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랫동안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인간에게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먹이를 먹기 위해 나뭇가지나 지푸라기, 돌 등을 사용하는 동물의 모습들이 속속 발견되면서 도구 사용이 인간에게만 국한된 능력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일각에서 동물의 도구 사용은 먹이를 먹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인류 최초의 도구 역시 사냥과 고기 손질을 위한 돌도끼였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도구 사용의 첫걸음은 생존, 그중에서도 식생활을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물론 현대 인간의 식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
정치체제와 사상이 다른 중국과 대만에서 공통으로 존경받는 쑨원(손문, 孫文)은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쳤던 ‘삼민주의(민족, 민권, 민생)’를 주장한 사상가이며 혁명가였다. 그는 잇단 전쟁과 지도층의 부패로 몰락해가던 청나라를 버리고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를 아우르는 새로운 ‘중화민국’을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그가 그토록 사랑하던 조국이 장제스와 마오쩌둥에 의해 둘로 나누어지는 일만 없었다면 그 꿈은 현실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소금 장수의 아들, 국가주석이 되다장제스(장
‘라이벌(rival)’과 강을 뜻하는 ‘리버(river)’는 강가를 뜻하는 라틴어 ‘리파리아(riparia)’에서 파생된 단어들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고대에는 물이 매우 귀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강가에 밀집해서 살았고 그들은 강물을 경계로 마주 보고 있는 사람들을 ‘강가의 사람들’이란 뜻의 ‘라발레스(Rivales)’라고 불렀다. 이들은 평소에는 서로 인사를 하며 지내는 사이였지만 가뭄이 들면 생존을 걸고 싸워야 했다. 왼쪽과 오른쪽, left와 right, 左와 右강을 기준으로 이편과 저편을 나누어 라이벌이란 관계를 만들어낸 것처럼
지난 3월에 연장 개통된 9호선 노선은 출퇴근 시간대에는 ‘지옥철’이라 불릴 정도로 승객들이 몰리는 구역이다. 그 때문에 혼잡도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김포공항에서 종합운동장까지 걸리는 시간이 30분 가까이 단축된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환호했다. 그러나 9호선 개통과 함께 지하철 역명을 두고 뜻밖의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봉은사’라는 역의 이름이 불교를 편향한다며 개신교 쪽에서 강한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주변 시설을 고려해 만든 역명개신교의 주장처럼 삼성동에 자리한 사찰 이름을 차용해 만든
최근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자주 사용되는 만화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류, 저질, 하위문화의 상징으로 분류되던 영역이었다. 당시 만화를 창작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무척 억울한 일임이 틀림없겠지만, 이제는 당당히 주류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특히나 그 변화의 현장을 목도하며 오랫동안 만화를 그려온 작가들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데뷔, 이강토와 설까치해방 직후인 1947년에 태어난 허영만은 유복한 집안에서 생활하며 서양 화가를 꿈꾸던 소년이었다. 그러나 고교 시절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21세기의 우리는 과거에 비해 무척이나 풍족한 물질적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 때로는 그 풍족함이 넘치다 못해 지나치다고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과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過猶不及)’는 공자의 말처럼 그 넘치는 풍족함이 이제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먹거리가 넘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2월의 식량 가격지수가 179.1포인트라며 전 달에 비해 1%(1.8포인트)가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곡물, 육류, 설탕 등의 가격으로 인해 식량 가격지수가 2010년 7월 이후 최저치를
콩은 ‘밭에서 나는 고기’라 할 정도로 풍부한 단백질을 함유한 식품이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육식보다 채식에 가까웠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콩은 매우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그중에서도 대두라 불리는 노란 메주콩은 ‘발효’라는 조리 과정을 통해 독특한 풍미를 가진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한국에서는 ‘청국장’, 일본에서는 ‘낫토’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한국 음식과 일본 음식 한국과 일본의 기본 상차림을 보면 매우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된다. 찰기 있는 쌀로 지은 밥을 주식으로 하여 국 한 대접, 장아찌와 절임 같은 몇몇 기본 반찬에 생선
스낵 컬처(Snack Cultur)는 간단한 식사나 간식을 뜻하는 스낵(snack)과 문화, 교양, 예술 등을 뜻하는 컬처(cultur)가 만나 만들어진 용어로 과자를 먹는 것처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나 생활 방식을 일컫는다. 2014년 문화 예술 풍속도를 바꾼 키워드로도 손꼽히고 있는 스낵 컬처는 이제 바쁜 현대인에게 가장 중요한 문화 향유 방식이 되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짧은 즐거움을 만나다 몇 해 전부터 문화 예술계에서는 직장인들을 위해 점심시간을 활용한 공연이나 전시 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서양화 사조인 인상파는 19세기 말,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한 화가들이 주축이었다. 20세기로 넘어오면서 야수파, 입체파, 초현실주의 등의 새로운 예술 사조가 잇따라 등장했지만, 유럽, 그중에서도 프랑스 파리가 화가들의 중심 활동지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유럽에서 발발된 세계대전의 여파로 예술가들과 미술 시장이 미국 뉴욕으로 옮겨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똑같은 아이디어를 가진 작가들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의 작가들과 작품들이 대거 미국으로 이동해온 것은 미국의 젊은 작가들로 하여금 미국적
몇 달 전 개봉됐던 영화 ‘그녀(her)’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남자가 자신의 컴퓨터 OS(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인간이 아닌 OS와 사랑을 나누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그것이 꼭 불가능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영화 속의 OS는 단순히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개입이 필요 없는 사물인터넷 시대영화에서 형태는 없지만 하나의 인격체로 다가오는 ‘사만사’라는 이름의
채플린, 배우, 스토리텔러흑백 무성영화와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처럼 보이는 찰리 채플린은 사실 런던에서 태어나고 자란 영국인이다. 그의 아버지는 런던 뮤직홀에서 노래하는 가수였고 어머니는 연극무대에서 잡다한 단역을 도맡아 하던 무명 배우였는데 채플린이 3살이 되던 해에 두 사람은 헤어지고 만다. 이후 몸이 좋지 않은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된 어린 채플린은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지만 부모 모두 무대에 오르는 일을 해온 만큼 그도 자연스럽게 아역배우의 일을 시작하게 된다. 10살 때부터 극단 생활을 시작한 채플린은 여러 인물을 실감 나고 코
12월은 해가 바뀌는 것을 핑계 삼아 한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잦아지는 시기다. 문제는 그 만남이라는 것이 언제나 술자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몇 해 전부터 기업체의 송년회는 뮤지컬이나 콘서트 관람 등의 문화 체험으로 대신하는 일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송년회의 주인공은 ‘술’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제는 회사 팀원들과, 오늘은 고등학교 동창들과, 내일은 거래처 직원들과 마셔야 하는 술! 그래도 나만의 특급 해장 음식만 있다면 충분한 위로가 되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의 영광은 헝가리가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헝가리와 함께 결승전에 진출한 독일은 예선에서 이미 헝가리에 3 : 8로 대패한 전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승컵을 손에 쥔 것은 뜻밖에도 독일이었다. 그리고 독일 우승의 순간을 그 누구보다도 벅찬 가슴으로 바라보고 있던 사람은 독일축구대표팀의 운동화를 만든 아디다스의 창업자 아돌프 다슬러였다. 또한 이 열광적인 분위기에 동참할 수 없는 유일한 독일인은 아돌프의 친형이자 푸마의 창업자인 루돌프 다슬러였다. 세탁소집 아이들 시절독일의 작은
한자 문화권에 속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중국의 고사성어는 낯설지 않은 영역이다. 그중에서도 와신상담(臥薪嘗膽)은 ‘가시 많은 나무에 누워 자고 쓰디쓴 곰 쓸개를 핥는다’는 뜻으로 굴욕을 되새기며 설욕을 다짐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와신상담은 중국 춘추시대에 라이벌이었던 오(吳)나라의 부차(夫差)와 월(越)나라의 구천(勾踐), 두 인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고사성어로도 유명하다. 가시 나무 위에 누워 아버지의 원수를 잊지 않는다주(周)나라 왕실이 쇠약해짐에 따라 지방 제후들이 패권을 잡기 위한 전투를 시작하면서 ‘춘추 시대
최근 혼자 사는 ‘일인 가구’가 크게 늘고 있다. 이미 네 가구당 한 가구는 일인 가구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6년 뒤에는 일인 가구가 전체 가구수의 29.6%에 육박,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학업이나 취업 등의 문제로 어쩔 수 없이 혼자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최근에는 스스로 원해서 혼자 사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인데도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혼자’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느낌이 강한 편이다. 하지만 자신의 삶의 방식을 택한 이들의 생활은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쓸쓸하지도, 외롭지도 않다. 나 혼자
올해 극장가의 최대 흥행작은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이었다. 최단기간 천만 관객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개봉한 지 두 달이 넘은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얼마 전 영화 속 등장인물인 배설의 후손들이 자신들의 조상을 욕되게 했다며 영화사에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있었다. 사실 그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조상에게 이순신 살해미수 혐의를 씌워버린 영화 제작사측에 ‘영화적 허구와 상상’이라는 말로 면죄부를 주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군다나 우리에게 잘못된 역사 상식을 갖게 만든
몇 해 전부터 11월이 되면 거리에서 빼빼로데이를 축하하는 포스터들과 특별 패키지 상품을 진열해 놓은 모습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빼빼로데이는 11월 11일, 막대 모양의 숫자 1이 네 번 겹친다 하여 ‘빼빼로처럼 빼빼해(날씬해)져라’는 의미로 긴 막대 과자를 선물하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문화다.(빼빼로를 먹으면 수능을 잘 본다는 뜻에서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빼빼로를 선물하면서 시작되었다는 설도 있다.) 영남지역의 여중생들 사이에서 재미삼아 시작된 이런 문화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제과업계가 이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
오는 11월 13일부터 12월 13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2014서울사진축제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서울 視·공간의 탄생: 한성, 경성, 서울’을 전시 주제로 정하고 1876년 개항 이후 한성에서 경성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서울 도시경관과 변화상을 사진을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1, 2부로 나누어 전시되는 2014서울사진축제의 1부 ‘한성에서 경성으로’에서는 1880년대부터 1945년 사이의 사진 자료를 통해 당시 서울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도록 했고, 2부 ‘경성에서 서울로’에서는 최근 반세기 동안 근대화 계획에 따라 변화
부쩍 낮아진 온도에 몇 달 동안 옷장 깊숙이 넣어 놓았던 두툼한 옷들을 꺼내 입지만 오후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따뜻해진 날씨를 자랑하는 요즘이다. 덕분에 출근길엔 꽤 괜찮아 보였던 옷차림이 오후가 되면 너무 과한 게 아니 아니었나 고민을 하기도 한다. 물론 해가 떨어지고 친구들이라도 만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잠시 과하다고 생각했던 두툼한 외투가 썩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만족하게 되지만 말이다. 요즘과 같은 환절기에는 옷차림만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라 급격한 기후 변화와 건조한 대기 때문에 건강 관리에도 유독 신경이 쓰인다. 코앞으
1966년부터 약 10년간 일어난 중국의 문화대혁명은 대중을 독재자에게 더 철저히 구속하려 했던 일종의 인간 정신 개조운동이었다. 문화대혁명으로 중국의 예술인, 지식인들은 철저히 탄압받았고, 각종 도서, 유물, 예술작품 등은 처참하게 파괴됐다. 특히 영화는 국가선전도구로서의 기능만 요구받던 시기였다. 그러나 문화대혁명의 폭풍이 가라앉고, 폐쇄되었던 베이징영화학교가 다시 문을 열면서 이곳 출신 영화인들을 중심으로 중국의 역사와 현실, 사람들과 사회에 관한 영화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영화들을 제5세대 영화라고 부르는데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