이면 짠하고 나타나는 얼큰한 짬뽕 한 그릇도 술꾼들에겐 최고의 해장 음식이다. 최근엔 베트남 쌀국수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해장 음식으로 환영받고 있다. 쇠고기나 닭고기로 육수를 내어 해장에 좋은 숙주를 푸짐하게 넣고 얇은 쌀국수를 말아 먹는 베트남 쌀국수는 맵지 않은 국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안성맞춤이다.

 

정말일까? >>  국물 요리는 실제로 해장에 꽤 도움을 주는 음식이다. 뜨거운 해장국 한 뚝배기를 비우면서 흘리는 땀을 통해 체내에 남아있는 알코올 성분을 배출하기도 한다. 특히 콩나물은 단백질, 칼슘, 칼륨 등이 풍부하며 알코올 분해에 효과적인 아스파라긴산이 들어있어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최고의 해장 식품이다. 간을 보호하고 피로를 푸는 데 도움을 주는 북엇국도 해장 음식으로 매우 추천할만하다. 그러나 라면이나 짬뽕과 같이 맵고 짠 국물 음식은 음주로 손상된 위에 자극을 더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느끼한 고칼로리 음식으로 든든하게!!!

과음한 다음날엔 메슥거림과 속 쓰림이 온종일 따라붙는다. 그런 속을 다스리기 위해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 음식을 찾아 먹기도 하지만 먹고 돌아서면 이상하게 배부른 느낌은 없고 속이 허하기만 하다. 사람에 따라서는 음주 후 속 쓰림보다 허기가 더 괴롭다고 호소할 정도다. 이런 사람들이 손꼽는 최고의 해장 음식은 뜻밖에도 피자나 파스타와 같은 느끼한 음식들이다. 기름지고 느끼한 음식을 먹으면 음주 후 허기에 시달리는 뱃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피자나 햄버거가 해장 음식으로 꽤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늦게까지 영업을 하는 미국 햄버거 가게의 자정 무렵에는 술을 마신 사람들이 해장하기 위해 햄버거를 사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이런 기름지고 느끼한 음식들로 해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전문 음식점에서도 발 빠르게 ‘해장 파스타’, ‘해장 피자’와 같은 메뉴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특히 파스타의 소스를 넉넉하게 만들어 국물을 떠먹을 수 있도록 하거나 피자 토핑으로 볶은 김치를 넣어 느끼함을 감소시키는 등 한국인의 취향과 입맛을 고려한 조리법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정말일까? >>  느끼한 음식들이 그저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것으로 그치는 것만은 아니다. 피자나 파스타를 만들 때 쓰이는 토마토의 리코펜 성분은 알코올 분해 시 생기는 독성물질을 배출하는 역할을 하여 숙취 해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치즈의 메티오닌 성분 역시 알코올로 인한 자극을 감소시키고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실제로 해장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기름진 음식은 위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알코올로 위장 기능이 떨어져 있는 음주 후에 먹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다양한 음료로 시원하게!!!

술 마신 다음 날엔 극심한 갈증으로 고생하는 일이 많다. 음주로 맑지 않은 정신에 갈증까지 더해지면 여기가 집인지 술집인지 그도 아니면 지옥인지 구별도 되지 않는 느낌이다. 그래서 겨우 정신을 차리고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냉장고에서 갈증을 해소할 만큼 넉넉한 양의 물이 발견되지 않을 때의 좌절감은 생각 외로 크다.

음주 후 갈증이 이는 것은 알코올이 그 자체만으로도 이뇨작용을 일으키는 데다가 알코올 분해를 위해서도 많은 수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수분 섭취야말로 알코올 분해를 촉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손꼽는다. 아무것도 넣지 않은 생수도 좋지만, 알칼리성인 소금을 조금 타서 먹으면 위장에 남아있는 산성의 알코올을 중화시켜주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이다. 더불어 각종 전해질이 풍부한 스포츠이온 음료도 숙취 해소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 그러나 해장계의 고조 할아버지격인 꿀물이야말로 음주 후에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알코올 제거에 탁월한 능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음주로 인한 저혈당 증상을 개선하고 자극된 위장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과음이 잦은 우리나라에서는 숙취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각종 숙취 해소, 갈증 해소 음료들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실제로 이런 음료들은 해장에 큰 도움을 주긴 하지만 ‘숙취 해소’라는 목표에 특화되어있는 음료보다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음료를 선택해 마시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오전에 진한 커피를 몇 잔 마시는 것만으로도 전날 마신 술이 해장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편의점에 진열된 다양한 색깔의 과일 주스와 틴산 음료 등을 마시면서 정신이 맑아지고 개운한 느낌이 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음주 다음날 가볍게 술을 몇잔 마시면 오히려 술이 깬다며 ‘해장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숙취로 인한 불쾌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일시적으로 마취를 시키는 것뿐이므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말일까? >>  음주 후 수분을 제대로 보충해주지 않으면 탈수가 일어나거나 전해질 불균형으로 숙취 해소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러나 카페인 성분은 이뇨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커피나 차는 마시지 않는 편이 좋다. 커피를 마시고 두통이 완화되고 숙취가 해소되는 느낌이 드는 것은 카페인이 순간적으로 정신을 맑게 해주기 때문일 뿐이다. 또한, 비타민을 보충해 주는 것도 좋으므로 과일 주스를 마시는 것은 괜찮지만 탄산음료는 위산 분비를 촉진하고 탈수현상을 악화시키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월간탁구 201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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