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의가 붙은 노란색 옷만 봐도 우리는 이소룡을 떠올린다. 쌍절곤 역시 이소룡의 상징이다. 이소룡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패러디되고 오마주 된 인물 중 한 하나일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그만큼 그의 사후 빈자리는 쉽게 채워지지 못했다. 술병을 손에 쥐고, 술에 취한 채 악당을 때려눕히는 성룡이라는 배우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무술가에서 영화배우가 된 이소룡이소룡(1940~1973)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것은 유명 경극 배우였던 아버지의 미국 순회공연에 동행했던 어머니가 그곳에서 출산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공
철저한 신분제를 고수했던 조선 시대의 왕들은 가장 막강한 권력을 쥔 절대 군주였다. 그 때문에 왕 본인이 정도를 벗어나게 되면 폭정을 저지르거나, 왕의 측근들이 권력을 등에 업고 국정을 농단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절대 권력자’라는 말이 무색하게 백성을 섬기며 사랑했던 왕들도 있었다. 현대까지 사랑받는 세종과 정조가 바로 그들이다. 어쩌면 왕이 되지 못했을 사람들세종(1397~1450)은 우리 역사를 통틀어 가장 천재적인 인물 로 꼽힌다. 어마어마한 독서량을 자랑하고, 해박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지식을 가지
‘삼국지연의’라고도 불리는 ‘삼국지’의 정식 명칭은 ‘삼국지통속연의’다. 진수(陳壽, 233~297)라는 인물이 편찬한 정통 역사서인 ‘삼국지’를 모태로 하고 있는데 패권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위, 촉, 오 세 나라의 대결이 많은 흥미를 자아낸 만큼 민간에서는 전문 이야기꾼들에 의해 살이 붙고 각색되는 일이 많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삼국지’는 이런 이야기들이 나관중(1330?~1400)에 의해 수집되고 재구성된 장편 역사 소설(통속연의)이라 할 수 있다. 유비, 신의와 명분을 지켜나간다한나라 황제의 후손이었다는 유비(161~
일 년 중 술 소비량이 가장 높다는 연말연시다. 한때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술을 마실 줄 알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던 적도 있었지만 사실 술은 담배나 커피처럼 기호품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주류 소비량은 전 세계 15세 이상 인구 1인당 평균 소비량의 2배에 달할 정도로 높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소주나 양주와 같은 높은 도수의 술 소비량은 줄고 낮은 도수의 술인 맥주, 와인 등의 소비량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연이 빚은 최초의 술, 발효주과일 속에 있는 당분은 표면에 상처가 나면 껍질에 있는 천연
인류가 시작된 후 수많은 사건과 사고가 있었지만, 그 모든 사건을 합치고도 남을 만큼 중대한 사건은 18세기에 일어났다. 삶의 방식과 질,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에 대한 변화와 각성이 시작되면서 수천, 수백 년 동안 인류를 옥죄어왔던 고정관념들과 굴레가 조금씩 부서지기 시작한 것이다. 모두가 진정한 인간다운 삶을 꿈꾸게 된 이 사건을 우리는 ‘혁명’이라 부른다. 자본주의의 기틀, 산업혁명영국은 전통적으로 모직물 산업이 발달한 나라였다. 그러나 18세기부터 튼튼하고 저렴한 면직물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관계 산업들까지 주목 받게 된다
일인 가구가 늘고 가족의 단위가 점점 작아지면서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줄 존재로 ‘반려동물’을 찾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도마뱀이나 새, 곤충 등 색다른 동물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도 있지만, 개와 고양이야말로 오랫동안 인간의 곁을 지켜온 가장 친근한 동물들이다. 그런 친근함 때문에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것에 대해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들과 함께하는 생활을 선택한다는 것은 사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충성스런 인간의 친구, 개 개는 인류가 길들인 최초의 동물이다. 고고학자들이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흔히 19세기를 피아니스트의 시대라고 말한다. 그리고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서 다양한 소리를 구사할 수 있는 피아노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악기였다. 그 때문에 가장 많은 피아노곡이 작곡되고, 가장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탄생한 것도 이 시기였다. 특히 쇼팽과 리스트는 시대를 초월해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위대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들이다. 파리에 온 두 명의 외국인 폴란드에서 태어난 프레데리크 쇼팽(1810~1849)은 6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피아노를 시작하자마자 신동으로 불렸던 그는 종종
날카로운 이빨과 강한 발톱, 몸을 보호하는 털과 단단한 가죽을 가진 동물에 비해 인간이란 존재는 나약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인간은 이빨과 발톱 대신 돌과 막대기를 들어 무기 삼았고, 연약한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짐승의 가죽을 몸에 두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런 도구를 사용하게 된 것이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출발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도구의 사용이야 말로 인간을 지금까지 생존하게 한 중요한 발견이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 인류 최초의 옷 인류가 옷을 입기 시작한 것은 몸을 장식
가장 좋아하는 조선 시대의 화가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김홍도와 신윤복을 제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양반의 문화였던 조선 시대 회화는 그 안에 철학과 사상을 담아 많은 교훈을 주기는 했지만 그만큼 평범한 서민들이 다가서기에는 어렵기만 했다. 김홍도와 신윤복은 화가로서도 매우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지만, 무엇보다 그림의 소재가 일반인도 어렵지 않게 다가설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였다는 데 큰 장점이 있었다. 평범한 집안의 비범한 화가김홍도는 1745년 평범한 중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유년 시절의 기록이 거의 없어 그가
지난 4월 21일, 미국의 팝 스타 프린스가 갑작스럽게 사망했다는 비보가 전해져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특유의 난해한 가사와 퍼포먼스로 한때 프린스의 음반은 보수적인 우리나라에서 정식 발매가 금지되었던 데다가, 괴짜로 불릴 만큼 자유로운 성향은 한국 팬을 확보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곤 했지만, 그는 팝의 황제로 불리는 마이클 잭슨의 유일한 대항마로 손꼽힐 만큼 위대한 아티스트였다. 동갑내기 슈퍼스타1958년생인 마이클 잭슨은 미국 나이로 다섯 살이 되던 해부터 그의 형제들로 결성된 밴드에서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덟 살
우리는 보통 영국인은 이성적이고, 고지식하며, 까칠하다고 말한다. 한편 프랑스인은 감성적이고, 융통성 있으며, 낙천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선입견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환경, 문화, 역사 등이 만들어낸 국민 공통의 성향은 분명히 존재한다. 유명 캐릭터인 영국인 셜록 홈즈와 프랑스인 아르센 뤼팽의 성향 또한 자국의 국민성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을 보면 이는 그저 선입견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어 보인다. 논리와 이성을 맹신하는 성격 나쁜 탐정추리 소설을 단 한 번도 읽지 않은 사람조차 셜록 홈즈(1854 ~1957)가 뛰어난
빅데이터(bigdata)란 무엇인가인터넷을 필두로 한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많은 양의 정보들이 생겨났다. 특히 모든 사람이 각종 모바일 기기를 온종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정보의 양은 어마어마하게 방대해졌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정보는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 얻고 있는 정보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료 검색, 쇼핑, 금융 거래, 교육, SNS 등 우리가 인터넷으로 하는 모든 일들의 흔적들이 만들어낸 정보를 말하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만들어내는 이러한 정보들은 빅데이터를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가
얼마 전 한 음식 평론가가 ‘단맛과 짠맛의 균형만 잘 맞추면 사람들은 맛있다고 착각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는 먹을 만한 음식이지 맛있는 음식은 아니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직접 요리를 해본 사람이라면 음식의 맛을 내는 일은 간을 잡는 것에서 시작되며, 이는 설탕과 소금의 사용법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최근에는 이 두 식자재의 균형보다 그저 더하기에만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지만 말이다. 설탕, 달콤한 사치품설탕의 원자재인 사탕수수는
오락거리가 부족하던 시대에 처음 등장한 오페라는 귀족층이나 즐길 수 있는 고급문화였다. 이후 차차 서민들까지 오페라를 즐길 수 있게 되긴 했지만, 현대까지도 어려운 고급문화라는 인식이 많이 깔려있다. 그에 비하면 뮤지컬은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장르다. 무겁고 어려운 클래식 음악과는 달리 친숙한 스토리와 음악, 화려한 무용을 통해 최고의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오페라, 르네상스가 만들어낸 음악극르네상스는 로마의 몰락과 함께 시작된 야만의 시대인 중세를 끝내고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화를 다시 부흥시키려 한 운동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역사서는 삼국사기다. 항상 이와 함께 거론되는 삼국유사는 그보다 백 년 정도 늦게 만들어졌지만, 그 가치는 삼국사기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두 개의 역사서, 하지만 실제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국가가 편찬한 삼국사기(1145)학창 시절 국사 공부를 할 때 ‘삼국사기는 김부식(1075~1151), 삼국유사는 일연(1206~1289)’이라고 중얼거리며 암기를 했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삼국사기는 지은이로 김부식 한 사람만 논하기엔 부족한 감이 있다. 삼국사기는 고려
감자와 고구마는 매우 닮아 보인다. 땅속에서 자란다는 공통점에 비슷한 모양새 때문에 과거에는 이 두 작물을 혼동하는 경우도 많았다. 영어권에서 감자를 ‘포테이토(potato)’, 고구마를 ‘스위트 포테이토(sweet potato)’라고 부르는 것만 봐도 두 작물이 얼마나 비슷한 취급을 받아왔는지 짐작할만하다. 감자, 멸시받던 신대륙의 작물 감자는 쌀, 밀, 옥수수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이 생산되는 작물이다. 원산지는 남미 안데스의 고산지대로 알려졌는데 약 7천 년 전부터 경작되기 시작했으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콜로세움 검투신이 시작되기 전에 얼굴에 하얀 분장을 한 사회자가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다. 그는 과거, 카르타고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로마를 찬양하며 이곳에서 적장 한니발과 싸운 스키피오의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말한다. 고대사나 전쟁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니발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았겠지만 스키피오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거렸을 것이다. ‘명장 한니발을 막아낸 스키피오라는 사람이 있었다고?’하면서 말이다. 강대국 카르타고 VS 신생국 로마카
수백만 년 동안 진화를 거듭해온 인간이 인지하게 된 최초의 존재는 ‘이성(異性)’이 아니었을까 싶다. 남성과 여성, 이들은 무리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구성원으로 종족보존이라는 가치를 공유하며 살아왔기에 지금까지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수백만 년을 함께 해도 가장 이해하기 힘들고 그러기에 가장 많이 싸워온 대상 또한 바로 이성이란 존재가 아닐까? 남성과 여성의 역사남성과 여성이라는 존재에 ‘맞수’라는 말을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인류가 시작된 이래 남성과 여성은 불평등한 관계를
선명한 색과 장식적 모티브로 눈에 보이는 세계를 직시하여 그리는 앙리 마티스는 낮에만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린 화가다. 한편 선과 명암을 중시하며 상상력과 기억에 의존하여 그림을 그리는 파블로 피카소는 밤에 그림을 그리는 야행성 화가다. 평생 이런 습관을 고수했던 두 사람은 낮과 밤 만큼이나 다른 성향의 사람이었다. 화가를 꿈꾼 두 사람1869년, 프랑스 북부에서 태어난 마티스는 곡물상인 아버지와 취미로 그림을 그리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예술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고 변호사가 되기만을 꿈꾸던 청년이었다. 그러나 21세가 되던
최근 쏟아지고 있는 영화들을 살펴보면 한동안 영화관을 멀리했던 사람들의 이목까지 집중시키는 낯익은 제목들이 눈에 들어온다. , , 등 수십 년 전에 영화관에서 손에 땀을 쥐고 관람했던 영화들의 속편이 일제히 개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처럼 큰마음을 먹고 영화관을 찾아가면 알쏭달쏭한 줄거리의 전개에 지금 보고 있는 영화가 내가 알고 있는 그 영화의 속편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속편인 듯 속편 아닌 속편 같은 영화들,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 시퀄(sequel)과 프리퀄(pre