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혼합복식
조금은 아쉬운 결과였지만 괜찮습니다. 잘 싸웠습니다. 기쁜 날이었어요.
22년 전에 우리는 하나로 세계를 제패했었죠. 이 날은 네트를 마주 보고 나눠섰지만 마음까지 둘은 아니었습니다.
관중석도 위 아래로 나뉘었지만 서로의 소리를 알아들으며 선의의 경쟁을 펼쳤습니다.
이 날 김정은 얄밉게도 잘했습니다. 블로킹은 철벽이었고, 빠르고 힘 넘치는 푸시로 우리 코트를 자주 꿰뚫었습니다. 게다가 우리 선수들은 첫 출전한 메이저대회 결승전의 긴장감을 해소하지 못하고 초반 잦은 실수를 했습니다. 뒤늦게 힘을 냈지만 따라잡기에는 2%가 부족했습니다. 동점을 노리던 6게임 5대6 상황에서 요청된 북한의 작전시간도 절묘했습니다. 그 이후 추격의 힘을 잃었습니다.
결국 졌습니다. 북한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습니다. 우리 선수들은 아쉬운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곧 진정했습니다. 관중의 환호에 답하며 걷는 북한 선수들의 표정에는 승자의 여유가 넘칩니다.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우리 선수들의 표정에는 여전히 미련이 남아있었지만 홀가분함도 엿보입니다. 얼른 털어내고 다시 시작해야죠!
그리고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중국과 홍콩의 강자들을 우리보다 아래에 세웠습니다. 북한국가가 흘러나오자 김정은 감격에 겨운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우리 선수들의 표정도 많이 밝아져 있었습니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코리아’는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꿈같았던 남북간의 결승전은 끝났습니다. 기쁜 날이었지만 남북이 아니라 '코리아'가 다른 나라의 강자들을 상대로 싸워 이기는 결승전을 기다려봅니다. 혼합복식 결승전을 끝으로 남북한은 동시에 이번 대회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다음 대회부터는 남녀단식에서도 남녀복식에서도 더 오래 우리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또한 희망해봅니다. 파리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