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의 경험, 새 출발의 토대로 삼기를

  파리에 갔던 대한민국 탁구 국가대표 선수단이 돌아왔습니다. 5월 7일에 출국했었는데 22일이니까 보름을 넘게 먼 나라에서 힘든 싸움을 벌이고 온 셈입니다. 남북간의 결승전을 벌이며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기 때문인지 공항 게이트 앞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취재진들과 대한탁구협회의 임직원들이 나와서 선수단을 환영해주더군요. 근래 들어 탁구에 대한 이런 환영 분위기는 오랜만의 일이죠. 그 때문인지 플래시 세례 속에 입국 게이트를 통과하는 선수들은 내내 얼떨떨한 표정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힘든 여정 속에 파리에서 밤 비행기를 탔으니 피곤하기도 했을 겁니다.

▲ (인천=안성호 기자) 게이트를 빠져 나오는 대표 선수들.

  특히 은메달의 주인공 이상수, 박영숙 선수는 별도의 인터뷰를 하면서도 조금은 상기된 표정을 풀지 못했습니다. (이 인터뷰는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습니다. 속 깊은 얘기를 하기 힘든 짧은 시간이었죠. 하지만 월간 탁구는 파리 현지에서 이미 또 다른 인터뷰를 했다는 사실! ‘상수와 영숙이’가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느낀 여러 소회들은 월간탁구 6월호에 자세하게 기록하겠습니다...^^)

▲ (인천=안성호 기자)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상수-박영숙 조.

  협회에서 마중 나온 김충용, 박주봉, 이유성 부회장 등은 돌아온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그간의 노고를 치하했습니다. 경기인으로서도 대선배인 임원들은 후배들이 파리에서 선전을 펼치면서 국민들의 탁구에 대한 관심을 높여준 것에 대해 남다른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물론 현재에 만족하지 말고 조금 더 노력해서 더 나은 길로 나아가자는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 (인천=안성호 기자) 선수들에게 꽃다발을 전하고 있는 박주봉 대한탁구협회 수석부회장.

  사실 이번 대회에서 우리 선수단은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개인단식 16강에 두 명(서효원, 박성혜)이 진출하고, 개인복식에서도 박영숙-양하은 조가 8강에 진출해 우승 조인 궈위에-리샤오시아 조에 패했던 여자부는 나름의 선전을 펼친 것으로 평가됐지만, 남자의 경우는 단식에서 조언래 혼자만 32강에 오른 것이 전부였습니다. 개인복식에서 김민석-서현덕 조가 8강에 올랐지만 전 대회에서 김민석-정영식 조가 동메달을 따냈던 것을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하락한 성적이었습니다. 혼합복식 은메달이 없었다면 오히려 호된 질책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이번 대회가 대표팀의 중심을 잡아주던 노장들이 모두 빠지고 젊은 선수들 주축으로 도전했던 첫 메이저대회였다는 점에서 이전까지와는 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었죠. 젊은 선수들이 끈끈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밝은 분위기 속에서 도전을 이어갔다는 점, 비록 성적이 좋지는 않았지만 매 경기마다 치열한 접전을 펼친 우리 선수들이 나름의 자신감을 안고 돌아왔다는 점은 그런 면에서 소중한 성과로 기록해둘 만합니다. 드러난 결과와 상관없이 말이죠.

▲ (인천=안성호 기자) 해단식을 마친 강문수 총감독과 정현숙 전무가 선수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있다.

  여자대표팀 김형석 감독도 “기술적으로 체력과 집중력을 좀 더 가다듬으면 차후에는 보다 높은 단계에서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하더군요. 우리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끝까지 유지할 수 있게 해준 은메달은 이 대목에서도 정말 소중하고 가치 있는 성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어쨌든 눈에 보이는 결과가 있었고, 그 결과는 일종의 ‘알리바이’처럼 믿음을 심어주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 (인천=안성호 기자) 혼합복식 은메달은 많은 가치가 있는 성적이었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이라는 시 구절이 있죠! 국화 옆에서... 좀 생뚱맞나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지만 문득 떠올라 적어봅니다. 우리 대표팀은 힘든 도전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온 선수들은 이제 각자의 거울 앞에서 자신을 돌아볼 시간입니다. 파리에서의 경험이 향후의 선수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는 오히려 지금부터의 자세와 실천에 달려 있지 않을까요? 한국 탁구 미래를 이끌어 갈 우리 젊은 대표선수들의 건투를 기원해봅니다. (아, 물론 오늘은 좀 푹 쉬고 말이죠! 그동안 정말로 수고 많았습니다!!)

▲ (인천=안성호 기자) 공항에 마중 나온 임원들과 선수들이 기념촬영에 임했다. 한국 탁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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